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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우연한 길에서 만나는 황금빛 두근거림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23.03.16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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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둣빛을 기다리는 꽃잎들이 많다. 연둣빛을 먼저 싹을 틔워 놓고 연주 꽃처럼 싹이 불쑥 오른다. 가을에 상사화는 너무 보고픈 사람이 있어서 먼저 꽃대만 올리지만 3월의 연두 빛 꽃은 대지의 오르막길에서 기다림으로 핀다. 3월은 낯선 얼굴처럼 시작한다. 


하지만 3월의 중간 즈음에는 가장 온화한 얼굴이다. 3월의 날씨 변화는 심하다. 아마 낯선 길을 떠나는 이들이 많기 때문에 길들이기 위함이다. 밤하늘을 고요하게 바라보는 것도 꽃의 눈빛이 흔들림 없이 피기 위함이다. 연두 잎을 먼저 내 올린 것도 3월의 쌀쌀함이다. 


연두 꽃이 피었을 때 그 연한 봄바람도 눈물겹다. 살면서 견뎌내야 꽃이 되는 일이 많더라. 3월의 꽃들은 견뎌내면서 꽃이 된다. 
천둥 번개 속에서 피는 꽃보다 처음 낯설은 땅에서 피는 꽃이 얼마나 힘이 들겠나. 활짝 피었다가 3월의 추위에 혼이 날 때가 있다. 그게 꽃샘추위라고 하는데 꽃들은 노심초사로 온화한 3월이 빨리 오기를 기다린다. 


수선화는 키 작은 꽃 중에서 꽃잎이 크다. 사람이 지나가는 길에 수선화가 핀다. 봄의 향기를 실어 나르는 봄바람만 있으면 맑고 향기로운 세상을 만들고 만다. 연두 꽃으로 먼저 와서 노란 수선화로 핀 3월은 기다림의 시작이다. 나비처럼 그 연한 꽃잎이 흔들릴 때 그 기다림은 늘 새롭다.

 

봄이 되면 장독대 옆에서 수선화를 보면 이제 어머니의 계절이 시작됐구나. 그리 뾰족하지 않은 호미는 가장 연한 흙 소리다. 해마다 낯설은 계절이 찾아오다가 금방 연하디연한 3월이 되고 만다. 가장 강하고 가장 연한 어머니의 텃밭에서 배추꽃과 무꽃이 핀다. 이곳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있었으면 한데 시절은 수상하게 변해버렸다. 


자연은 그 나름대로 생명으로 이어지고 있는데 말이다. 가장 빠르고 정확한 시대가 왔는데 수선화의 꽃잎에서 한참 머문다. 3월의 길에서 가장 느리게 걷는다. 여기서 웃는 모습도 우는 모습도 봄빛같이 눈이 부시다. 멈춰 있는 듯 자그만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그 나이도 그 시절에 맞게 걸어가고 있는 듯하다. 나이와 그 간격의 차이를 최소화해 오늘의 즐거움을 찾아본다. 수선화와 나와 간격을 줄어가는 일이 오늘 내가 살아가는 식량이다. 


뜰에 매화꽃, 살구꽃의 향기가 꽃을 찌른다. 봄빛은 꽃을 아름답게 피게 한다. 대지의 기운이 오를 때 피는 꽃을 보면 느낌이 사뭇 다르다. 땅에서 불쑥 연두 빛 기다림으로 피는 수선화를 본다. 마음과 마음이 피었을 적에 꽃과 하나가 된다. 
3월의 낯 설은 길 위에서 연두 빛 같은 기다림을 보았네. 그 기다림이 나와 가장 가까운 데에서 꽃이 피었네. 앞으로 걸어가는 만큼 그 꽃이 되기를 바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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