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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너의 가슴을 어루만질 때 피어나는 꽃잎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23.04.06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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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안부를 물어온다. 우리는 대지를 적히고 있지만 너의 가슴을 먼저 만지고 있다고 한다. 꽃들에서 먼저 만지고 있지만 너의 이마를 만지고 있다. 
물길은 저 먼바다로 가고 없지만 새싹은 자라 너의 발길 이르는 곳에 아주 부드러운 길을 만들어 준다. 


봄의 향기를 만들어 온 세상을 향기롭게 한다. 하얀 건반에 봄노래를 만들어주고 봄의 창공에 별을 바라보게 한다. 유채꽃에 하얀 나비는 리듬을 치며 노래를 부른다. 
생동하는 봄은 눈으로 보지 마라. 있는 감각을 모두 동원하여 감동하라. 눈으로 책을 읽지 마라. 소리 내어 시를 노래하라. 


그대 곁에 노래하는 사람이 있으면 장단에 맞추어 춤을 추어라.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으면 여러 번 생각하면 된다. 봄비는 반복된 일상이 아니다. 새롭게 태어나는 모든 생명의 고향과 같은 것이다. 
봄비를 기다리는 사람은 그리움이 많다. 우리 몸에 유기화합물이 흘러 영양분을 만들어 내듯이 봄비는 마음을 흐르게 한다. 


봄비는 슬픔과 기쁨을 만들어낸다. 움직이는 기쁨과 슬픔이 삶의 내용을 가득 채우고 만다. 봄비가 꽃을 만들어 내는 것도 그리움 때문이다. 대지의 움직임은 아름다운 선율이다. 


화학적 반응이 자연의 질서다. 이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면 된다. 오랫동안 빗물을 좋아했다. 봄비처럼 조용히 흐르는 강물을 좋아한다. 그리운 사람이 올 것 같아 멀리 있는 산빛을 본다.

 

봄의 골짜기마다 산벚꽃이 걷고 있다. 개울로 흘러가는 꽃잎을 보면서 밥한솥 지어낼 수 있을까. 낙화하는 꽃잎을 보면 따뜻한 밥 한 그릇 담아 볼 수 있을까. 이제 꽃잎은 밥이 아니다. 맑고 깨끗한 향기이다. 만남과 헤어짐에 서 있는 외로운 사람이다. 봄비는 먼 강물로 떠났어도 아름다운 사람이 남겨놓은 봄 향기가 자욱하다. 깨끗하게 단장한 보리밭에서 아침을 맞이하리라. 산벚꽃 지나가는 자리에서 아름답게 노래하는 산새를 기다린다. 해 질 녁에 야트막한 산 능선 넘어 아주 작은 마을로 들어간다. 


오래된 책 한 권과 만년필이 내 옆에 있다. 가끔 전화가 온 오래된 친구가 있다. 봄비를 맞고 갓 자란 봄나물이 있다. 
서둘지 않고 천천히 흘러가는 시간이 있다. 눈으로 읽지 않고 소리 내어 읽을 시집 몇 권도 있다. 


같이 노래할 친구 같은 기타도 있다. 봄비를 온몸으로 맞이하는 꽃들이 내 옆에 있다. 가장 순수하고 착한 본성을 듣는다. 
깨어있으나 알지 못한 것들이 많다. 나약한 존재가 얼마나 외로운지 모른다. 창문에서 마음의 소리를 듣는다. 자연은 채우지 않는다. 항상 비우라고 한다. 그러면 봄비가 와서 꽃을 피우리라. 헤어짐이 있으면 만남이 또 채워지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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