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노화읍민의 목소리 실은 버스 아침나절이 상쾌해

버스에서 만난 사람들
김준혁 노화읍장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3.07.13 14:58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에게 버스란 어떤 추억이 담겨져 있을까? 또 우리네 부모님들은 시골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무슨 생각들을 하고 계실까? 
고수영 고금면장님에 이어 “시골버스는 어떤 사연을 싣고 다닐까?”를 위해 직접 버스에 올라 우리네 부모님들의 애환과 어려움을 들어주는 시간과 애로사항은 없는지를 파악해 보기로 하였다.


나에게 중학생 시절 시골버스란? 중학교를 소안에서 다녔었다. 1~2학년 때는 엄두도 못낼 만큼 가난하여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맹선리 빤스고개를 넘어 통학했었다.
진짜로 걸어오기 싫어서 버스를 타려하면 버스비가 없어서 그냥 걸어서 집에 오곤 했었다. 그러다 하루는 동네 친구랑 둘이서 버스 뒷 손잡이에 타고 동네앞까지 와서 내린 적이 있었다. 물론 버스 사장님께서 한 번은 봐 주셨었다. 또 다른 날 한번은 책가방을 버스 뒷 손잡이에 걸어둬 가방만이라도 동네에 도착하게 한 적이 있었다. 이것 또한 한번은 용서해 줬다.


맛이 들었는지 두 번째 시도 후에도 무사히 가방은 동네 버스정류장에 내려져 있었다.
꼬리가 길면 잡힌다는 옛말이 틀린 적이 없었다. 그 상황을 버스 사장님이 아신게다.
한달치 통학버스비를 내 놓으라신다. 이런 젠장~~ 어쩔수 없이 한달치 통학버스비를 물어주고 가방을 찾아와야만 했다.


지금은 추억이 되어 입가에 쓴웃음만 맴돌지만 중딩시절 나에게 버스란 안 타면 타 보고 싶은 그런 수단이었다.
오늘은 아침일찍 동네를 도는 마을버스에 몸을 실었다. 버스를 이용하는 주민들이 대부분 학생 및 나이들이 지긋하신 분들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수단이다. 노화읍은 중형버스 2대가 동서부로 나뉘어 하루에 15회에 거쳐 운행을 하고 있다.

 

오늘은 이목리1구를 출발하여 포전리, 소당리, 염등리, 미라리, 삼마리, 북고리, 신목리, 신리, 양하리를 경유하여 이목리1구로 돌아오는 버스에 몸을 싣고 버스안에서는 어떠한 분들이 이용하는지를 돌아다보는 시간을 가졌다. 
어르신들은 1,000원, 학생들은 400원을 내고 이용하고 있었다.
예전에 비해 버스가 작아 불편해 보였지만 버스기사님의 안전운전과 친절함에 이용하는 주민들과 학생들의 표정은 밝았다.


아침 일찍부터 만난 분들은 대부분 소재지권에 있는 의원 및 보건소에 치료차 나가시는 분들이었다. 그 중에 소당리 주민 한분은 연세가 86세로 정정해 보이셨는데, 어떤 치료를 받으러 가시냐고 물으니 관절이 안좋아서 치료를 받으러 가신다고 했다.
육지의 대형병원에 갔는데 수술을 해 주지 않았다며 한숨을 내쉬며, 의사 말로는 어머니는 수술시 마취하면 깨어나질 않는 체질을 갖고 있어 수술을 못해 준다는 거였단다.


그 분의 말씀이 “안깨어 나면 더 좋지요” 그랬단다. 의사가 하는 말 “저를 죽일려고 하십니까? 지금!” 하며 끝내 수술을 안해주니 못 받고 내려오셨단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허리는 휘고 관절은 안좋아 병의원에 자주 갈일이 생겨 불편하다는 하소연을 하셨다. 농사일은 하시냐고 물었다. 텃밭정도 수준이라고~~~


그 분 하시는 말씀이 “읍장님! 병원비가 많이 들어가 차상위 대상자로 선정 좀 해달라는 말씀을 하셔서 사무실에 와서 맞춤형복지팀장에게 가능하겠는가를 조사해보니 아들들의 소득이 높아 어렵겠다는 말을 듣고 직접 전화로 안내를 해드렸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우리네 부모들은 이렇게 살아가고 계셨다.


젊어서는 오로지 가족들과 집안일에 최선을 다하셨고 나이가 드시니 몸들이 불편하셔서 내 몸 하나 거두는 것도 힘들어 하고 계신다. 또 다른 남자분은 치과 치료차 소재지를 가신다고 했다.
80을 바라다보는 연세에 아직도 정정하십니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에이 많이 늙어서 몸도 맘도 예전같지가 않네야” 하셨다.

 

이 어르신은 과거 장보고수산물 축제 때 우리읍 노젖기 선수로 출전하셨던 북고리 주민이라 평소에도 잘 아시는 분이었다.
오늘은 이렇듯 1항차에 두세분정도의 어르신이 이용하고 계셨으며, 대부분 빈 좌석은 노화중고등학생들로 채워져 운행하고 있었다.


학생들에게 아침밥은 먹고 다니냐고 물었더니 대부분 안먹고 나온다는 말을 듣고서 한창 먹을 때 '아침은 꼭 챙겨먹어야 한디' 하는아쉬운 생각이 들기도 한 하루였다,
비록 오늘 삼십분정도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버스를 이용하는 읍민들의 현장소리를 들을 수 있어 아침나절인데도 기분은 상쾌했었다.


이번 계기로 가끔은 버스를 타고 동네 한바퀴를 돌아 나오는 그런 현장행정을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노화읍정을 꾸려 나가리라고 다짐해 본다.  

 


"현주 현주, 김현주 보길면장님"

저작권자 © 완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