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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상태를 노래하는 꽃이 되는 이여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23.05.04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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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특징을 다른 사람이 불러준 이름이 별명이다. 예전에는 그 특징을 외향에서 찾는다. 본인이 듣기에는 기분이 썩 좋은 편은 아니다. 지금은 오라인 상에서 자기의 닉네임을 스스로 정한다. 


자기의 마음의 상태를 파악하여 스스로 이름을 짓는다. 자기의 주관적인 마음의 상태를 스스로 결정한다. 별님, 하늘님, 초록님, 바람하늘님 등 자연의 아름다움을 자기의 마음에 맞게 이름 짓는다. 야생화도 스스로 자기 이름을 지었다는 느낌도 있다. 


자연과 어울림도 있다. 가장 쉽고 편안한 이름이다. 이웃집 이모처럼 다정스런 이름이다. 옆집 아저씨 이름처럼 부르기가 거슬림이 없다. 자연의 흐름 따라 그냥 흘러가는 이름은 나도 그를 따라 흘러가고 싶다. 미나리아제비, 고추냉이, 미나리냉이는 그 과의 추상적 이름도 있겠지만 구체적으로 그 마음의 상태를 아주 간소하게 내놓는다. 


나의 닉네임은 꽃망울이다. 꽃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 아직 피지 않은 꽃망울을 좋아한다. 그리움도 함께 간직하면서 말이다. 미나리냉이도 자기의 이름과 더불어 닉네임도 있다. 살아가면서 별명과 예명 그리고 필명을 자기 스스로 짓는다는 게 자기의 삶을 주관적으로 결정한다는 뜻이다. 죽어서도 자기의 이름을 책임 짓는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미나리와 냉이 만나 살면 무슨 꽃이 될까. 바로 아주 작은 흰 꽃이 되었다. 잎은 미나리 잎을 갖추고 꽃은 냉이 꽃이 피었다.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운 감성과 생각을 나타낸 닉네임은 가장 아름다운 낭만주의다. 자기 결정권을 자연과 함께 실현한다. 그 이름대로 삶의 내용이 꽃이 된다. 살면서 자존감을 높이는 일이다. 미나리냉이는 자기 닉네임은 미나리황새냉이, 삼나물이다.

 

산속 그늘 곳에서 자기의 정체성을 들러내기 위해 잎줄기 끝에 꽃을 피운다. 타인이 이름을 지어주고 그 결과를 자기가 책임지는 시대는 지났다. 자기가 직접 지은 그 이름이 계절이 수놓은 풍경 속에 있다. 자기 운명의 꽃이 내 이름 앞에 와있다. 매 순간 매 눈길마다 기쁨으로 이름 부른다. 나의 꽃이여 그 이름이 여기에 있다. 


마음의 상태를 노래하는 이여. 나의 본성 앞에서 꽃이 되는 것. 아마 따뜻한 차 한잔 앞에 이름 부른다. 나의 별명은 내 옆에 꽃을 그리워하는 일. 꽃다지님, 애기똥풀님, 하늘바람지기님, 하얀수국님, 미나리냉이님 늘 부르는 이름이다. 


간소하고 편안한 이름으로 나를 부르게 하소서. 그 속에 하늘이 있고 바람이 일렁이며 언제나 새로운 꿈을 꾸며 5월이 수놓은 이름 앞에 매 순간이길 바라오. 귀여운 이름과 그 시간의 이름이 언제나 아름답게 피게 하소서. 5월의 풍경이 내 이름을 짓게 하고 풍요는 반복해서 노래 부르나니 초록이 모여 꽃이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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