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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엄마

이의숙
필수노동자/에세이 필진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3.07.06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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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마차에 접시꽃 닮은 엄마 태우고 머나먼 곳으로 바람처럼 떠나고 싶다.
그런 야무진 꿈을 꾸었습니다.
꽃도 사람에 의해 이름이 정해짐을 새삼 돌아 보게 됩니다. 바람으로 날려 뿌리 내리고 사는 작고 여린 삶. 어디로 가야할지 갈 곳 몰라 헤매는 내안의 두려움을 사랑해요. 내 영혼이 약해서 부서지기 쉬운 나일지라도 사랑해요그야말로 나다운 나니까요.
내 마음 거울 하나가 쫓아다니는 것만 같습니다. 내면의 나와 마주하는 시간이 뜨겁게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줍니다. 많이도 분노하고 화내고 짜증과 신경질을 냅니다. 그러다 섭섭해지고 이내 피곤져  맹독을 삼킨 듯 깊은 잠에 들기도 합니다. 깨어나면 세상은 나와 잠든 시간의 깊이 만큼 멀어져 있습니다.
지난 오월 오일은 폭풍우가 세상을 뒤집히도록 무섭게 폭풍우가 퍼붓었습니다.
그날 아침 고향 친구 윤복이에게 두 번째 되는 부고장을 받았습니다. 사월에 어머님 돌아가시고 보름만에 아버님 돌아가신 윤복이의 얼굴에는 슬픔이 뜨겁게 숨쉬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윤복아,꼭와야 될 거 같아서 비와 함께 왔어. 내 말이 너에게 어떤 위로가 될지 모르겠지만 너의 슬픔이 나에게는 살아갈 위안이 돼. 그러니 힘내 친구야."
윤복이가 내 손을 꼭 잡으며 "고맙다!" 내 마음을 침착하게 받았습니다.
기억에 남을 잊지 못할 날이었습니다.
윤복이는 친구들에게 두 번의 슬픔을 보름 상간으로 전해 미안해 합니다.
죽음의 슬픔 보다 앞서는 게 무엇이 있겠는가! 굵은 비가 황망해하는 윤복이를 다독이듯 창에 퍼붓었습니다.그때 알았습니다.그 비에 고향에 갔어야 할 이유 같은 것. 그동안 냄비 태우는 불치병의 원인은 고향에 그리움이었습니다. 하늘과 땅 그리고 엄마, 아버지, 친구들은 하나의 그리움인 고향이었습니다. 그날 고향에 대한 골깊은  향수병을 가만히 비에 흘려 보냈습니다. 작은 바람만  불어도 나도 모르는 향수병으로 뒤척이던 밤들이었습니다. 어느 시간에 오래 머물기를 원치 않습니다. 돌아보면 슬픔 조차 아름다운 추억이 될 테니까요.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은 구멍 하나가 가슴에 있었습니다. 그리움의 구멍은 엄마였습니다. 내 힘으로 어찌 할 수 없던 마음의 구멍 하나가 바로 고향이기도한 엄마였습니다.
누군가 그러더군요.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하늘이 무너진 것이고 엄마가 돌아가시면 하늘과 땅이 무너진 것이라고. 밤마다 식은 땀 흘리며 꾸었던 악몽 속 주인공이 그리운 엄마였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 모든  그리움의 이름은 엄마였습니다.
오렌지 빛 햇살이 아련히 꿈결인듯 마루를 흘러 뜰팡의 흙을 적셨던 기억은.꿈이 아니었습니다. 마루 밑에서 놀고 있는 어린 내게 "어서, 나와라!" 나를 부르던 소리의 주인공이 나의 엄마였습니다.
"꿈인가요?" 물으면 "꿈이 아니다!" 답하는 전설의 엄마.
엄마가 그리울 때 남몰래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왜 나를 낳고 무책임하게 죽을 수 있냐고. 엄마 없는 하늘 아래는 언 땅 처럼 늘 추웠어요. 삼복더위에도 발이 시려요.
"용서할 수가 없어요"
힘들 때마다 어딘가에 엄마가 드라마 속 이야기 처럼 살아계실 수도 있겠다 상상도 했습니다. 어린 아이가 엄마를 찾았습니다.
"엄마 어디 갔어?"물으면 엄마는 죽어서 귀신이 됐다는 악몽 같은 현실이었습니다.
죽음을 어떻게 어린 아이에게 알릴 수 있을까요. 밤마다 엄마를 찾았겠지요.
"엄마,어디 있어?" 몸이 불편할 때마다 엄마를 찾았겠지요. 성가스럽게 울며 엄마 찾는 어린 아이에게 다시는 찾지 못하게 무서움과 겁을 줬겠지요.
끝내는 엄마 죽어서 귀신 됐어. 전설의 고향에서 엄마를 알게 되었다죠. 엄마가 그리울 때마다 엄마가 무서웠습니다. 엄마는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내 다리 잡아당기는 귀신이 됐으니까요. 악몽에서 깨어나 다시 눈을 감고 잠들면 다시 이어 꾸는 악몽의 밤. 엄마는 귀신이 된 게 아니었어요. 엄마가 어떻게 살다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자세히 알고서야 내 마음에서 엄마를 평안히 보낼 수 있었습니다.
엄마는 내게 숨겨둔 자존심이었습니다.
자존심이라는 꽃이 떨어지면 인격이라는 열매가 맺힌다지요.
"두부 네가 뜯어 먹었어?"
일단 시치미를 뗍니다.
"내가 안 했어요!" "그릇 네가 깨먹었어?" 무서워 발뺌을 하고 봅니다
"내가 안 깨먹었어요!"
두려운  상황마다 어린 아이가 얼어붙은 듯 서 있습니다.말 할 수가 없어요. 배고파서 두부 내가 뜯어 먹었어요. 덤벙대다 내가 그릇을 깼어요. 혼날까봐. 두려워요.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두려움에서 너를 용서 할게."
내면의 자아를 스스로 토닥토닥 해요.
엊그제 칠월 밤이 깊도록 장맛비가 세상을 삼킬 듯 세차게 퍼붓었습니다.
그 빗소리 함께 푹,자고 일어났습니다.
눈을 떠 거울을 보니 머리스타일이 차분 해요. 
봄날의 고민 "지금껏 뭐하느냐 머리스타일 하나 잡지 못하고 지금껏 꺼벙하게 살았어요."
미용실 원장님께 투정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사람에게는 똥손이 없고 다만, 자기가 머리 만지는데 관심이 없어서 그렇다고.
당신의 그 말씀이 전적으로 믿어져요.
머리카락 말리는데 시간을 조금 할애 했을 뿐인데,마음에 쏙 들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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