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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은 백년지계(百年之計)

완도시론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3.06.29 15:15
  • 수정 2023.07.01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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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의 계획은 곡식을 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없고”
“십 년의 계획은 나무를 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없으며”
“백 년의 계획은 사람을 키우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1950년대 6.25전쟁으로 인한 참혹한 터전 위에서 탄생하였다. 이렇다 할 자원도 없었으며, 선진국이 가진 자본이나 기술력 또한 전무하였다. 그랬던 대한민국은 60년~70년대 소위 말하는 ‘한강의 기적’을 일구어 내고, 세계 15위권의 준 선진국가로 발돋움하였다. 세계 여러 나라의 학자들은 사상 유래가 없는 단기간 내의 초고속 성장을 이루어 낸 대한민국의 비결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하였다. 


여러 가지 원인이 제시되었고, 자원도, 자본도, 기술력도 없었던 이 나라의 성공 비결은 바로 ‘사람’이라는 의견이 대두되었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높은 교육열로 유명한 국가였다. 그도 그럴 것이, 변변찮은 신분과 계급으로 태어난 이들에게는 열심히 공부하여 과거 급제를 하는 것만이 입신양명의 유일한 통로였을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네 조상들의 어머니, 아버지들은 집안의 소를, 땅을 파는 한이 있더라도 피눈물을 흘려 가며 자식 교육에 목매었다. 아마 그러한 교육열은 자신이 이루어 내지 못한 계층, 계급의 사다리 위로 자식만은 올라갔으면 하는 처절한 바램이었을 것이다. 


필자 또한 그러한 가정에서 태어나 자라왔다. 부모님은 양가에서 한푼 지원 없이 사글세방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하셨고, 어머니는 집에서 나와 내 동생을, 아버지는 학교에서 교편을 잡으셨다. 어머니는 딸이라는 이유로 대학에 가고 싶으셨지만 지원을 받지 못하셨다고 한다. 


그래서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뒤로 하고, 못 이룬 꿈을 이루기 위해 대학에 진학하셨다. 아버지 또한 육성회비를 내지 못하셔서 중학교 담임 선생님께서 매점 아르바이트를 알선해 주시기도 하였고, 대학생 때는 답사비가 없어 정기답사에 참여하지 못하자 지도교수님께서 답사비를 지원해 주시기도 했다고 한다. 이렇게 처절한 과거를 보내 온 우리 부모님 또한 나만은 ‘배움’이라는 것에 있어서만큼은 부족함이 없도록 원없이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시고 매진하라 이르셨다. 


이러한 환경 하에서 내가 공부를 하며 느낀 것은, 우리나라 교육 환경이 참 치열하고 잔인하다는 것이었다. 내가 공부를 하고 싶은 기분이 들어서, 배우는 것이 재미있어서 공부를 한다기보다는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기어오르는 피라미드에서 어떻게든 떨어지지 않으려 애쓰는 기분이 들었달까. 


나 또한 성적이 잘 나오는 편이었지만, 언제 아래로 떨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수능을 잘 보지 못해 서울에 있는 대학교를 가지 못하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감에 시달리기도 했었다. 


그러면서 든 생각이, 내가 혹시 나중에 중요한 일을 할 수 있을 만한 자리에 가게 되면, 꼭 학생들이 공부하고 싶은 교육제도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성적, 석차, 경쟁에 시달리지 않아도, 먼 훗날의 나의 행복을 담보로 현재의 학창시절을 불행하게 보내지 않아도 되는 교육 제도 말이다. 


이러한 이야기를 꺼내게 된 이유는, 최근 불거진 ‘공정 수능’이라는 키워드 때문이었다. 수능 문제가 정규 교육과정을 벗어난 주제를 다루어 난이도가 너무 높아지므로, 사교육 열풍이 불게 되고, 이를 경제적 이익으로 삼는 사교육 카르텔이 생겨난다는 것이 교육 당국과 정부의 설명이다. 


나 또한 한 사람의 인간이기에, 어느 정도의 정치적 성향과 신념은 어렴풋이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가 불거지면서 우리나라 정치권이 교육을 대하는 모습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되었다. 


평소 아이들의 교육 혁신과 고액의 사교육을 통한 수능 고득점, 부의 대물림을 반대했던 정치 진영이 있다. 그런데 이번 정부의 발표 이후엔, 수능이라는 제도가 어떻게 난이도를 내리면서 공정해질 수 있는지를 가지고 비판한다. 반대로, 노력한 만큼 많은 이익을 가져가는 것은 당연하다. 한 사람의 성공은 그 사람의 피와 땀으로 일궈낸 결과이다. 라고 주장했던 진영에서는 반대로, 거진 일 년 중 하루도 쉬지 않고 목이 갈릴 대로 갈려버린 1타 사교육 강사들이 부당한 이득을 취한 것처럼 호도한다.

 
이 광경을 지켜보며, 과연 진심으로 이 나라의 교육을 걱정하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허탈하기만 하다. 평소 자신들이 주장해 왔던 신념과 반대의 논리를 펴며 다투는 그들에게 교육이란, 당장의 정쟁거리에 불과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두에 이야기했듯, 교육은 당장의 선거, 한 표를 위해 오락가락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한 사람이 아닌, 우리 나라를 이끌어 갈 몇 세대를 길러 낼 교육이기 때문에, 우리는 더욱, 더더욱 신중에 신중을 기해 함께 토론하고 접근해야 한다. 

 

최재원
완도중학교 사회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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