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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3.03.09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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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캠퍼스가 붐비는 개강일이 되었습니다. 갓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지도를 보며 강의실을 찾는 신입생, 교수님께서 수업을 빨리 끝내주셨으면 좋겠다며 투정부리는 재학생들로 가득한 캠퍼스입니다. 
코로나로 지난 2년간 텅 비었던 캠퍼스는 마치 그 시간들이 거짓말이었다는 것처럼 생기로 가득차 있습니다. 


4년만에 다시 돌아온 새내기 새로배움터와 간식사업으로 분주한 학생회는 오래된 건물 속을 목소리로 따뜻하게 감쌉니다.
수업을 듣는 저의 옆에 23학번 새내기가 있다고 생각하니 1학년 시절이 생각납니다. 


코로나로 컴퓨터 속 화면에서 움직이는 교수님을 바라보며 공부하던 모습. 대면 수업이 없어 학교는 서울에 있지만 결국 완도에 머물기로 결심하며 병행하던 알바. 
그때는 대학 수업보다는 생애 첫 아르바이트만 기억에 가득합니다. 아르바이트를 하고, 완도에서 부모님 집에서 생활하며 안주하였던 저는 이대로 졸업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변화를 두려워 했던 것일지도요. 


그렇게 1년을 보내게 되었고 그간 밀려있던 휴식을 취하며 평화롭게 보내곤 하였습니다. 해는 지나 2학년이 되었고 더이상은 미룰 수 없다는 생각에 서울로 올라오게 되었습니다. 서울에서의 생활은 역시나 많은 시련을 주었습니다. 
힘들 것임을 예상했지만 상상과 경험은 다르니까요. 그 시간들은 저에게 원래 가진 것들의 소중함을 안겨주었고 새로운 것들의 생동감을 쥐어주었습니다. 


힘들었던 시간을 견디는 동안, 어느 날 완도신문 편집국의 제안을 받고 글을 쓰면서 많은 위로를 받았고, 그 과정에서 이 넓은 세상에서 의미가 있는 존재임을 배웠습니다. 
그렇게 아픔으로부터 성장하는 법을 배우며 1학기를 견뎌내었습니다.


시간은 흘러 2학기. 영영 ‘집’이라고 부르지 못할 것만 같았던 서울은 또 다른 나의 ‘집’이 되었고 또 하나의 소중한 친구를 품에 안겨주었습니다. 


그 친구로 인해 문뜩 찾아오는 외로움을 웃으면서 견디게 되고, 두려움을 뒤로 두고 새로움을 찾아보는 용기도 배웠습니다. 더불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처음 보는 사람과 가볍게 대화하는 법을 배웠으며, 대학생다운 사고를 연습할 수 있었습니다. 


어느덧 3학년이 되었고 아직 마음만은 20살이지만 어느덧 고학년이 되었습니다. 힘들 것만 같았던 대학생활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웠고 변하지 않을 것만 같던 것들이 변화하였습니다. 때로는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이 지금은 소중한 것이 되었고, 나의 미래가 달린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돌아보니 긴장할 이유조차 없던 것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배움이 있었던 것은 결국 두려움을 이겨내고 변화에 직면했기 때문입니다.
평생의 보금자리였던 곳에서 떠나 새로운 동네, 새로운 사람, 새로운 사회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우리는 그것에 평생 안주하기에는 너무나 빛나는 청춘을 가지고 있습니다. 두려울 것입니다. 


저는 여전히 두려운 것이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성장하기 위해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새로움’을 선택해야만 합니다. 


대학의 새 학번을 얻은 여러분에게는 반드시요. 비록 첫 자취생활로 쓸쓸할지라도, 낯선 사람과의 기숙사 생활이 불편할지라도 그것이 여러분들을 어떻게 변화시킬지는 이 세상 아무도 모르는 것이니까요. 
고향을 떠난 쓸쓸함과 새로운 생활의 기대감으로 가득찬 여러분들에게 평소와 같이 시를 선물하며 오늘의 글도 마치겠습니다.

 

첫사랑 김소월

아까부터 노을은 오고 있었다
내가 만약 달이 된다면
지금 그 사람의 창가에도 
아마 몇줄기는 내려지겠지

사랑하기 위하여
서로를 사랑하기 위하여
숲속의 외딴집 하나
거기 초록빛위 구구구
비둘기 산다

이제 막 장미가 시들고
다시 무슨꽃이 피려한다

아까부터 노을은 오고 있었다
산너머 갈매 하늘이
호수에 가득 담기고
아까부터 노을은 오고 있었다

 

 

 

 

김지현 님은 완도고 재학 중 본보 청소년기자로 활동했으며, 2021학년도 서울여대 국어국문과에 입학했다. 그녀의 별빛 같은 눈망울은 모두가 잠든 사이, 별들의 가장 깊은 시간 속으로 날아가 별빛이 감춰놓은 그 신비로운 반짝임을 누군가의 가슴에 뿌려 주려고 그렇게 반짝이는 것.
아름다운 국문학도가 되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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