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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추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3.05.18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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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여러분은 위 사진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드시는가? 들판 논두렁에 목줄이 매인 흑염소 한 마리가, 둑방길을 걷다 반려견의 몸에 묻은 털을 손으로 집어 내 주는 주인을 바라보고 있는 광경이다. 필자는 군외면 불목리에 있는 교직원 통합관사에서, 저녁 운동을 가다가 창 밖에 펼쳐진 이 모습을 보고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다양한 감정들이 교차했다. 염소는 강아지가 부러울 수도 있을 것이다. 들판에 내던져진 채 따뜻한 주인의 손길이란 없이, 새벽엔 차디찬 이슬을 맞으며, 한낮에 뜨거운 땡볕을 견디며 오롯이 혼자 살아내야 하는 삶. 또 목줄에 매인 채 몇 평 남짓한 논두렁만을 오가다가 결국 사람들의 밥상에 오르기 위해 죽게 되는 삶을 사는 염소는 논 건너편의 강아지가 부러웠을 것이다. 


강아지는 어떠했을까? 강아지는 염소가 부러울 수도 있을 것이다. 산책이라고는 하지만, 주인이 갈 수 있는 곳만을 같이 따라다녀야 하는 것이 전부이다. 곁을 지켜 주는 주인이 출근을 하게 되면 하염없이 주인만을 집 안에서 기다려야 하고, 집 밖의 자연에서 느낄 수 있는 풀내음과 신선한 아침 이슬을 강아지는 평생 느끼지 못할 테니까.


최근 보았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라는 영화에서는, 우주 실험체로 쓰이다가 버려진 로봇 너구리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완벽한 생명체를 만드는 것이 목표인 과학자가, 지구에서 여러 동물들을 잡아다가 우주선에서 이것저것 동물들의 신체 조직을 개조하면서 실험을 하고, 그 과정에서 따뜻한 마음과 지능을 가진 로봇 너구리가 악당을 물리치고 우주선의 동물들을 구해 준다는 이야기이다. 


필자 또한 동물 복지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접해 듣는다. 신약 개발을 위해 쓰이는 실험 동물들, 화장품 등이 나왔을 때 사람 피부 대신 여러 가지 신상품들을 먼저 접하게 되는 동물들, 장기 이식 실험을 위해 희생되는 동물들, 인간들의 밥상에 오르기 위해 비윤리적으로 길러지는 동물들 등....


인간들 또한 같은 동물이다. 우리가 살아가며 만나는 동물들도 인간과 같이 감정을 느끼고, 고통에 아파하며, 자유로움에 기뻐 웃는 존재이다. 물론 오늘부터 우리가 아무런 고기도 먹지 않고, 내 곁에 있는 동물들을 들판에 풀어 주어야 하고, 다짜고짜 사람들에게 새롭게 발명된 의학 기술을 접목해 본다거나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그들의 입장과 희생들을 가치 있게 여기고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 


나는 마트에 가서 장을 볼 때마다 ‘동물복지 유정란’이라고 되어 있는 계란을 보며 기괴하다는 생각을 가끔 하곤 한다. 복지는 수혜자에게 이익이 되고, 복지를 시행하는 사람은 무언가를 돌려받겠다는 생각으로 하는 것이 아닐진대, 동물복지 유정란은 철저히 그것을 먹는 인간에게 모든 이익이 돌아오기 때문이다. 


사람이 멋질 수 있는 이유는, 잘못을 할지언정, 내가 했던 행동들을 반추하고 더 나은 존재가 되기 위해 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우리 곁에 있는 모든 생명들을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아가시길 바라며 글을 줄인다.

 

최재원
완도중학교 사회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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