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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몸으로 태어나 불완전하기에 서로와 어울린다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23.03.30 14:42
  • 수정 2023.03.30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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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상에서 따뜻한 온기를 느낄 때가 봄이다. 봄은 굳어져가는 몸도 재생의 에너지로 싹을 돋게 한다. 생각을 다시 새롭게 하여 너를 보게 한다. 봄은 최초의 몸이다. 이것이 달라질 때 또 봄을 맞는다. 


내 육신과 마음이 힘이 들 때 봄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때가 나를 힘들게 할 때도 있지만 때가 되면 새롭게 나를 찾아온다. 송곳니가 올 봄에 빠졌다. 입 안에서 한 움큼 없어진 듯하다. 때가 되니 내 육신에 떠난 이가 생기고 만다. 떠난 만큼 그 자리에 채워 넣으라는 뜻도 있다. 
자식을 위해서 남을 위해서 그런 뜻도 있겠지만 자신이 자신을 위해서 그 빈자리를 채우는 일이 나이가 들어보니 알겠다. 봄은 구체적으로 들려다 봐야 봄이 말하는 뜻을 알겠다. 


밭둑에 새까맣게 탄 곳에 새싹이 돋는다. 그 속에 쑥들이 올라온다. 머윗대가 대나무 낙엽을 뚫고 올라온다. 이것들을 나물로 캐기 위해선 조심스럽게 앉아야 한다. 그래서 봄은 하나하나 움직임에서 온다. 


봄은 나에게로 직접 오는 것도 있지만 그를 통에서 나에게로 오는 것도 있다. 아름다운 사람과 이어지는 것이다. 지난날 같으면 봄 편지가 그렇다. 봄 편지 속에 나쁜 소식이 있겠는가. 모두 다 그리운 소식들뿐이다. 봄의 꽃잎을 세어넣는 듯하다. 


젊은 날에는 봄이 추상적으로 전해왔다. 나이가 드니 이제 봄의 꽃잎을 세기 시작한다. 목련 꽃잎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그 사이로 봄바람이 지나갈 수 있게 말이다. 꽃잎을 셀 수 없을 정도로 붙어 있어도 자세히 보면 꽃잎 사이 그림자가 보인다. 산 벚꽃 멀리 보아도 그 속에 앉아서 꽃을 보고 있다. 수선화 여린 잎도 태어나기 이전에 눈물을 짓기 위해 울음보를 만드는 연습을 수없이 해왔을지도 모른다. 


누구를 사랑하기 위해선 모자람이 필요하다. 꽃잎 사이들이 완벽한 간격을 유지하면 그 꽃을 누가 보러 오겠는가. 봄의 꽃들은 불완전 관계 속에서 서로 어울린다. 봄바람은 모든 꽃과 새들의 이름을 짓는다. 너와 나와 관계를 이야기한다. 설렘과 서운함과 그리고 눈물까지도 이야기한다. 


하나하나 봄꽃을 세기 시작할 땐 내 옆에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가장 가깝게 있는 사람과 따뜻한 봄꽃을 보기 위함이다. 봄눈이 이제 온 세상을 밝게 만들었다. 꽃잎 하나가 봄 전체를 보기 위해 태어나기 이전 어떤 악기하고 노래 불렀다. 


완전한 음과 리듬을 갖추고 불렀을까. 살아보니 못 갖춘 상태가 오히려 도움을 받는 것이 아닌가 싶다. 봄꽃들 사이는 얼마만큼 거리가 있을까요. 지금까지 그 사이를 재기 위해 살아왔다. 그러나 그 틈새는 없다. 아마 그 틈새가 있다면 우리들의 상상력의 공간이다. 모든 만물의 이해의 공간이 될 수도 있다. 가장 맑고 향기로운 이상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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