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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산면의 4월에는 진달래가 흩날리고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3.04.27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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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갈의 마을에는 삼월에 눈이 온다.
봄을 바라고 섰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는 정맥이
바르르 떤다.
바르르 떠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는 정맥을 어루만지며
눈은 수천수만의 날개를 날고
하늘에서 내려와 샤갈의 마을의
지붕과 굴뚝을 덮는다.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김춘수

 

샤갈이 누구이길래, 시인은 샤갈의 마을엔 3월에도 눈이 내린다고 했을까?
‘샤갈의 마을’은 실재하지 않는 환상의 세계를 그린 것. 시인은 이러한 공간적 배경에다 ‘눈’과 ‘새로 돋은 정맥’, ‘올리브빛’, ‘불’ 등과 같은 은유적인 시어들을 풀어 봄을 전개하고 있다. 이들은 독자적인 이미지를 가지면서 감각적으로 조화를 이루어 봄의 순수하고 맑은 생명감을 마음에서 느끼게 하고 있다.


"…신이시여, 밤이 찾아왔습니다. 당신은 날이 밝기 전에 제 눈을 감게 할 것이고, 그리고 저는 하늘과 땅 위에 당신을 위한 그림을 다시 한번 그릴 것입니다." 
샤갈이 마지막으로 썼던 시, 이 시를 그림에 새겨 넣은 직후 눈을 감았다. 98세 나이였다.

 

 

색채의 마술사 샤갈, 그는 자신의 유년 시절의 체험을 자유롭고 몽상적으로 그렸다.
샤갈이 말하길 “파리에 와 있는 나에게는 고향 마을 염소의 얼굴이 되어 떠오른다. 사람이 그리운 듯한 염소의 눈과 나의 눈이 뚫어지게 마주 보고, 눈동자와 눈동자를 잇는 가느다란 선이 종이로 만든 장난감 전화처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논리와 자유 연상이 날카롭게 대립해 자유 연상이 우월해지면 대상의 형태는 부서지고, 마침내는 대상마저 소멸한다. 무의미함 속에 유의미한 시(詩) 즉, 자유가 이리하여 탄생한다. 김춘수는 그것을 본 것인데, 시인이 은유를 통해 시를 탄생시켰듯 샤갈 또한 은유적인 색채를 통해 그림을 그렸다. 


피카소는 샤갈의 그림을 보고 "마티스가 죽으면 색이 무엇인지 아는 화가는 샤갈 밖에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샤갈은 1913년 9월 독일 베를린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샤갈을 초대한 독일 미술상의 눈썰미는 정확했다. 대성공. 샤갈은 이후에도 몇 차례 전시를 성황리에 마쳤다. 
하지만 기쁨이 커질수록 뮤즈였던 벨라에 대한 그리움도 짙어진다는 걸 느꼈다. 이제는 즐거움을 함께 누리고 싶었기에. 그런데 자신의 곁에 없는 벨라. 그리움은 향수병으로 옮겨가 고향이 더욱 더 눈에 밟혔다. 


그리움과 향수는 들불처럼 번져갔다. 아침마다 간 유대교 예배당, 냄새 나는 생선 궤짝과 볼품없는 채소밭, 투박한 가족, 뒷동산을 제집처럼 뛰어노는 동물들이 보고 싶었다. 짐을 쌌다. 그리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샤갈하면 대표하는 그림이 나와 마을인데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가장 잘 표현된 걸작으로 꼽힌다.
미국의 미술사학자 HW 잰슨은 샤갈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고향의 의미를 이렇게 말했다.
“이 그림에서 샤갈은 어린 시절의 경험을 되살린다. 그것은 샤갈에게 너무나 중요한 경험이어서 그의 상상력이 기억을 지우지 않고 형성하며 이를 재구성했다”
이처럼 고향에서의 경험과 기억은 예술가의 작품 세계와 정체성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비단 예술가뿐이겠는가!
샤갈의 그림 중 눈에 많이 띄인 동물 하나가 염소다.
그런데 완도에서 염소하면, 또 어딘가?


우리 약산면이다. 
제17회 약산진달래&흑염소축제을 맞이하여 2023년 4월 22일 토요일 삼문산진달래공원에서 열린 완도군 약산면민의 날 행사에서는 약산면 당목리 거주하시는 차영숙 다문화가정지원봉사회장(당목리, 70세)께서 지역발전에 헌신적으로 노력하고 봉사활동으로 어려운 이웃 보호, 복지증진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약산면민의 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약산면민의 상을 수상한 차영숙 회장은 평소에도 주위에 어려운 이웃을 위해 꾸준히 헌신 봉사하는 등 지역사회 봉사에 힘써왔으며, 80년대 마을 부녀회장을 시작으로 6년간 새마을부녀협의회장, 4년간 약산적십자봉사회장, 2015년부터 현재까지 다문화가정지원봉사회장을 맡고 있으며, 지역발전과 주민화합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수상하게 되었다.


이날 차영숙 다문화가정지원봉사회장은 "저에게는 분에 넘치는 과분한 수상이라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약산분들이 주시는 상이 저는 개인적으로 대통령상을 수상한 것보다 훨씬 영광스럽습니다."


더불어 "나는 나눔과 봉사는 운명이라 생각하는 약산을 한평생 보듬고 살아왔고, 내 삶의 희로애락의 한가운데는 언제나 약산면이 함께했다. 나는 이제, ‘내 운명의 땅 약산’과 면민에 대하여 보답하고자 내 삶의, 내 마지막 남은 모든 힘을 다해 봉사하리라" 말했다.


최영미 약산면장은 “하나 된 약산면민의 화합과 친목을 다지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기를 바란다”며, “앞으로도 지역주민의 행복과 약산면 발전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전했다.


권사일 축제위원장은 “코로나19를 이겨내고 건강한 모습으로 오랜만에 모두가 함께 할 수 있어 빛나는 행사였다”며, “인정이 넘치는 행복한 약산면을 위해 모두 노력하자”고 밝혔다.

 

 


약산면 향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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