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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미소, 날개를 펼쳐 4월 들판의 노래가 되어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3.04.13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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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생성의 계절이다. 4월의 중간쯤은 봄의 2탄이 시작된다. 어디선가 봄은 스프링처럼 불쑥 올라온다. 


연한 새싹이 탄력적으로 우리의 마음을 만져준다. 무인 탐사선 보이저1호가 목성에서 보내온 지구 사진을 보면 창백한 파란 점이다. 그 점 속에서 80억 인구가 살고 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살고 있는 푸른 점에서 얽히고설킨 일이 있겠는가. 


모두가 아름답고 선한 일만 있을 것 같다. 집을 떠나봐야 내 집이 소중함을 안다. 빛의 속도로 몇 십 광년 떠나 봐야 푸른 지구를 그리워하듯이 말이다. 봄은 작은 먼지부터 시작된다. 작은 먼지가 모여 한 톨의 새싹을 돋게 한다. 4월의 작은 꽃들은 노란색이 많다. 


노란 민들레와 뽀리뱅이, 씀바귀 꽃이 4월의 들판을 노래한다. 키 작은 꽃을 앞에 두고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그리움이 없이 산다는 것은 너무 삭막하다. 4월은 만남의 계절이다. 누구를 간절히 그리워하고 그 만남이 이루어졌을 때 이보다 행복한 일은 없을 것이다. 


봄이 여기저기 불쑥 튀어 나온 것도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이미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사소한 것들이 모여 씨앗을 만들고 꽃을 피운다. 저 푸른 점 하나가 몇천만 년 세월을 갖고 있다니, 이 속에 사랑과 미움 그리고 눈물이 있다니 우리는 매일 기적을 만들고 있다. 


일상에서 스치고 지나가는 속에서 4월의 꽃들처럼 기다림이 있다. 살아 움직인다는 것도 서로 만남을 기대한 것이다. 텃밭에서 배추꽃이 잔잔한 미소를 짓고 있다. 무꽃은 꽃대가 통통하다. 아버지의 손등처럼 세월이 있는 듯하다. 무꽃 배추꽃 이리저리 오고 가는 노랑나비는 봄바람에 자유롭다. 4월의 꽃들은 채우는 일보다 비우는 연습을 하고 있다. 


다음 생명을 위하여 꽃은 마음을 비운다. 땅위에 빨간 동백꽃이 아름다운 이유는 가지에 매달려 열심히 피었기 때문이다. 살아있을 때 열렬한 만남을 그리워했다. 
한순간의 만남을 위하여 찬란한 봄을 준비했다. 열렬히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데에는 내 마음의 창을 만든다. 창이 울리는 순간은 먼 우주선을 타고 여행하는 기분이다. 
결국 하나의 점으로 수렴된다 해도 그 속에 영원한 생명이 있기에 아름답다. 4월의 꽃들은 상상력의 발현이다. 꽃이 지나간 곳에 또 다른 영혼이 있다. 작은 먼지로 시작하여 아주 작은 열매로 이어진다. 


작은 울림의 통이 점점 커진다. 봄의 향기는 새로운 공간으로 확대된다. 새로운 존재의 집이 생기되 절대 채우지 않는다. 
그래야 그 빈 통으로 노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를 먼 곳을 둘수록 소박한 즐거움이 있다. 먼 초록별 속에서 내가 있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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