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무수한 꽃다발이 영혼의 편지로 전해질 때

신복남 기자의 ‘어젯밤 어느 별이 내려왔을까?’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23.06.29 15:26
  • 수정 2023.06.29 16:07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끝없이 꽃을 바라보는 것은 마음의 깊이를 재기 위함이다. 노란 꽃은 길을 떠나 나그네가 되었다. 


이제 하얀 꽃이 끝없이 바라보고 있다. 나의 이기심과 오만을 버리고 꽃을 끝없이 바라본다. 기찻길 옆에서 촘촘하게 부서진다. 눈부신 초록빛 들판에서 이미 지나버린 것에 대한 파란 만년필이 기억하고 있다. 꽃 한 송이 보낼 힘이 없을 때 초록 들판이 와서 눈부신 꽃이 된다. 먼지 한 톨이 내 가슴에 씨앗을 돋게 한다. 


언제나 함께 있지만 저 산만큼 멀리서 서 있다. 순간에서 순간으로 이어지는 꽃들은 무게도 없이 하늘만 쳐다본다. 침목의 순간을 깨운 바람이여 작은 빗방울이 되어 눈물 한방울이 되었구나. 그대에게 가는 시간이 강물이 되어 몇 시간이면 당도할 것이다. 아름다움이란 늘 반복된 일상에서 나온다. 너와 대면하는 시간이 곧 꽃이 피는 일이다. 


시간의 예술이 노래를 부른다. 행위의 예술이 춤을 춘다. 줄기가 약해 과거에 젊은 남녀들이 만든 꽃다발, 꽃목걸이를 만들어 사용하기도 했다. 또한 개망초의 군락은 그들의 사랑을 위한 침대 역할을 하기도. 키가 보리와 비슷해 시선을 잘 막아줄 수 있고 보리의 긴 수염에 찔릴 염려도 없어서 더 좋았단다. 


너무 꽃이 흔해서 꽃으로 보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들길에서, 기차길에서 한 두송이 피어있는 것을 보면 시간의 흐름을 알 수 있다. 꽃의 이름보다 꽃을 먼저 알았던 시절은 부드러운 20대였다. 그저 스쳐 지나가는 꽃이었다. 이제 가슴으로 만진다. 걸어오는 길 위에서 뒷 모습은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래서 들길에 피어있는 꽃들을 본다. 


마음이라도 닳아지지 않게 꽃을 보듬는다. 초록빛에 핀 꽃들은 언제나 처음 보는 꽃들이다. 각각의 이름을 달아주기 위해 가장 깨끗한 눈빛과 가장 맑은 이성을 갖는다. 미워하는 사람들이 점점 없어지기를 바란다. 초록 들판에 하얀 꽃들이 시원한 여름이 되어 주기를 원한다. 무수한 꽃다발이 마음의 식량이 되어준다. 도도하게 흐르는 꽃물결이여! 살아있으므로 은물결을 기다릴 줄 안다. 산속에 나리꽃이 불쑥 나타났다. 


들판에 개망초꽃은 한 묶음으로 기다림을 재촉한다. 언제나 평온한 얼굴로 고향의 그리움을 낳는다. 


제비꽃 떠나는 골목길에서 편지 한 통을 기다린다. 이름 없는 얼굴이 언제나 처음이다. 내가 걸어온 만큼 내 옆에서 처음이 되어 준 너. 아름다운 향기가 되어 주기 위해 순간의 느낌이 되었다. 들에 꽃을 보는 데에서 한편의 수채화를 그린다. 


자진 장맛비에 얼굴이 깨끗해진 들꽃들이 청록의 햇살을 기다린다. 내가 기다린 만큼 달려가 주는 들꽃은 영원한 동반자다. 시간에 대한 아름다움을 만들어서 홀로 걷는 이에게 외롭지 않게 한다.

 

저작권자 © 완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