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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피해국 한국이 대신 변제를 해야 하는가?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3.03.09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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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6일 일제강제동원 배상 문제와 관련 피고 일본기업 대신 소위 포스코 등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 수혜 기업들로부터 출연금을 모아 2018년 대법원 확정판결로 승소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대신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정부의 이번 해법은, 대한민국 행정부가 대한민국 사법부 판결을 무력화시킨 ‘사법 주권 포기’이자, 우리 국민에 대한 외교적 보호권을 포기한 ‘제2의 을사늑약’이다. 그야말로 반민족적 매국 행위이자 굴욕외교이다. 
공정과 상식의 ‘법치’를 강조해 온 윤석열 정권은 일본 앞에서는 비굴할 정도로 한없이 무기력하게 대응하고, 끝내 한국 사법부의 결정에 스스로 침을 뱉고 말았다. 이번 행위는 대한민국 정부 스스로 자국민에 대한 ‘외교 보호권’을 포기한 것으로 제2의 을사늑약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 피고 기업에 대한 배상책임을 한국이 뒤집어쓰겠다는 것은“한국 대법원 판결은 국제법 위반”이라 주장해 온 일본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다. 반면 한국 정부로서는 국민의 자존심을 짓밟고 민족정기를 무시한 대한민국 외교의 치욕으로 기록될 것이다.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은 ‘1965년 한일협정으로 모든 것이 끝났다.’는 일본의 주장이 사실상 그대로 관철된 것이다. 나아가 1965년 한일협정이 1910년 한일강제병합에 대한 불법성을 명확히 하지 못한 채 봉합되었던 점을 감안하면 정부의 이번 해법 발표는 일제의 ‘식민지배는 합법’이라는 일본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은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정부의 이번 발표는 대한민국 헌법정신에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 대법원에서 최종 배상 판결이 내려진 피해자들의 문제조차 피해국 한국이 스스로 뒤집어쓰고 있다. 그 외 대다수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문제나 일본에 대한 과거 청산 요구는 물 건너 가버린 반민족적인 처사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죄라면, 가해국의 책임을 피해국이 대신 뒷감당해주는 못난 나라에 태어난 죄밖에 없다. 


윤석열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은 30여 년 동안 오랜 시간 사투를 벌여 쟁취한 피해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짓밟는 행위다. 피해자들에게 씻을 수 없는 굴욕감만 안긴 2차 가해이다. 


한마디로 정부의 굴욕적 해법은 인권을 유린당한 일제 피해자들을 난데없이 불우이웃 취급하는 것이다. 일제 피해자들이 가해자인 일본 정부와 일본기업으로부터 사죄를 받고 정당한 배상을 받자고 하는 것이지, 아무나 붙잡고 도와달라고 구걸하는 사람들인가? 이것은 바로 피해자들을 모욕하는 것이다.


반면 가해자인 피고 일본 전범 기업에는 완벽한 면죄부를 주고 말았다. 한국법원으로부터 배상 명령을 받았음에도 일본 피고 기업들은 아무것도 하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의 해법은 피해자의 명예 회복이 아니라 거꾸로 가해자의 명예와 권위를 회복시켜준 결과로 귀결되어 버렸다. 


다시 말해 일제의 반인륜 불법행위를 청산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피해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무도하게 청산당한 것이다. 부정의와 반민족의 열패감을 안게 되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10년 전 협상 테이블에 올라왔다가 피해자 측으로부터 퇴짜 맞은 장학기금이 윤석열 정권 한일 간 협상 성과로 다시 등장한 것이다. 미쓰비시가 일본경제단체연합회로 얼굴을 바꿔 10년 전 테이블에 올린 ‘쉰 나물’을 다시 꺼내 놓은 것이다. 일개 시민단체의 교섭에서도 퇴짜 맞은 방안이 윤석열 정부의 협상 결과물로 등장하다니 기가 막힌 일이다. 


우리는 윤석열 정권의 매국, 굴욕외교의 역사 퇴행을 결코 좌시할 수 없다. 민족의 존엄을 팽개친 매국 행위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똑똑히 기억하길 바란다.

 

 

 

김남철 
전남교육연구소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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