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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과 사색의 그리움으로 펼쳐지는 숲의 클래식

신복남 기자의 ‘어젯밤 어느 별이 내려왔을까?’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23.07.27 14:41
  • 수정 2023.07.28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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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랫말에 “산모퉁이 바로 돌아 송학사 있거늘 무얼 그리 갈래갈래 깊은 산속 헤매냐”라고 하였는데 송학사는 그리움의 상징적으로 썼을 것이다. 산모퉁이 바로 돌아가면 이름 없이 꽃들이 보인다. 깊은 계곡에 무릉도원이 있을 것인데 여기에도 산꽃이 있다. 


원초적 본능에 그리움이다. 꽃과 물 그리고 깊은 골짜기에서 울려 퍼지는 음악이 삶의 근원을 파헤친다. 조용히 음미하고 있으면 피아노의 아름다운 선율이 들린다. 자주 서양 클래식 음악을 듣는다. 그중 프레드릭 쇼팽 작곡가 지은 피아노와 가곡을 듣는다. 


꽃과 피아노 선율은 하나이다. 깊은 산속에서 핀 꽃을 바라보고 있으면 피아노의 2중주가 들린다. 밤하늘에 별을 보면서 매일 그리움에 해매고 있는지도 모른다. 은하수를 건너다 잘게 부서지는 피아노 소리는 슬픈 감정을 다시 가다듬게 한다. 선율에 따라 상상하는 내용이 바뀔 수 있다. 


무언의 음악은 마음과 정신을 가장 깨끗하게 한다. 숲속에서 사계가 분명하다. 얼레지 꽃 위에 봄의 왈츠 피아노는 땅속 깊이에서 나오는 얼레지 뿌리가 환희의 탄성으로 봄맞이한다. 


고단한 삶의 근원을 다시 꿈을 꾼다. 나뭇잎 나오기 전 햇빛을 가득 안을 수 있어 봄 숲속은 명랑하게 노래할 수 있다. 여름날의 숲속은 살아있어 아름다움을 본다. 무수한 초록 잎들이 서로 얘기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비발드 사계 여름은 걸치게 밀려오는 파도와 저 멀리 밀려오는 수평선의 푸르름은 푸른 은접시에 가깝다. 폭풍우가 지나가면 숲속은 가장 깨끗하다. 초록 잎은 더욱 푸르러지고 꽃잎은 가장 선명해진다. 삶의 쓸쓸함을 뒤로 하고 여름 숲속으로 간다. 


거기서 인생이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상상해 본다. 격정의 세월에서 가장 온화한 시간을 갖게 한다. 조용하게 밀려오는 파도 소리가 이 숲속에서 들려올 것 같다. 상상의 계절 가을 숲속은 그동안 지나온 세월이 내 앞에서 펼쳐진다. 눈물 많은 계절을 지나 여기까지 왔으니 눈물이 마를 줄 알았다. 그러나 눈물이 고이면 또 흘러내린다. 


그것이 가을 숲속이다. 프레드릭 야상곡 1번이 가을 숲속을 이야기한다. 상상과 사색 그리고 그리움이다. 또한 풍성한 가을에 대한 기도와 감사의 표현이기도 하다. 겨울 숲속은 별과 달이 보인다. 
숲속은 하늘에 대한 그리움이다. 겨울 숲속은 밤하늘을 들여다 놓는다. 베토벤 월광소나타가 하늘과 땅의 경계를 말한다. 


그 경계의 폭이 없다고. 지금 여름 숲속에 있다. 숲속은 그동안 미완의 세계를 조금이나 보탤 수 있다고. 묵언의 숲속은 이미 삶의 내용을 담고 있다. 사색을 통해서 그 내용을 파악하며 함축된 시를 통해 음악을 듣는다. 산모퉁이 돌아 그 숲속에 꽃 하나를 찾아가면 클래식 음악도 동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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