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복장 불량 공무원

최재원
완도중학교 사회 교사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3.07.20 14:53
  • 수정 2023.07.21 09:44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무원 복장 질문입니다. 남자 공무원 복장으로 흰 셔츠, 겉에 곤색 맨투맨 티셔츠 + 베이지색 바지 + 흰 운동화, 위 옷차림이 괜찮은가요?’, ‘여자 9급 공무원 출근 복장에 대해 궁금하네요... 제가 고른 옷들이 과감한 복장인지 아닌지, 평소 공무원 생활이든 직장생활 외에 집에서 밖으로 외출할 때는 누구에게 터치 받지 않고 자유롭게 입는 편인데, 걱정되네요’


네이버 검색창에 ‘공무원 복장’이라고 검색하면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지식인 질문들이다. 2000년대 초반의 질문부터 최근 2023년 1월에 올라온 질문들까지 시간의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요즘은 자기 주관이 뚜렷하고, 본인 생각을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MZ세대들이 많아졌다는데, 공무원들의 복장에 관한 고민은 시대의 변화에도 크게 변화가 없는 듯하다.


올해로 교직에 들어선 지 8년차가 되는 나는, 옷차림에 얽힌 스토리가 몇 가지 있다. 그중에 몇 가지를 이야기해보자면, 섬에 있는 작은 중학교에 발령을 받았던 1년차 시기, 아무것도 모르는 새내기 교사였던 나는 임용고시 수업 시연 때 입기 위해 맞췄던 정장, 셔츠, 타이를 매일같이 빨고, 다리고 말려서 입고 출근했던 기억이 있다. 사실 그 누구도 정장을 입고 출근해야 한다는 말을 한 적은 없었다. 그러한 행동의 이유는 단 한가지였다. 


‘신규니까’ 그러한 생활을 3월 한 달 동안 열심히 하고,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을 무렵, 강원도에서 살다가 내려온 나에게 전라남도의 4월은 마치 초여름과 같았다. 겨울에 있는 임용고시를 위해 맞췄던 겨울용 정장이 나에게 너무 덥게 느껴졌고, 땀이 나오는 양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셔츠는 더욱 자주 빨아야 했다. 옷 세탁이 너무 비효율적으로 느껴졌던 나는, 4월 첫날 정장을 벗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그날 점심 급식 시간, 한 주무관님께서 웃으며 말씀하셨다. ‘참 세상 좋아졌어, 나는 3년차까지 매일 정장 입고 다녔는디~’ 물론 지금에 와서는 그 주무관님이 하신 말씀이 농담이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당시에 정장을 벗을지 말지 일주일을 고민해서 벗고 출근했던 나에게는 ‘아 그냥 더 입을 걸’ 하며 속으로 더 눈치를 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었다. 
또한 한여름 섬의 기후는 바다에서 불어오는 해무와 바람으로 매우 습하다. 마찬가지, 내륙에 살아서 그러한 습기에 취약했던 나는, 최대한 단정해 보이는 정장 반바지에 재킷을 걸쳐 입고 출근을 했던 적이 있다. 


그러한 행동의 이유는 어떤 영어 교과 여자 선생님께서 반바지에 샌들을 신고 출근하시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나도 저렇게 쾌적하게 입고 신나게 수업하고 싶다는 생각에 최대한 단정한 반바지를 구매해서 입었다. 결과는? 1교시가 끝나기도 전에 교무부장님께 호출을 당했다. 부장님은 나에게 말씀하셨다. ‘야,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아니지 않냐?’ 나는 대답했다. ‘영어쌤도 입고 출근하시던데, 저는 안 되나요?’ 부장님은 말씀하셨다. ‘영어쌤은 임신 중이시잖아. 교장선생님 보실까 무섭다, 빨리 갈아입어.’ 그 즉시 관사에 가서 긴 바지로 갈아입고 다시 출근해야 했다. 


사람들이 질문을 많이 한다는 것은, 그 행동을 해도 되는지, 혹은 하면 안 되는지에 대한 명확한 사회적 합의가 잘 이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해서, 공무원의 복장에 관한 규정이 제정되어 있는지 궁금해 찾아보게 되었다. 공무원 복무규정에는 이렇게 나와 있다. ‘품위를 유지할 수 있는 단정한 복장을 하여야 한다.’ 앞서 이야기한 두 번의 에피소드에서 나는 똑같은 의문점이 들었다. 품위있다는 것은 무엇일까? 


또한 단정하다는 것은 무엇일까? 누가 품위 있고 단정한 것을 정의내리고 판단할 수 있을까?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할 때마다. 우리 어머니는 내 등짝을 내리치시며, 그래도 공무원이 옷차림이 그게 뭐냐고 말씀하시곤 한다. 하지만, 나는 주변 환경과 사람들이 그 사람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듯이, 옷차림이 자유로워야 틀에 박힌 사고와 구시대적 관습들에게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TPO(때, 장소, 상황)에 맞지 않는 복장을 해서 벌어지는 일들은, 그 복장을 선택한 사람이 감수해야 할 결과이지, 그 사람이 자신의 옷을 선택조차 하지 못하게 만드는 경직된 사회 분위기는 여러 가지 변화를 받아들이기도, 스스로 변화하기에도 어렵다. 


얼마 전 경기도 광명시에서는 7~8월 간 공무원들에게 반바지를 허용한다는 기사를 읽었다. 광명시에서는 반팔, 반바지 등 시원한 복장은 사무실 냉방을 위한 에너지 사용 절약을 유도하여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있고, 자유롭고 편안한 복장을 통한 조직 내 활력 제고와 유연한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늘도 나는 속으로 조용하게 외치고 또 외친다. ‘자유로운 복장에 자유로운 정신이 깃든다!, 반바지 만세~’
 

 

 

 

최재원
완도중학교 사회 교사

저작권자 © 완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