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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별의 정원 청산도로 오라!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3.04.06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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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을 떠났던 남편이 열차사고로 죽었다는 소식을 언니와 남편 친구를 통해서 들은 루이즈는 절망적인 심정으로 자신의 방에 홀로 앉아 창밖을 통해 바라보는 풍경으로부터 마음속에서 서서히 일어나고 있는 무엇인가를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호흡이 가빠지고 심장 박동이 빨라진 그녀는 무언가 다가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것이 존재를 찾아주고 자신을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무엇인 것 같았다. 그것과 마주하며 알아낼려고 애를 쓰고 있었지만 그녀의 마음은 작고 여린 하얀 두 손만큼 나약하기에 쉽게 찾아 낼 수가 없었다. 갑자기 그것과의 싸움을 중단하고 잠시 멈췄다. 그리고 그녀의 입술에서 엷고도 작은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Free", free, free, free!" "자유" 속삭임은 점차 커지며 환희에 찬 큰 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 
"자유, 자유, 자유!" 그녀는 분명 남편의 시신을 보면 눈물이 또 나올 것을 알고 있었다. 
'늠름하고 따뜻한 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싸늘할 것이고, 사랑스러운 두 눈빛의 얼굴은 잿빛으로 창백할 것이다.' 라고 머리 속으로 떠올려 보았다. 


그리고 그녀는 먼 미래를 내다보며 자신이 혼자 겪어 나가게 될 앞으로의 세월들을 생각하며 몹시 들 떠 있었다. 이제 그녀가 흥분된 마음으로 환영하며 맞이 할 혼자만의 시간들에게 두팔을 활짝 벌리며 벅찬 감정으로 포옹하고 있는 것이었다. 


스쳐지나가는 생각들과 뒤섞이며 공허함과 두려움이 사라지고 흥분으로 가득한 그녀의 두 눈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항상 남자들은 자신들이 해야 할 일과 생각하고 있는 방법들을 아내에게 강요해야 한다고 믿고 있는데 갑자기 루이즈는 그런 것들이 매우 잘못 되었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녀는 그런 관념을 깨트리고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됐다. 


그리고 여전히 그녀는 남편을 사랑하고 있지만 가끔은 그렇지도 않았음을 느끼게 되었다. '지금 사랑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이제 그녀는 자유가 사랑보다도 더 강하다는 것을 인지하게 된 것이다.
"Free!" "자유! 나의 몸과 마음이 더 할 수 없이 자유로워!" 루이즈가 다시 큰소리로 외쳤다. 
그녀의 언니, 조세핀이 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동생의 외침에 놀래서 말하였다. 
"루이즈 문 좀 열어줘" "넌 지금 스스로를 고통스럽게 만드는거야. 너의 허약한 심장을 생각해야지."


"대체 방에서 혼자 뭘하고 있는거니", 조세핀이 문고리를 흔들며 울부짖었다.
"언니, 내버려둬, 난 아프지 않으니까."라고 루이즈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녀는 앞으로 자유롭게 홀로 살아가는 자신의 인생이 아주 오래오래되길 희망하면서 바로 어제까지의 인생은 너무나도 따분했다고 생각하며 방문 앞으로 걸어가 문을 열었다. 그녀의 두 눈은 어린아이처럼 투명하게 빛났고 두뺨은 빨갛게 잘 익은 사과처럼 붉게 물들어 있었다.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강인함을 자신이 지니게 된 것을 확인하고 터질듯한 벅찬 마음으로 언니와 함께 남편 친구, 리쳐쓰가 기다리고 있는 아래층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그 순간, 한 남자가 현관문을 열고 막 들어서고 있었다. 죽은 줄만 알았던 블렌틀리 말라드, 루이즈의 남편이었다. 
그는 여행가방과 우산을 들고 현관앞에 서 있었다. 덥수룩한 수염으로 인해 피곤함은 겹겹이 쌓여 보였고, 눈밑에 어두운 빛으로 더욱 초췌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그는 열차사고로 죽지도 않았으며 사고가 난 줄도 몰랐던 것이었다. 


오랜 출장길에서 돌아온 그는 아내, 조세핀의 갑작스러운 충격적인 외침으로 인해 너무 놀래서 들어서다 멈출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친구인 리쳐쓰마져 아내가 자신을 볼 수 없도록 그 둘 사이를 황급히 이동하며 앞을 가로막는 행동 역시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리쳐쓰의 움직임은 너무 늦고 말았던 것이다. 루이즈는 이미 남편을 보고 만 것이다. 
그리고... 의사가 도착하였을 때 그들은 그녀의 약한 심장이 원인으로 쓰러졌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녀가 기쁨 때문에 죽었다고 말했다. 
ㅡ of joy that kills. 기쁨이 그녀를 죽였다고.


케이트 쇼팽의 한시간의 이야기(One Story Of An Hour).


책을 덮고 밤하늘을 올려다 보자, 그 밤처럼 밤하늘이 그렇게도 유난히 깊고, 별들이 그렇게도 찬란해 보인 적은 없었다.

 

 

모두 잠든 깊은 밤중에는 또 다른 신비로운 세계가 고독과 적막 속에 눈을 뜨고 있었다.
아름다운 유성 한줄기가 머리 위로 스쳐가고 모닥불 곁에서 별나라의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을 때 소설 속 루이스가 졸음에 겨운 머리를 어깨 위에 기대고 스르르 잠들던 순간처럼 가슴이 뛰었다.


그 순간 설렘으로 터질듯했던 심장의 고동소리와 몸속의 피의 물결은 멀고도 아득한 시공간을 타고 지금의 몸속으로 전해져 오고 있었다.


오직 아름다운 것만을 생각하게 해주는 그 맑은 밤하늘의 비호를 받는다면 누구라도 그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밤이 지켜낸 성스러움과 순결함은 고결하고 아름답게 느껴저서 가끔씩 그 아름다움의 깊은 처녀림 속으로 영혼을 밀어넣어 보고 싶은 밤.


내 영혼이 말갛게 씻긴채로 사랑의 순결한 시원에 가닿기를 바람하면서.
언젠가 별빛 찬란한 밤을 만나면 가장 맑고 순결한 높이에 어깨를 띄워놓고 별들의 시간 속으로 흘러가 볼 수 있다면.


혹시 아는가, 수많은 별들 중에 가장 빛나고 가장 가냘픈 별 하나가 길을 잃고 내 어깨에 내려앉아 고이 잠드는 모습을 보게 될지도.


아, 사랑하는 이여! 지나간 시간들과 함께 하였던 당신의 이름이 흐릿해지고 당신으로 인해 가슴뛴 시간들조차 기억할 수 없는 날이 온다하여도 나의 가슴에 주홍글씨 같은 당신의 이름은 붉은 문신처럼 내 심장속에 새겨져 있기에 당신의 그리움은 나의 사랑으로 영원함을... 혼자 걸어도 좋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걸어도 좋은 별의 정원 청산도, 그곳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바다의 한 방울이 아니라 한 방울의 바다 전체인 온 우주가 그곳에 있음을 느낄 것이다.


김미협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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