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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목소리가 이름을 불러 줄 때 꽃으로 피어나

신복남 기자의 ‘어젯밤 어느 별이 내려왔을까?’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23.07.20 15:10
  • 수정 2023.07.21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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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에 옥수수가 익어가고 있다. 지난 강풍에 쓰러질 듯하였는데 다시 일어나 잘 자란다. 하나의 씨앗이 이렇게 많은 생명을 잉태하고 있다. 마치 산달이 들어서는 것처럼 생기가 넘친다. 


붉은 유홍초는 나팔과 속하며 얼마나 생명력이 강인하지 밭을 경영한 입장에선 아주 귀찮은 존재다. 보라색 나팔꽃도 저 스스로 밭둑에서 자란다. 8월의 꽃은 사위질빵이다. 8월에는 다소 꽃이 귀한 달이다. 


그런데 이 꽃이 있어 들판을 향기롭게 한다. 봄에 찔레꽃 향기가 있다면 여름에 사위질빵 꽃 내음이다. 향기가 가벼우면서 코끝에 맴돈다. 


평생 이런 사람하고 살고 싶어진다. 향기 있는 사람은 고상한 데에 있지 않다. 그냥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 내 곁에 없으면 무척 보고 싶고 있는 듯 없는 곁에 있는 사람. 그러나 꼭 내 곁에 있어야 하는 사람. 오늘은 흰 구름 파란 하늘 속에 그런 사람을 그려 본다. 


사위질빵 이름의 유래는 짐을 지기 위해 멜빵을 이것으로 만든다. 처가에 사위가 오면 장인은 사위질빵 넝쿨로 멜빵을 만들어 곧 끊어지게 한다. 더 이상 무거운 짐을 지게 하지 않게 서다. 사위를 아끼는 마음이 바로 이름에서 알 수 있는 듯하다. 여름날에 가장 향기로운 꽃은 치자 꽃이다. 


떠나는 임이 보일 듯 말 듯 핀다. 그만큼 향기가 짙다. 향기가 있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증거다. 


생명은 단 한 번 탄생으로 계속해서 이기적 유전자가 발전해 왔다. 세포의 작은 방에서 구성된 생명은 외부의 세계와 물질대사를 한다. 공기 중에 산소는 물질이다. 그것이 생명과 교감하면 생물이 된다. 온도와 습도가 계절을 만든다. 장미의 계절이 가고 나니 붉은 점박이 참나리꽃이 피운다. 9월의 찬바람이 일면 쑥부쟁이가 핀다. 


외부의 물질과 교감하므로 하나의 생명으로 탄생한다. 오고 가니 살아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모든 것이 나눔으로 행복하다. 가슴에 나를 품어주는 호수가 반짝인다. 오늘 나와 만남이 사랑과 생명이 깃들어 있다. 햇볕에 물을 담고 있다. 스스로 반짝이는 꿈들은 오늘 일용할 양식이다. 


내 의지대로 되는 것이 아니더라도 우연한 것들이 아름다울 때가 많다. 다정한 목소리가 내 이름을 불러 줄 때도 행복하다. 
밭둑에 나팔꽃도 이름을 불러준다. 서로 스치듯이 우연한 만남일지라도 길고 긴 만남을 예고했을 것이다. 


숨을 쉴 수 있고 일상적인 것에 감사한다. 자기에 가장 편한 옷은 마음을 가다듬는 일이다. 자연은 교감을 통해 생명을 얻는다. 내 곁에 가장 가까운 곳에서 물질이 오고 가는 것을 생각한다. 
이제 내 안에서 창작과 희망을 키운다. 하나의 작은 연결 고리가 내 삶의 노래가 된다. 운명의 조합들이 새 생명이 될 수 있듯이 내 앞에 사소한 것들과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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