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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을 향한 다정함에 관하여 의롭다고 여길 뿐

약산면 가사해수욕장의 포세이돈 노승진
(사)한국해양구조협회 완도약산구조대장

  • 김형진 기자 94332564@hanmail.net
  • 입력 2023.08.10 14:12
  • 수정 2023.08.11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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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를 살아감에 있어 반드시 그래야한다는 마땅한 법도 없고, 그래선 절대로 안 된다는 법도 없다. 있다면, 의로움을 잣대로 삼아 해야하고 안해야만 있을뿐.
조선후기 과거시험에도 채택됐다는 삼국지.


삼국지는 천하의 인걸들이 드넓은 전장에서 다양한 전략과 전술을 펼치며 천하통일을 목표로 싸움을 펼치는 인문고전으로써 오늘날까지 가장 사랑받고 있다. 삼국지의 백미 중 하나는 폭발적인 전투력으로 조조의 백만 대군을 필마단기, 창 한자루로 가로지르며 주군인 유비의 아들 아두를 구출해 온 장면.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상산 조자룡이다.
유비마저 자신의 처자식의 생사를 살피지 못할만큼정신없이 도망가는 와중에 어떤 이가 다가와 말하길, 자룡이 북쪽으로 도망갔다고 하자, 유비는 지니고 있던 수극을 내던지면서 절대로 그럴리 없다고 했다. 


그리고 얼마 뒤, 아두와 감부인을 구출해 유비 앞에 선 조자룡. 누구 하나 신경 쓰지 않는 틈에 스스로 말을 돌려 주군의 처자를 구한 의로움에 삼국지를 접한 사람이라면 백중 절반은 팬이 되고 만다는 조자룡의 의(義). 사람에게 최고의 대우는 뭐니뭐니해도 타고나야한다고 하는 인(仁)이다. 하지만 인을 타고 나지 못했기에 남자라면 최고의 대우인 의(義)를 숭상하며 이를 목숨처럼 여기는 것.


주민들의 평이 나쁘지 않았다. 
동네 이장(화가리)을 맡아 나이든 어르신들의 잔심부름부터 병환이 나면 병원으로 모시는가 하면, 어르신들의 집안에 수도나 전기가 고장났다는 말이 들릴 때면 바람처럼 달려가 고쳐준다고 했다.

 

특히 지난해 보이스피싱으로 의심되는 전화를 받은 할머니가 돈 좀 부쳐달라 부탁하자, 꼼꼼하게 이를 확인한 후, 보이스피싱이라 판단해 절대 보내면 안된다고 설득하여 어르신의 소중한 재산을 지켰다는 이야기도 들려왔다.


주위 동년배들 또한 "의리가 있어!"


여름이면 완도의 바다를 지키는 해양인명구조대. 
완도군 해양인명구조대는 1992년 발족하여 완도군 관내 해수욕장의 안전요원 및 구조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매년 관내(신지 명사십리와 동고리, 약산 가사리, 청산 지리, 신흥리) 해수욕장의 수상안전을 책임지고 있는데, 그를 만나러 약산면 가사리 해수욕장을 찾았다.


가사리 해수욕장은 천혜의 자연경관과 약산 해안 치유의 숲과 연계되어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으며 특히 가사해수욕장은 오래 전부터 지역 청년회에서 아름답게 가꾸고 관리하고 있다.


이곳의 구조대장을 맡고 있는 노승진 (사)한국해양구조협회 완도약산구조대장. 약산면 화가리 이장을 맡고 있는 노 대장은 1978년생으로 약산면이 고향이고 현재 약산면 화가길에서 거주하고 있다고. 15년 전부터 청년회에서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다고 했다. 


지금의 나를 있게 해 준 고향에 대해 조금이라도 보답하고자하는 마음.   
"어릴 때는 왜, 이런 섬 지역에서 태어났을까"
"문명의 혜택이 좋은 곳에서 태어났으면 했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고향의 정기가 지금의 나를 있게 했구나 싶었다"고. "저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고향이란 절대 갚을 수 없는 빚, 원죄를 가지는 것 같다"고 했다. 그렇게 약산면의 소중한 자원인 가사해수욕장에 대한 애착심을 가지고 있었고, 빛나는 해수욕장의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 안전 또한 중요하게 생각돼 인명구조 자격증을 취득하게 되었다고. 취득 후 약 10여 년간 이곳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노승진 대장은 해수욕장에서 인명을 지키는 건, 참 보람된 일이지만 어려운 점도 많다고 했다. 
피서철과 휴가철에 해수욕장을 찾아 만취한 사람들의 악성 민원과 폭언에 비협조적인 관광객들. 
정신적인 고통이 만만치 않지만, 지역에 대한 봉사와 헌신을 생각하면서 마음을 다잡는다고. 

"그에 반해 고생한다는 말 한마디, 깨끗하고 조용하고 아름다워 다음에 다시 오겠노라는 관광객을 마주할 때면 이러한 고통도 눈 녹듯 사라지고 보람과 자부심이 들면서 이 일을 하길 잘했다는 마음이 든다" 고 했다.


승진 씨는 종종 자신을 걱정해 주는 주위 사람들이 "너의 일도 많을 텐데, 왜 이런 고생을 하냐?"고 묻는단다. "그럴 땐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 아닌가!"라고. 그렇게 말하면서도 한편으론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 딸들이 묵묵히 지지해 주고 응원해 주는 것에 대해 한없이 고맙고 미안하다고 했다. 


고마운 이들로는 해수욕장 운영 기간 중 아낌없이 행정 지원을 해준 최영미 약산면장과 담당 주무관 그리고 승진 씨와 뜻을 함께하는 동료 구조 대원들에게도 깊은 감사를 전한다고.


바라는 점이 있다면, 이곳 해수욕장 운영 기간 외에도 시설물과 환경을 관리하고, 안전을 책임질 수 있도록 연중 상주 인원 1명 정도는 배치돼 더욱 깨끗하고 쾌적한 환경을 유지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또, 구조대원의 처우도 개선되어야 한다며, 현재 이곳 구조대원들은 외국인 근로자들보다 훨신 못 미치는 임금을 받고 있어 그것이 조금 서글프다고 했다. 


사회적 동물인 우리는 매 순간 다정함이 이끄는 대로 타인을 돕고 있지만 정작 그 원인과 이유가 무엇인지에 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 자신의 목숨을 위태롭게 하면서까지 타인을 구하려는 반면 누군가는 타인의 고통은 상관없는 사람들이 공존하는 사회.

 

다만, 고향이라는 내가 태어나고 오늘이 있기까지의 공간 안에서 촉발하는 무한한 감정이란 시간에게 부여된 한계를 압도하기도 한다. 
그 위대한 감정은 죽음처럼 강하다.


무한한 기쁨은 무한한 용기 없이 생겨나지 않듯 그 용기는 고독 속에서 나를 되찾는 감각으로써 달리 말하면 사랑. 나의 길에서 만난 모든 걸 사랑한다. 
그 사랑 안에서 무한히 빛나는 자유, 그를 놓치지 않는 것. 기적적인 것을 인식하는 것이란 자아 실현의 정수며, 그것을 뿌리로 삼아 한 인간의 지고한 인격과 경험은 자라나 나의 세계를 더 관대하게 올려 놓는 일. 


노승진 대장은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곳에 서있는 그곳이 자신이 가야할 신비롭고 다정한 세계인 것을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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