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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단머리결 능수매화같은 우아함, 액비에 파묻혀 살다

해조류를 통한 기후변화주도 완도청년정신 (주)바다품애 정희진 대표 1

  • 김형진 기자 94332564@hanmail.net
  • 입력 2023.03.16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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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녘이 막 지나가고 뜬 초승달 같은 눈썹에, 마른 대지 촉촉하게 적시는 봄비닮은 속눈썹하며, 속눈썹 뒤로 반짝이는 선량한 눈빛과 눈망울은 만인뿐만 아니라 만물을 포섭한다.


연분홍의 작은 입술은 뒷산의 핀 진달래처럼 정겹고 하얀 목선을 따라 내려 온 삼단의 머리결은 능수매화가 뻗은 듯 우아하다.
국문과 출신인 미선 씨는 대강 이러한 은유를 써가며 그를 말했다.
그러며 또 말하길, 아름다움은 곡선이다.


그래서 아름다운 여성은 반드시 곡선을 가지고 있다고. 
그 곡선은 외모뿐만 아니라 성격과 내면 깊은 심상까지 두루두루다.
그 곡선에 부딪히면 아름다운 소리가 나는데, 바람 끝이 닿을 때, 혹은 풀잎에 맺혔던 이슬이 떨어질 때, 비올라의 현처럼 청징하게 울려 퍼진다. 귀를 열고 청력의 볼륨을 높여보면 그녀의 아름다운 음률을 들을 수 있다. 
삶을 아름다운 노래로 만들고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국문과 출신답게 빼어난 은유다 싶어 그러려니 했는데, 만나보니 국문과 출신의 깊은 눈이 틀리지 않았다. 


선량한 심상이 전해졌고, 우아한 목선은 들은 바, 능수매화를 보는 듯 고아했다.
곱다는 말이 딱 이짝이겠다. 
그런데 아이를 셋이나 뒀다고 했다. 두 아이는 낳았고 한 아이는 태중에 품어 현재 만삭인 몸. 이것만으로도 출산율 0.78%인 대한민국 생산성 향상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는 일이다.


처음 본 건, 외부에서 완도를 찾은 생협 직원들 속에서였다. 생협은 현존하는 협동조합 중, 가장 이상적인 조합형태로 지역사회에선 활동가들이 중심이 돼  먹거리 문제뿐만 아니라 지방자치와 교육, 주거, 환경 등 이른바 의식적인 ‘생활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나이는 어려보였지만 의식 있는 삶을 살겠다 싶었다. 이후 몇 개월이 지나 미선 씨의 추천이 있어 다시 만나게 됐다. 

 

 

소개를 해달라했더니, "안녕하세요, 저는 어업회사법인 주식회사 바다품애 (이하 바다품애)  대표 정희진입니다"
"저희 바다품애는 신지면 동촌리에 위치하며, 주요 사업으로 해조류(다시마, 미역, 청각) 양식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생산되는 사용하지 않는 부분의 해조류를 활용하여, 발효 숙성을 거쳐 유기농업자재인 '해비(해초액비)'를 제조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2월-3월 다시마 솎음 과정에서 나오는 어린 다시마, 5월-6월 수확 시기에 발생하는 다시마 꼬리 부분, 그리고 8월 이후 양식장 철거 시기에 나오는 다시마 등을 활용합니다"
"저희는 현재 해양수산부의 지원을 받아, 스마트팜 수경재배 전용 양액제 사업화를 위한 R&D를 참여기관으로 진행 중이며, 올해 연말까지 2건의 제품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이건 쉬운 일이 아니다. 앞으로 미래산업이 될 유기미생물을 통한 농업과 수산 환경 조성과 수산물의 바이오산업, 기후변화 활용 등 완도의 미래가치를 실전적으로 담고 있다는 것. 


이 일을 어떻게 하게 됐냐고 묻자, 정 대표는 "해조류 양식을 전문으로 하는 남편과 결혼 후, 당연히 남편이 하는 일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았는데요. 상품화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해조류가 너무 아까워 보였습니다" "마침 2019년 8월, 전라남도 주암에서 딸기 농사를 대규모로 하는 지인분께서 완도에 놀러오셨는데요" 

 

"해조류와 해수(바닷물)이 농업에 어떠한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설명을 듣고, 힌트를 얻어 해초액비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상품가치가 있어 사용되는 해조류 부위는 부위대로 식용으로 판매를 하고, 사용하지 않는 부위들은 따로 액비로 만들어 해조류 부산물 제로화를 위한 사업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어려웠던 순간에 대해 정희진 대표는 창업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순간은 제조와 숙성 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였다고 했다. 
매일 쳐다보고 수치를 기록하기는 했지만, 기록한 내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고,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들의 상태나 효과를 이해할 수 없었다고. 


또한, 사용하는 미생물과 해조류의 연관성을 찾는 것도 어려웠는데, 연구 논문이나 제조 관련 자료들을 살펴보기도 했지만, 실제로는 농가들의 자료와 일치하지 않아 헤매기 일쑤였다고. 여기에 숙성 과정에서 부패가 발생하는 등의 문제도 있었단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움 덕분에 남편과 함께 공부하면서 우리만의 제조 및 숙성 레시피를 만들어내게 되었다고. 


이제는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도가 조금씩 쌓이고 있다고 했다. 해초액비를 만들어 4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어려움이 있지만, 지속적인 실험과 노력 끝에 우리만의 방법을 찾아내어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면서 만들어내고 있단다.


기뻤던 순간에 대해 그녀는 11톤 윙바디 화물차의 윙이 열리고, 해초액비를 지게차로 적재할 때 무척 기쁘다고 했다. 11톤 화물차의 윙이 열리고, 해조류 양식장에서 생산한 해초액비가 지게차로 적재되는 그 순간은 정말 많은 노력과 시행착오를 거쳐온 결과물이라고. 


그래서 "이 순간에는 우리가 겪었던 모든 경험들이 보상받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순간에서 생기는 안도감과 성취감은 단순한 금전적 보상으로는 측정될 수 없다"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해초액비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먼저 해조류 부산물 제로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했단다. 


이 과정에서 매일 미생물 수치를 재고하고 기록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제조 및 숙성 과정에서의 시행착오를 거쳐서 해초액비를 만들어내는 과정까지, 우리가 겪었던 모든 어려움과 힘든 시간들이 이 순간에 보상받게 된다고. 
한마디로 똑소리나는 여자다. 남편이 궁금해 어떻게 만났냐고 물었더니...(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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