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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산으로 들어가 산길에서 만난 뽀얀 새각시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23.03.09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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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깊은 곳에서 끊임없이 퍼 날리는 계절이 3월이다. 마른 낙엽 속에서 속삭이는 작은 꽃잎은 사랑이라고 말하리. 


사랑한다는 함은 아주 작은 꽃에서 마음을 퍼 울린다. 작은 언덕길 오르다가 너와 눈 마주침이 언듯 너의 손을 잡는다. 마을로 들어간 길목에 가장 가난하게 피어있는 제비꽃은 장차 가장 깨끗한 손이 되고 만다. 기쁨이 넘쳐 많이 피어난 제비꽃은 봄 산으로 들어가 산길이 된다. 햇살은 너를 웃게 하고 저 너머 떠가는 구름은 너를 사랑한다. 


작은 연못 가에서 피어나는 단아한 모습도 향기로 묻어나온다. 돌담 밑에서 수줍은 듯 살짝 눈물 훔친 그대는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다. 제비꽃은 주로 온대지방에서 자라는데 품종이 다양해서 전 세계에 400여 여종이다. 우리나라에만도 40종 이상이 산다. 


우리나라에 분포하는 종으로는 흰제비꽃, 삼색제비꽃, 졸방제비꽃, 태백제비꽃, 단풍제비꽃, 장백제비꽃, 각시제비꽃, 간도제비꽃 등이 있다. 꽃 빛깔도 연보라, 진보라, 하양, 노랑 등 다양하다. 삼색제비꽃은 가장 널리 알려진 변종으로 흔히 ‘팬지’라고 한다. 아마도 추억이 지나가는 길목에선 당연 보라색 제비꽃이다. 여 아이의 리본도 제비꽃이다. 


서양에서도 제비꽃이 많은 것 같다. 그리스 신화에서 스토리화가 되어 있고 역사적인 사람들도 이 꽃과의 이야기가 있다. 
누구를 사랑하므로 꽃을 좋아하게 된다. 사랑은 늘 새롭고 생기가 넘친다. 5월의 라일락 향기에 혼절할 것 같은 그런 시절의 꿈이 제비꽃 필 때부터 시작된다. 가냘프게 피어난 제비꽃은 봄 햇살만이 어루만진다. 빛은 모든 사물의 형체를 그린다. 하지만 꽃의 빛은 여러 빛깔이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의 빛깔이며 슬픔 또한 진하게 배어있다. 야윈 얼굴이지만 가장 아름다운 추억이 있다. 우린 어린 날에 뛰어넘어야 건널 수 있는 징검다리는 높이, 멀리 날 수 있는 꿈을 실었다. 건넛마을 담장 넘어 아이들의 웃음소리처럼 돋아나는 제비꽃은 아직도 피어있다. 


나이가 들어 경험은 많이 쌓였지만 제비꽃 하나 들어와 살 공간은 없어도 3월의 꽃들이 꿰차고 들어온다. 
자연은 이런 공간 확보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지구를 감싸고 있는 오존층은 지상에서의 삶의 공간을 주었다. 대가 없이 주어진 것들은 생각해보면 자주 진귀한 것들이다. 


씨를 뿌려 뿌리를 내리고 싹을 돋는다.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일은 스스로 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도와준 데에 자연의 아름다움이다. 이름 없이 제비꽃 하나가 추억을 다시 만들어 준다. 
그 공간에서 추억하고 노래하는 건 꽃의 매개로 되는 것이지만 하늘은 스스로 집이 되게끔 외로운 사람, 아름다운 사람 모두 소식을 전하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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