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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찾아와 자연산 수산물회사 차리자고

지방소멸대응프로젝트 해녀 이야기 공춘화 (70) 해녀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3.03.30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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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춘화 해녀를 처음 본 순간 저 분이 해녀가 맞나? 다른 분이 나오신 건가? 해녀가 아닐 것 같은데?' 짧은 순간이었지만 많은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이유인즉, 지난해 슈트를 입은 모습을 본 적이 있어서다. 큰 키와 늘씬한 몸매 잡티 하나 없는 얼굴, 나이를 물어보니 70세란다.


″머할라고 나를 이렇게 만날라고 해싸까 잉~″
'전복 요리로 하도 유명하시니까 전복요리 이야기도 들어보고 물질하는 모습을 기록하고 생애사를 듣기 위해서죠'
″이야기를 할라먼 책으로 몇 권 인디? 어찌게 다 들을라요″
'그래도 조금만 들려주시죠'


공춘화 해녀는 소안면 동진리에서 태어났다고 했다. 말 그대로 딸 부자집 7공주 중 두 번째로 태어나 50여년을 해녀로 살아왔다고. 
″아버지가 머구리배 선장이었는데 내가 19세 때 갑자기 돌아가셨어요, 어머니는 약간 공주과였는데?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니 집안에 중심을 잡을 기둥이 없어 제가 발 벗고 나서서 물질을 시작했죠"
"당시 동진리는 300호 정도 되는 굉장히 큰 마을이었고 해녀들도 여러 명이 있어서 물질을 쉽게 배웠어요″   

 

 

″마을 앞 짝지(자갈로 이루어진 해변)가 좋아서 헤엄친 것은 물개 같이 잘했어요. 특별히 어려움 없이 물질을 시작했어요″      
그녀는 뛰어난 물질 실력으로 시집간 언니를 제외하고 남은 동생들을 모두 시집보냈다고 한다.


남편분은 어떻게 만났냐는 물음에 잠시 망설이던 공씨는 지금이야 웃으면서 이야기 하지만 신혼초엔 이혼까지 할려고 했다고 한다.
″나는 스물 두 살 때 결혼을 했어요! 남편집이 노화 염등리인데 당시에 사촌 오빠집에서 하숙을 하며 이발사를 했거든요. 시골에서는 실력이 나름대로 좋은 사랍이었거든요" "그래서 어찌 어찌해 결혼을 했는데 시댁에 가보니 마을이 너무나 깡촌이어서 말이 안나왔어요″


공 씨는 20여년 전 완도에서 아주 유명한  『대도한정식』 식당을 운영 한 적이 있는데 남편이 친구 보증을 잘못 서주는 바람에 식당을 접었다고 했다. 
″잘 아시겠지만 『대도한정식』이라고 5년 정도 운영을 했는데 남편이 친구 보증을 잘못 서주는 바람에 건물이 통째로 넘어가 버렸어요″
물질을 하면서 남편과 함께 운영한 식당은 정말로 문전성시를 이뤘는데 친구의 보증문제로 하루 아침에 문을 닫았다고. 

 

 

그동안 전복요리를 개발하고 식당에서도 판매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부탁하자 그녀는 망설임 없이 이야기를 꺼냈다.     
″해녀를 오랬동안 하다 보니 해산물에 대해서 경험으로 잘 알게 되고 자연산 전복젓갈, 성게 젓갈, 전복장조림, 전복보양탕을 처음으로 개발하고 식당에 메뉴로 선보였어요, 손님들에게 인기가 엄청났습니다"


"전남의 모 대학교수가 자연산 수산물을 가지고 회사를 차리자고 서너차례 방문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너무 바쁘게 살고 회사를 운영하기에는 제가 역부족일 것 같아서 포기했죠″


공 씨가 수산물에 대해서 잘 알게 된 것은 해녀 초기시절 소안도에서 생활할 때 좋은 수산물을 잡고서도 유통망이 갖춰지지 않아 판매도 어려웠고 냉장이나 냉동보관 시설이 없어 젓갈을 많이 만들어 봤다고 한다. 


자랑거리를 하나만 이야기 해주라는 말에 자식자랑하면 안된다면서도 아들과 막내딸 이야기를 꺼냈다. 
″아들이 대한항공을 다니다 지금은 개인사업이자 회사 생활하고 있는디 매달 용돈을 보내, 액수는 비밀이여! 지금 15년이 넘었어! 그것이 잴 자랑스러워, 또 딸이 LA서 살고 있는디 로펌을 두 개나 가지고 있는 집안이여″


″딸이 결혼하고 미국을 한번 다녀왔는데 두 번째 딱 갈려고 준비를 하던차에 코로나가 와부러서 몇 년을 못갔잔애, 그란디 7월에 미국에 다녀오라고 아들이 뱅기표를 예약해 놨다고 한당께″
공씨는 처음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들뜬 마음으로 자리를 일어섰다.  
                                

다도해해양문화연구원 유영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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