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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슴이 춤추게 누가 꽃을 심어 놓았을까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23.07.07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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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언덕에서 60대는 새로운 인생의 항로로 향한다. 이 꽃 저 꽃을 보면서 시간이란 초점이 보인다. 지나버린 세월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불안과 열망이 서로 섞여 내일이란 담보로 오늘은 아쉬움과 가슴앓이했다.

 

장마 끝에 여러 꽃이 얼굴을 내민다. 
내가 가는 곳마다 서로 다른 꽃들이 순간순간 얼굴이 내민다. 지난날 수 없는 계절이 와서 내게 손을 내밀 때 난 그리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무조건 합리적이고 그것이 이 세상의 최고의 가치인 줄 알았다. 네가 있고 내가 없으면 불평하기 일쑤였던 지난날은 부정적인 날이 더 많았다. 


인생은 정확한 잣대가 없다는 것은 살아보니 알겠다. 유명한 등반가들은 “그때는 무조건 정상만 보고 올랐다. 이제 다시 와서 보니 길가에 꽃들만 보인다”고 한다. 야생화 자리공은 어린 날에 빨간 물감 대용으로 그림을 그렸다. 흰 도화지 대신 얼굴에 안경을 그려 새파란 하늘을 보았다. 이제 60대가 그 나이로 다시 돌아가고 있다. 
지나온 경험과 앎이 이제 주관적으로 들어가는 관문의 나이다. 젊은 날에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서 한참 동안 헤맸다. 


이젠 안전과 불안은 별 차이가 없다. 서로 양 날개가 있어 자유로이 하늘을 날 수 있겠다. 10대, 20대, 30대라고 말을 했다. 지금은 시간을 쪼개기 시작한다. 순간순간을 내면화한다. 화학적 반응이 나만이 아는 곳에서 일어난다. 사람마다 태어나기 전에 천의 품성을 갖고 태어난다. 


살아가면서 인간적인 품위를 만들어 간다. 시간의 흐름을 섬세하게 들여다본다. 나비는 한 꽃에서만 머물지 않는다. 바람의 물결 따라 푸른 바다 위를 나른다. 여러 꽃들 사이 사소한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이리저리 들뜨지 않고 조용히 음미하는 시간이다. 이 야생화는 한 순간에 불쑥 자란다. 뿌리는 인삼 뿌리처럼 부드럽다. 그러나 독이 있다. 육 고기를 삶을 때에 이 뿌리를 약간 넣으면 고기가 부드러워진다고 한다. 누구든 독이 있다. 독을 순하게 풀 때 사람들 관계가 이전보다 돈독하게 되지 않나 생각된다. 


자기 자신만의 관계도 시간의 흐름 따라 변한다. 이제껏 습관적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인위적으로 변화시킬 때 새로운 발견이 많다. 내 안에서부터 발견은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다. 
들에 꽃처럼 가르다란 바람을 즐겁게 받아들일 때 가장 행복한 춤을 추게 된다. 우리들의 가슴에 누가 와서 심어놓았겠는가. 


천성의 마음을 그대로 가꾸면 가장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다. 장마 끝에 하얀빛이 내 앞에 있다. 이 꽃 위에 앉은 빛이 조금 지나면 저 꽃 위에 있다. 이렇게 느린 걸음 위에 마음이 닿는 시간이 있다. 지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가장 지혜로운 순간들이 포착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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