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청라 언덕에서 푸른 산빛의 노래를 듣는다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23.04.20 13:25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먼 산빛은 내 마음의 거울이다. 봄산은 부드럽게, 천천히, 노래를 부르며 들어오라고 한다. 
청라언덕에서 네가 내게 부르는 노래가 아니라 내가 나에게 부른다. 봄 산의 꽃들은 빨간 철쭉과 더불어 녹색으로 핀 꽃들이 많다. 


상수리나무, 도토리나무가 연녹색의 꽃을 피운다. 봄산에서 나온 나물은 그 부드러움의 절정을 이룬다. 고사리, 취나물, 엄나무가 지금 한창 자라고 있다. 나무뿌리는 중력 방향으로 뻗어가고 줄기는 반대 방향으로 자란다. 지구 무게의 발판 삼아 하늘로 가지를 뻗는다. 


우리가 하늘을 보는 데에는 발끝에서 에너지를 충분하게 공급해 주어서 가능한지도 모른다. 땅의 기운이 지구의 무게에서 나온다. 이 지구상의 모든 에너지가 순환하면서 동식물이 살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자연의 흐름을 봄 산에서 볼 수 있다. 


움직이지 않고 있지만 천천히 움직인다. 이것을 하루 차이를 두고 어제 자랐던 모습을 기억하면 된다. 봄 산은 소유자가 없다. 
천천히 걸으면서 봄나물을 끊으면 내 것이 된다. 봄 산에서 소유하고 무엇인가 욕심을 부리면 자기의 주체를 잃어버린다. 능력이 있어도 능력을 부리지 말아야 나와 공유할 수 있다. 산길에서 말하지 않기다. 


자기가 가는 길에서 자세하게 둘러보기다. 그동안 보이지 않던 야생화가 보인다.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게 가장 아름다운 삶이다. 산길에서 느릿느릿 걷는다. 여기에 모든 삶이 있는지도 모른다. 오직 내 발걸음 소리만 들으면서 현재의 순간들과 걷는다. 지구의 힘이 공평하게 나누워 주어도 현재의 순간을 알지 못한다면 행복은 지나버린 과거에만 집착하고 만다. 봄 산은 안으로 충실한 계절이다. 


어느 하나도 부러짐이 없다. 마음이 부드럽다. 내 안에서 이해가 되니 밖에는 있는 사물과 조용한 대화가 된다. 봄 산은 온갖 평안한 것들만 채웠다. 먼 봄 산을 봐도 내 눈이 맑아진다. 


취나물이 있는 곳에서 주저앉았다. 무심하게 먼 산을 바라볼 뿐이다. 걷다가 조용하게 앉아 있는 것도 마음의 평온이 찾아온다. 현재의 순간이 움직이는 것도 있고 멈춰 봄나물을 꺾는 재미도 있다. 


지구의 생명을 지탱해 줄 광합성이 봄 산에서 부드럽게 채운다. 햇빛은 푸른 산을 만들고 그 흐름이 우리들의 몸에서도 흐르고 있다. 자연은 이용하고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공유하는 데에 있다. 


길가에 꽃 한 송이에서 위로를 받는다. 관조적으로 바라볼 때 그리운 사람의 얼굴이 된다. 지구의 무게에서 에너지를 받고 햇빛에서 시작하는 에너지가 지구 한 바퀴를 돌 때 무한한 생명들이 숨을 쉰다. 봄 산의 산길은 마음의 여정이다. 밝고 깨끗하다. 느릿한 고갯길은 무의 위치를 깨닫게 한다.

 

저작권자 © 완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