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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으로 적힌 그의 향기는 눈물과 아쉬움의 말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23.05.18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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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가 작다 하여 바람에 묻히지 않는다고 말하지 마라. 물이 닿지 않는 곳에 있다 하여 다시 떠날 수 길이 없다고 말하지 마라. 우리는 마지막 눈물이 있는 곳에 다시 떠날 수 있는 길이 있다. 


말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 번뇌는 아직 열망이 있다는 증거다. 물길 따라 머무는 곳에 내가 있네. 그리고 너는 꽃으로 나의 갈 길을 만들었네. 깊은 침묵은 잠에서 깨어나 나를 조용히 손을 잡고 있네. 바람은 투명하게 흔들고 있다. 맑은 빗물은 조용한 속삭임을 그리워하고 있다. 


나는 오늘도 여행 중이다. 오늘 발길을 머무는 곳이 마지막 지나침이 될 수 있겠다. 그러나 이맘때면 꽃이 피어, 내 마음이 적시는 곳이라 흔들리지 않은 존재의 자리다. 노랗게 부서지는 보리뺑이 꽃에서 내 눈물이 수없이 뿌려놓은 듯이 가슴이 벅차다. 
누가 내 곁에 와서 흔드는 사람이 있다면 가장 정직한 눈망울을 보겠다. 당장 귀찮은 일이 생길지라도 가장 깊은 곳에서 시작된 일이라면 나에게 기쁜 일로 생각하겠다. 개울물 소리에 꽃은 춤을 춘다 해도 눈을 감고 보겠다. 가슴에서 만든 눈물은 가장 정직하나니 너의 연민으로 보지 않겠다. 이제 새롭게 떠나야 하는 가장 위대한 행위이다. 


온몸으로 적힌 그의 향기, 눈물, 아쉬움 말이다. 들판에 물이 들어온다. 노랗게 핀 들꽃들도 하염없이 피어댄다. 시간과 공간이 아낌없이 채워간다. 하늘 아래 티끌 하나라도 자기의 갈 길을 가고 있다. 그가 머무는 자리는 위대한 생명이 싹을 틔우고 이곳은 항상 그리움이 살아 있다. 끝없이 펼쳐지는 싱그러운 5월은 꿈으로 가득 찬다. 상상력이 망망대해로 노 저어 간다. 바람 한 점에도 흔들리는 들꽃들도 전율에 침묵한다. 


아주 작은 파고에 귀를 기울이고 정적의 미를 노래하리. 들꽃 중에 씀바귀 꽃은 논두렁에서 핀다. 겨울에 납작 엎드리어 추위를 피한다. 지금은 새파란 잎에 둘러싸여 노란 꽃이 핀다. 옛사람들은 봄이 오면 입맛을 돋우기 위해 쓰디쓴 씀바귀나물을 먹었다 한다. 노란 들꽃은 병아리 걸음으로 걷는다. 왈츠의 걸음으로 봄을 노래한다. 


사계의 봄은 이미 떠난 사람과 새롭게 다가올 사람들이 만나는 계절이다. 노란 들꽃을 보다가 담장에 빨간 장미를 보면 당장 사랑의 열정이 달아오를 것 같다. 봄이 지나온 자리는 아쉬움과 새롭게 열망을 원한다. 자세히 들꽃을 보면 지나온 세월이 눈물짓고 있다. 


사랑스런 들꽃을 보면 또 강물처럼 흘러간다. 논둑길 따라 내 발걸음 소리를 조용히 듣는다. 귀엽게 핀 씀바귀 꽃들도 지나간 세월을 여운으로 침묵한다. 살아있으나 날쌤을 자랑하지 않고 움직이지 않고 있으나 조용히 침묵하는 너. 시간의 단아함을 아름답게 수놓은 너. 고독한 내 가슴에 사무치게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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