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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탄족이 느끼는 행복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3.03.23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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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간은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를 원한다. 하지만 '행복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받으면 선뜻 떠오르는 답이 없어 한참동안 망설이며 대답을 미루게 된다. 경제적 풍요나 사회적 지위·명예 등 외형적인 것에 따라 행복순위가 결정될 것 같지만, 행복은 결코 성적순이 아니라 말이 있듯이 인간이 추구하는 행복이 무엇인지를 쉽게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유엔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 발전해법 네트워크(SDSN, United Nations Sustainable Development Solutions Network)’는 2022년 10번째 행복보고서(2022 World Happiness Report)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전 세계 149개국 대상으로 3년 동안(2019 ~ 2021년)의 경제·사회적 데이터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행복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를 바탕으로 국가별 행복지수를 산출했다. 평가항목은 국내총생산(GDP per capita)·사회적 지원(Social Support)·건강기대수명(Healthy life expectancy)·삶에 대한 선택의 자유(Freedom to make life choice)·관용(Generosity)·부패지수(Perception of corruption) 등 6개 항목이다. 


결과는 상위 10개국 중 10위를 차지한 뉴질랜드를 제외하고 모두 복지선진국들인 핀란드 등 유럽 국가였고, 북미 국가 중에서는 캐나다가 15위, 미국은 16위를 차지했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대만이 26위로 순위가 가장 높았고, 일본 54위, 한국 59위, 중국은 72위를 차지했다. 반면 행복지수가 가장 낮은 나라는 아프가니스탄·
레바논·짐바브웨 순이었다. 경제력으로만 보면 아시아에서는 일본이나 우리나라가 당연히 상위 순위에 올라가야 하지만, 물질적 풍요가 행복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 간접적으로 증명해주고 있다. 


보건사회연구원이 2019년 5월부터 6월까지 전국 만 19~80세 국민 5,0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이 생각하는 행복의 조건을 1. 좋은 배우자와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것(31%), 2. 건강하게 사는 것(26.3%), 3. 돈과 명성을 얻는 것(12.7%), 4. 소질과 적성에 맞는 일을 하는 것10.4%), 5. 여가 생활을 즐기는 것(7.6%), 6. 자녀 교육을 잘하는 것(6.5%) 등으로 순위매김하고 있다. 이 조사결과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돈과 명예가 상위 순위를 차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보다 앞선 순위는 좋은 배우자와 행복한 가정을 꾸려 생활하는 것과 건강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물질적인 풍요나 남들에게 인정받는 명예가 최고의 행복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자본주의사회에서는 돈이 없으면 불편하다. 그것도 많이 불편하다. 그러나 돈이 많다고 해서 반드시 행복한 것은 아니다. 돈이 없어도 충분히 행복을 누릴 수 있다. 행복한 삶은 물질만으로 전부 해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실생활에 있어서도 아무리 돈이 많은 사람이라고도 해도 건강하지 않으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돈을 하고싶은 일에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생을 마감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내 삶에 있어 행복이 무엇인지 기준과 목표를 찾아 정하고 그에 맞춰 생각하고 실천에 옮겨가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행복하기 위한 인생의 큰 목표뿐만 아니라 하루 하루의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방법까지 놓치지 않는다면 나만의 행복을 누리는 날들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난해 연말 보름 동안의 몽골 겨울철 트레킹 중 타이가(Taiga, 냉대기후 침엽수 산림지대) 숲속에서 순록들과 함께 유목생활을 하면서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차탄족들을 생활근거지를 찾아가서, 2박 3일 동안 차탄족들과 함께 일상생활을 하면서 그들의 삶을 직접 경험하는 기회를가졌다. 


너무 짧은 기간이기는 했지만 전기·통신·수도 등 현대 문명의 이기와는 단절된 원시 그대로의 환경으로 편의시설들이 매우 열악하여 먹고 자는 기본적인 것들도 제대로 해결할 수 없을 정도였고, 숙소 밖으로 나와서 숨을 내쉬면 뱉어낸 김이 금방 하얗게 얼어버릴 정도로 견디기 힘든 추위때문에 불편을 넘어 고통스럽기까지 했다.


순록들을 키우면서 살고 있는 차탄족들은 순록의 먹이인 슐란(Shulan - 한랭성 '순록이끼(Reindeer Moss)이 있는 장소를 따라 이동하는 일을 되풀이하는데, 이 때문에 이동식 주거시설인 오르츠(Ortz)에서 생활하고 있다. 일정하지는 않지만 한 곳에서 평균 20일 정도 생활하므로, 일년에 17~18번은 옮겨다녀야만 하는 힘겨운 유랑생활을 하면서 삶을 이어가고 있다. 


그들과 언어소통이 안됐고 접촉하여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짧아서 자세히 알 수는 없어 함부로 평가할 수는 없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삶에 대해 비관하거나 불행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차탄족 가족들은 비록 인간들의 발길이 거의 닿지않는 춥고 외진 타이가 숲속에서 순록들과 함께 힘들게 살아가고 있지만, 결코 불행하다고 비관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들의 생활에 만족감을 느끼고 있고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함께 하는 순록들을 단순히 생계에 도움을 주는 가축이 아닌 가족처럼 생각하고 생명에 대한 존중을 잃지않고 자연에 순응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깨닫고 실천하면서 순록들과 함께 자연 속에서 삶을 꿋꿋이 이어나가고 있음을 느꼈다. 


인간이 일생을 의미있게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이라고 한다면, 행복은 결국 인간이 추구하는 가치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오래 전 읽었던 법정 스님의 책『홀로 사는 즐거움』중에서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구절을 소개하면서 글을 마무리한다.
"나 자신의 인간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내가 얼마나 높은 사회적 지위나 명예 또는 얼마나 많은 재산을 갖고 있는가가 아니라, 나 자신의 영혼과 얼마나 일치되어 있는가이다."

 

 

이승창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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