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엔 현금이 귀해서 외지에서 학교를 다닌 학생들이 주말에 집에 와 다시 외지로 나갈 때면 쌀 포대를 하나씩 짊어지고 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 계란을 팔아 돈을 만들어 차비를 써야 하는 경우가 많았죠. 

어머니가 손에 쥐어 준 계란 몇 개를 가지고 가면 며칠 간 차비를 써야했는데, 어느 장날 아침, 어머니가 계란 3개를 주면서 차비로 쓰라고 하셨죠.
그때의 시골버스는 고무로 만든 버스 같았습니다. 비포장 도로에 장날이면 정원 이상의 사람들이 타기에 주머니에 넣어둔 계란이 혹여나 깨질까봐 책가방에 옮겨놓고 초긴장 상태에서 이리치이고 저리치이면서 종착지까지 왔는데 가방을 열어 보니, 그렇게 고이 간직해 온 계란 중 하나가 깨져 있었습니다. 

풀잎을 뜯어 책과 공책과 가방 안을 닦아내며 얼마나 아깝고 서러웠던 지 집에 돌아가면어머니에게 어떻게 말할까, 그래서 버스를 타면 어머니 생각이 진하게 납니다. 
또 어머니께서는 항상 자식들 하나라도 맛있는 거 먹이려 5일장만 되면 버스를 타고 장을 자주 보곤 하셨습니다.

그때마다 어머니께서는 “궁희야, 버스타고 장보러 갔다오면 삭신이 쑤신다.”고 말하셨습니다. 그땐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왜 저렇게 힘들어 하시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어머니께서는 힘든 세상을 사셨다는 것을요. 그 마음을 품고 지난 4월 10일 장날에 저는 완도군청 앞 정류장에서 출발하여 신지면까지 운행되는 시내버스를 타고 주민들의 짐도 들어주고 애로사항도 들어보았습니다.

장날이라 그런지 금세 버스가 꽉 찰 정도로 어르신들이 많이 탑승하셨습니다. 반갑게도 고향 분들도 함께 타셔서 무척이나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80세 어르신 한 분은 저에게 “아직도 군의원 하고 있소, 이장할 때가 어그제 같은데 참으로 잘 되었소, 이것 저것 다 해보시오잉~”하고 응원의 메시지를 전해 주셔서 좋은 기운을 받았습니다.

또한, 이날 버스에 탑승한 어르신께서는 버스 속도가 빨라 멀미가 날 것 같다며 서행운전과 함께 버스의 노선도 많이 생기고 여러 번 많이 다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하셔서, 참 고민이 많아졌습니다. 그래도 어르신 편의를 제공하는 일이라면 주민들을 위한 행정을 해야겠다고 다짐을 해봅니다.

아울러, 제가 느끼는 시내버스는 내부적인 문제도 있지만 외부적인 문제도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특히, 장날이 되면 사람이 많이 타는데 노선도 많이 없었고, 버스 좌석도 많지 않아 좌선 하나당 두명~세명의 어르신이 버스 땅바닥에 앉아서 장을 봐온 모습을 보니 굉장히 제 맘이 짠하게 작용을 했습니다. 

공용버스는 있는 그대로 주민들을 위한 버스입니다. 
그리고 대중교통은 더더욱 주민들을 위해 시설들이 잘 갖춰져 있어야 한다는 다짐을 더더욱 하는 것 같습니다. 오늘부터라도 시내버스 운행을 자주 타보고 주민들의 불편사항과 개선사항을 꾸준히 살피면서 주민들의 대중교통 이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아울러 완도군 전역에 산적한 지역현안들이 많이 있는데 주민들과 소통하며 함께 풀어 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