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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전라남도 정원페스티벌 참여정원 부분 대상 고순아 작가

정원 예술, 음악을 손으로 만지고 있다는 느낌 같아요

  • 김형진 기자 94332564@hanmail.net
  • 입력 2023.05.11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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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공간과 빛깔이 꼭지점에서 만나 한순간에 물질을 만든다. 
이것이 해인삼매(海仁三昧) 대원(大圓)의 경지. 
이 말은 명상이나 수행을 통해 인간이 광대무변하는 이 우주의 천변만화하는 기(氣)를 포획하는 경지를 말하고 있는데, 동양의 종교와 사상, 학문까지도 이 기(氣)를 탐구하는 것으로 발전돼 왔다.


서양도 다를 건 없다. 분자와 원자, 힉스입자와 양자역학 등 미거시적 세계에 대한 과학적 접근 또한 따지고 보면, 우주를 생성해 형성하고 있는 단초에 대한  문제 풀이로 볼 수 있다. 


특히 동양에서 기의 탐구 중, 죽은 이에게서도 기를 받아보고자 풍수학이란 학문이 발전해왔는데 이로 유명한 이가 보길도에서 은거했던 고산 윤선도다.  
정원의 형태, 생태적 감각과 심미적 연출이 어우러진 고산의 원림은 좋은 땅 읽기의 결과물로서 이를 예술적 경지의 즐김으로 승화시켜 한민족 정원 문화의 원류를 정립시켰다. 


윤선도가 보길도 부용동 정원에 세운 세연정(洗然亭)은 그 이름 자체가 세속의 더러움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고자 한 고산의 뜻을 알 수 있는 곳이다. 고산은 이에 더해 인공 돌다리까지 만들어 우기에 폭포가 쏟아지게 해 그 소리로 세상 소음을 막았다고 한다.


이러한 자연의 이치를 인간이 가장 이롭게 살 수 있는 풍수지리에 접목해 집을 짓고 정원을 세운 곳으로 풍수를 공부하는 이들이 가장 많은 답사가 이뤄지는 곳이기도.
그런 점에서 정원문화의 원류가 되는 곳이 바로 완도가 되는 곳이고 정원페티스벌의 유치는 탁월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번 페스티벌에서 빛나는 점은 지역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냈다는 것.


앞으로의 행정이 가야할 길은 주민에 의한 자치역량을 어떻게 이끌어내고 키우느냐?인데, 이번 정원페스티벌에선 30팀이 참가해 경연하는 참여 정원 부문에선 처음 출전한 완도출신의 고순아 작가가 대상을 수상했다.
고 작가는 21년도 본지에 소개됐었는데, 그때만 하더라도 도자기 공예에 심취해 있었다.

 

 

2년이 지나 새롭게 선보인 분야가 조경 예술이다. 조경 예술은 조형 예술의 분야로 이는 공간 속에 형태나 형상을 만들어내는 예술로 회화, 판화, 조각, 건축, 공예, 설치 등을 총칭하는데, 이를 한 발 더 나가 실생활에 사용할 수 있게 실용화시킨 예술 세계다. 


한 단계를 넘어 한 차원의 문을 연듯 보였다. 고뇌가 컸을 것으로 보이는데, 예술뿐만 아니라 사랑과 수행 그리고 삶이 하나의 성장이다고 볼 때, 올바른 길을 가고 있는 듯 보였다.
고순아 작가는 완도읍 동망산 뒤쪽 산자락에 자리 잡은 잘 꾸며진 전원주택과 함께 있는 흙이랑 도예공방을 운영하다 최근엔 식물가게와 도자기공방, 테라리움을 함께하는 '풀담다'를 오픈해 운영 중이다.

 

 

출품한 작품을 설명해달라는 말에 고 작가는 제목은 '쉼이 있는 바다 섬'이다고 했다.
완도의 바다와 섬을 표현한 작품으로 치유의 섬 완도가 가지는 가치를 이해하기 쉽게 표현했다고.
모래와 바위, 바위솔, 그리고 황칠과 마삭줄 같은 완도 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를 사용해 섬의 생태계를 축소하여 반영하였다고.


여기에 완도 섬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꽃향기를 맡으며 평온하고 여유롭게 쉼을 즐길 수 있는 완도바다의 섬을 표현하고 파라솔에는 완도 군화, 군목을 상징하는 동백꽃을 그려 파라솔에 담았는데, 겨울에만 피는 동백이 아닌 사계절 동안 동백꽃을 볼 수 있게 담았다고 했다.


소품 중에는 해조류박람회 때 자신의 작품을 알아보며 전시를 할 수 있게 기회를 줬던 조정웅 전 소안면장에게서 얻은 돌도 포함돼 있다고.
어떻게 참여하게 됐냐고 묻자, 고 작가는 "완도에서 정원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참여 정원을 모집한다는 내용을 지인을 통해 알게 되었고 완도 군민으로서 치유의 섬 완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해왔다"고.


"완도를 잘 이해 할 수 있고 쉼을 즐기면서 몸과 마음을 치유 할 수 있는 곳이라는 걸 알려 드리고 싶은 마음에 신청을 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고 작가는 "큰 어려움보다는 다른 참여 작가님들과 소통하면서 작업하는 모습들을 서로 보고 즐기면서 할 수 있어 의미가 깊은 참여라서 좋았다"고 했다.
또, 완도에서 정원페스티벌을 개최해 함께 참여 할 수 있어 감사했는데, 큰상인 대상까지 받게 되어서 너무 기쁘고 감사하였다고.


고마운 사람들에 대해선 "참여 정원 모집에 참가해 보라며 참가방법도 보내주고 파라솔에 동백꽃을 그릴 때 색칠도 함께해 주며 도움을 주고 큰 돌을 구하지 못했다고 하니 기꺼이 소장하고 있는 돌을 내어 준 많은 분들이 있었다. 참 많이 감사하고 고마움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고.


이번 정원페스티벌에선 지역 내 활동하고 관심 있는 이들이 참여 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돼 바람직했다면서 자연을 함께 보고 느끼며 즐길 수 있어 행복한 축제로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고 했다. 

 

 

상금으로 받은 300만원은 어디에 쓸 거냐고 물었더니, 갑자기 웃으며 물욕이 생긴다고 했다. 
왜냐고 물으니, 작품을 만들 때 함께 고생했던 스탭에게 지인들 밥 사고 남은 건 모두 너 줄께 했단다. 


당초 잘해봐야 우수상 정도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대상을 받게 될 줄 꿈에도 몰랐다고. 
그럼, 누구에게 밥을 살 것이냐고 묻자, 고 작가는 "작품에 협조해 준 조정웅 면장님에겐 사야겠죠!"했다. 


조형은 여성들에겐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 있는 공간지각력이 필요한 분야, 그 세계는 어떤 세계냐고 묻자 고 작가는 "조형예술은 그 존립 기반을 공간성에 두기 때문에 공간예술이라 할 수 있죠. 공간성에 존립의 기반을 둔다는 것은 시각 촉각 운동 감각에 의존하여 이들 감각이 공간 의식을 지각하게 됩니다"
그러며 "일반 예술활동 보다 훨씬 더 종합적인 감각이 요구된다"고 했다.  


창조해가는 느낌은 어떤 느낌이냐 묻자, 고 작가는 "그 세계는 마치 음악을 손으로 만지고 있는 느낌"같단다.
힐링, 치유의 말 같다. 스스로가 힐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타자들 또한 그의 작품을 보고 힐링 받을 수 있다. 치열하다는 말로 부족한 현대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가는 사람들은 모두 몸의 한 부분, 혹은 마음의 한구석 아프지 않은 사람이 없다.
모두가 위로 받고 싶어하고 위로 받아 마땅한 상처 입은 타자들. 이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아니 힘겨워서 숭고한 삶을 위로하고 치료하는 가장 위대한 약은 지금 보다 아름다움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


그래서 가장 위대한 의사는 예술가다.
저마다 마음 한구석, 몸 한구석에 박혀 있던 오래 된 슬픔의 파편들을 말끔히 꺼낼 수 있는 세계.
예술 분야에서도 고차원에 자리한 아름다운 정원의 세계는 그래서 따뜻한 위로의 노래가 된다.
아름다운 노래로 누군가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하는 사람.
그런데 상금을 스탭에게 줬는지는 조금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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