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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시 봄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3.03.16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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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따라 키스(내 맘대로 막 갖다 붙인 길고양이 이름, 서울 집에 있는 강아지 이름이기도 하다)가 갓난아기처럼 칭얼댄다.
약간의 쉰 소리로 보채는 듯도 하기고 하고 앵돌아 간 것도 같기도 하다.


그러더니 이번엔 연신 앞을 가로막으며 애교인지 시위인지 배를 보이며 발라당 드러눕는다. 한 발자국 내디디면 따라와 또 드러눕기를 몇 번씩 반복하는 녀석.
나두고 또 어디가냐고 투정을 부리는 것만 같다. 밥을 줘도 먹지 않고 계속 만져달라고 머리를 들이민다.


서울집에 다녀 올 요량에 2박 3일간의 시간을 떠나는 날, 아침이었다.
길고양이 세녀석 중 한놈도 보이지 않았다. 주차장엔 바람만 쌩하다. 날이 많이 푹푹해졌지만 이른 아침공기는 아직 코끝이 맵다. 오늘 하루치 밥을 듬뿍 담아두고 따뜻한 물도 준비해뒀다.


주차장 박스에 잠자리를 두고 있는 키스를 향해 목청껏 불렀지만 반응이 없다.
아직 자고 있나? 평소대로라면 아침을 먹을 시간이 아직 멀었기 때문이다.
다친 다리에 약을 발라줘야 하는데 나오지 않으니 걱정이다.
길고양이들은 처음엔 두어번 놀러왔다.


다음엔 하루에 두번, 그러더니 낮 시간엔 아예 주차장 놓아둔 박스에 눌러 앉길래, 여름엔 그늘막을 겨울엔 집과 방석을 마련해 주었다.
그러나 아이들은 좀체 갇힌 공간을 허락하지 않는다. 비 오는 아침, 바람이 세찬 오후, 한겨울 추위에 내몰린 어스름 저녁에도 주차장 박스에 뭉크리고 있는 녀석들을 보면 속이 탄다. 녀석들과 첫겨울을 넘기면서 여간 신경이 쓰인 게 아니다.
이른 아침부터 기다리는 녀석들 생각에 따뜻한 이불 속에 뉘인 몸을 누르고 밖으로 나온다.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자칫 늦기라도 하면 녀석들이 끼니를 놓치게 된다. 어둠 속에서 기다리고 있을 녀석들 생각에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개나 고양이 때문에 날씨에 이토록 민감해질 줄 몰랐다.


누군가와 관계를 시작한다는 것은 많은것을 고려해보고 따져봐야겠지만 그게 현실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다.
그냥 나를 견제하며 따르던 길고양이었지만 이제 그냥 안보이면 걱정이 되는 그런관계가 됐다.(원래 고양이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관계가 지속되다 보니 그냥 이렇게 되었다. 


인연이라는 것이 이런 것인가보다. 어느 날 문득, 강이 물을 모아내 듯 생각을 담아내듯 그러다가 서로가 서로의 기울임을 받아내듯, 무언가를 담아내고, 모아 두고, 괴인다는 것.     
그래서 사랑의 옛말인 '굄'이 여기에서 탄생한 듯하다.


굄이란 화려하게 타 버리는 불꽃같은 열정만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그것은 사라져가는 것들, 언젠가는 지쳐 사라지는 것이란 모든 격정의 성향임을.  
조용히 인내하는 것, 기다릴 줄 알며 견뎌낼 줄 아는 것. 다른 것들이 흥분해 소란을 피울 때 그 불안정한 상태를 이겨내고 기다려야만이 안정의 상태로 간다.  

 
누군가를 응원하는 일이고, 사랑하는 즉 굄인 것 같다. 
왜, 길고양이들에게 집착에 가까운 사랑을 주는 지 이해가 간다.
큼직하고 짱짱한 박스를 주어 오는 걸로 길고양이들에게 나의情'을' 내어준다.
 그러니 애들아! 안타까움과 기다림으로 날 애타게 하지말아다오. 너희가 아침 여덟시에 온다면 나는 일곱시부터 행복할거야!


다시 봄. 계절이 널 기억하나봐. 
이 맘때였어. 우리 만난 날. 

 

 

배소연 님

영탁장외응원팀 영탁불패운영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소연 님은 인생은 무엇을 사랑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면서 지금 이 순간을 최상의 열과 성으로 맞이하는 삶을 사는 것이 최고의 사랑이다고 전했다. 영탁 가수와 팬클럽 그리고 완도의 우정이 오래도록 창천항로하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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