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그대, 봄의 정원 청산도로 오라!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3.03.30 14:11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심장이 약한 루이즈 멜러드에게 그녀의 남편, 브렌틀리가 죽었다는 소식을 어떻게 최대한 조심스럽게 전해야만 한다는 것을 조세핀과 리쳐스는 알고 있었다. 
"열차 사고가 났는데, 루이즈," 루이즈의 언니, 조세핀이 조용히 말을 꺼냈다. 


루이즈 남편 친구인 리쳐스는 조세핀 옆에 함께 서 있었다.
사고 소식은 리쳐스가 가지고 왔지만 조세핀이 떨리는 목소리로 두서없이 동생에게 전하기 시작했다.
"리쳐스...가 신문사에서..."
"사고소식을 접했는데...."
"루이즈...루이즈... 브렌틀리의 이름이 리스트에 있었데."
"브렌틀리가.... 죽었다고 해, 루이즈..."


대부분의 여자들이 그러듯이 루이즈는 심각하게 이야기를 받아들이질 못했다. 
더우기 그 소식으로 인한 자신의 심정이나 건강하지 못한 심장을 신경쓸 수도 없었다. 조세핀의 말을 듣자마자 빗물같은 눈물이 흘러내리며 언니의 팔에 안겨 울고 또 울고 흐느껴 울기만 하였다. 


그러다 갑자기 눈물을 멈추고 일어나더니 혼이 나간 사람마냥 혼자 2층에 있는 자기방으로 올라갔다. 아무도 함께 있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듯.
방안에 홀로 있는 그녀는 나른한 햇빛이 들어 오는 격자무늬 창가앞 의자에 앉아 멍하니 창밖을 내다 보고 있었다. 좀전의 오열로 인해 지쳐있는 몸은 바닥에 떨어진 나비의 시체처럼 싸늘하게 느껴졌고, 마음과 가슴은 쓸쓸하고 허전하여 한겨울의 매서운 바람이 드나드는 속이 텅빈 통나무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창밖에 있는 싱그런 나무들을 무심히 바라보고 서 있었다.


봄비에 섞여 퍼지는 로즈메리향처럼 은은한 공기 속에서 누군가 노래하는 소리가 크루센토를 이루며 바라보고 있는 시야에서 메아리치며 바람을 타고 퍼져 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덩쿨 담벼락위에서 청명하게 지저귀는 황금방울새와 새하얀 털로 뒤덮힌 귀여운 뱁새닮은 뭉게구름 사이로 엿보이는 투명한 조각하늘이 그녀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고 있었다. 


루이즈는 아무 말없이 조용히 앉아 있었지만 아직도 그녀의 볼을 타고 눈물은 흘러 내리고 있었다. 
여전히 젊고 눈부시게 아름다우며 개성있는 얼굴의 그녀지만 두 눈빛에는 모든 기억들이 사라져 이젠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은 채 세상의 빛들은 모두 잃어버린 것처럼 보였다. 


세상은 아직 당신과 나의 곁에 있음에도 당신의 모습과 사라져버리는 빛으로 슬픔이 밀려와 저 파란 어둠 속에서도 시간은 사랑으로 물들어 잠들지도 않는데 내 눈빛속에 남아있는 당신, 당신은 왜 잠들려고 하나요.
시간은 여전히 우리곁에 있는데 당신은 왜 나를 떠나려고 하나요.
나는 아직 준비가 되지않았건만 당신은 왜 나를 홀로 있게 하나요. 나, 어찌 당신없이 이 세상을 살아가란 말인가요.


이런 생각으로 그녀는 창밖의 푸른하늘을 바라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니 어떤 생각을 하는 것도, 어떤 것을 바라보는 것도 아닌 멍한 상태였다고 하는게 맞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인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 때, 그 무엇인가가 그녀에게 다가오고 있었고 그녀는 뭔지 모르는 불안감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무엇이지?' 그녀도 알 수 없었다. 그것에 대한 정체도 알 수 없었으나 먼 하늘로부터 아스라이 다가오고 있는 무엇인가를 느끼고 있는 것이었다. 


케이트 쇼팽의 한시간의 이야기(One Story Of An Hour)의 주요 부분이다.
작가들의 글을 읽다보면 가끔씩 그들의 표현에 경이로움을 느낄 때가 있다. 
그것은 마치 피사체 위에 빛의 왕관을 씌운 느낌이 든다고 할까? 
평범한 것은 사물이 다 장악하고 있는 것처럼 모든 감정에 개성을 부여하여 비범하게 만들고, 복잡한 것은 핵심을 꿰뚫어 인내심을 가지며 엄격하게 통찰 한 후 가설을 세워 검증시킨다.


낡아 빠진 토착의 죽은 문장들을 소생시켜 실제보다 더욱 녹색을 띈 들판을 묘사하여 생기 발랄함을 독자들에게 주기도하고, 바람소리를 들으며 파도처럼 몸이 높아지는 상상에 잠기게하며, 문장의 날개를 달아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밤이 새도록 날아 다니게 만든다.


그것은 자유. 글이 품고 있는 힘, 글 속에서 자유롭게 자유하는 일. 
작가들의 이상은 사회적 고립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를 주는데 일조하며, 메타포와 상징이 현실에 섞여 형체없는 무한한 애정을 품게 만들어 준다. 


가끔은 피로에 쌓여 있을 때 부드러운 언어의 무릎을 베고 누운 작은 소녀처럼 활자가 쓰다듬는 손길에 나를 맡기는데 그럴 때 포근하고 아늑한 느낌의 은유들은 영원한 잠에서 깨지 않는 마법을 꿈꾸게 하는 자장가가 되어 주는 것만 같다.
겨울을 깨우는 봄 또한 문장이 주는 자유와 크게 다르지 않다.


봄에 귀를 기울이면 부드럽고 감미로운 소리, 살결처럼 은은한 향기, 맑은 공기의 신선한 색을 통해 전해져오는 빛을 통해  천천히 나에게 도달한다. 
서서히 나를 흥분시키기 시작했고, 귓가에 속삭였다.

 

 

그대, 봄의 정원으로 오라.
이곳에 꽃과 술과 촛불이 있으니
만일 그대가 오지 않는다면 
이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리고 만일 그대가 온다면
이것들이 또한 무슨 의미가 있는 가!

 

잘랄루딘 루미의  봄의 정원으로 오라처럼.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로 지정받은 청산도에서 오는 4월 8일부터 5월 7일까지 총 30일간 「2023 청산도 슬로걷기 축제」의 슬로건은 루미의 봄의 정원으로 오라처럼. 
"봄봄봄, 치유정원 청산도로 오라!" 
그러면 어디 함 가볼까?(계속)

 


김미협 수필가

저작권자 © 완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