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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에 예작도

'사랑의 열매' 상징 감탕나무속 호랑가시나무
미국식물학계에서도 권위 있는 호랑가시학회
전세계의 희귀종 완도호랑가시나무에 ‘화들짝'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3.08.17 14:13
  • 수정 2023.11.07 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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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군은 7개의 천연기념물을 보유했다. 완도읍 주도 상록수림(제28호), 보길도 예송리 상록수림(제40호), 예작도 감탕나무(제338호), 소안도 미라리 상록수림(제339호), 맹선리 상록수림(제340호), 군외면 대문리 모감주나무군락(제428호), 보길면 정자리 황칠나무(제479호), 이 중 3개는 보길도에 있다. 예송리 상록수림과 정자리 황칠나무, 예작도 감탕나무가 그것이다.


지금은 아쉽게도 예작도 감탕나무 천연기념물 지정이 해제된 상태다. 주민들의 관심과 보살핌으로 살아온 이 나무는 민속, 생물학적 자료의 가치가 커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보호를 받았다. 감탕나무 중에 전국에서 가장 큰 나무였는데, 안타깝게도 지난 2012년 8월 볼라벤 태풍 때문에 고사해 국가지정문화재에서 배제됐다. 예작도는 일제강점기 때 보길면 예송리에 포함되었다가 해방 후 분구되어 예송리와 예작리 둘로 나뉘면서 자체 섬으로 독립했다. 


최근, 다리가 놓이면서 예송리와 다시 하나가 된 느낌이다. 완도군이 추진한 보길권역 농산어촌 개발사업으로 지난 7월 21일 500여 미터 해상 인도교인 '예작교'가 준공됐지만, 기록적인 폭우와 오송 지하차도 침수 참사 등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하여 개통식은 취소했다.


예송리 해안 길 따라 예작교를 건너면 유난히 맑은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보길도에서 바라본 예작도는 분명 외따로 분리되었는데, 예작교를 건너다보면 어느새 보길도와 하나가 된 느낌이다. 전혀 다른 곳으로 여겨지지 않을 정도다. 적자봉이 더욱 선명하게 펼쳐지고 다리 건너 예송리 전체가 예작도와 하나로 기억된다.


10여 가구 모여 사는 마을 언덕에는 한사람 겨우 드나들만한 골목골목마다 자연스레 쌓아올린 돌담이 정겹다. 해변으로 가는 길목에는 누군가 살뜰히 가꿔 놓은 텃밭과 숲으로 난 오솔길이 있다. 그 너머 남새밭에서 여물고 있는 참외, 들깨, 생강, 가지 등 갖가지 채소를 심은 채전이 향수를 자극한다. 마치 산업화 이전 시골마을 그대로를 옮겨 놓은듯 시간이 멈춰섰다. 


다리가 없던 시절엔 주민들의 고깃배를 얻어 타야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사람들의 발길이 뜸했다. 문화재 연구자들에 의해 예작도는 감탕나무 서식지로 일반에 점점 알려지기 시작했다. 감탕나무는 우리나라 남부 해안과 일본, 중국 등 난대지방에서 자라는 나무다. 오래전부터 약용으로 사용해 왔으나 근래에는 녹색 잎과 붉은 열매가 예뻐서 관상용으로 가꾸기도.

예작도 감탕나무는 대략 300년으로 추정했는데, 200여 년 전 마을에 정착한 홍씨와 김씨가 마을을 수호하는 당산나무로 모시기 시작했다. 정초에 온 마을 주민이 모여서 동제를 지내며 새해 행운과 풍어를 기원했다. 감탕나무 위쪽 소나무에도 제를 지내며 할아버지당산나무라 불렀고, 감탕나무는 할머니당산나무로 여겼다. 


태풍 피해를 본 뒤 가지가 마르고 새잎이 나지 않아 꾸준한 관리를 받았지만, 전문가 정기조사에서 모든 부위가 고사했다는 판정을 받았다. 노거수로서 생물학적 가치가 사라졌기에 천연기념물 해제가 타당한데, 다행이도 민속학적 가치는 아직 남았다고 결정했다. 완도군은 당산나무로서의 위상이 지속할 것으로 예측해 안내판을 세워 천연기념물 해제 과정을 설명하고 주변 환경을 정비했다.


지난 2021년 태안반도 서북쪽 천리포 해안에 있는 천리포수목원에서는 감탕나무와 관련한 특별행사가 열렸다. 민병갈 박사가 6.25 전쟁 후에 사재를 들여 매입한 토지에 16,000여 종이 넘는 다양한 식물을 심고 일평생 관리한 우리나라 최초의 수목원. 설립자는 수목원에 목련과 토종 호랑가시나무 등을 전국에서 모아 학문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 식물학계에서 세계적으로 빛나는 업적을 남길 수 있도록 기여했다. 

그가 완도에서 채집해간 나무와 식물 표본이 상당수인데, 그 중 감탕나무속 둥근 잎 완도호랑가시나무를 미국학회에 보고함으로써 완도호랑가시나무가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미국식물학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민병갈 설립자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천리포수목원은 지난 2021년 한국홀리협회 재창립하고 감탕나무속 식물 심포지엄을 열었다. 

그 행사에는 천리포수목원 김용식 원장, 한국농수산대학교 성정원 교수, 당시 완도군청 환경산림과 김경곤 팀장 등 35명이 참석해 재창립의 첫 발을 뗐다. 한국홀리협회는 민병갈 선생의 제창으로 1978년 1월 미국홀리협회 한국지부로 출범했다. 창립 이후 협회는 외국 호랑가시협회와 교류하며 1998년 미국호랑가시협회 총회를 천리포수목원에서 개최하는 성과를 냈고, 2000년 천리포수목원을 미국호랑가시협회가 선정하는 아시아 최초 공인 호랑가시수목원으로 지정하는 데 성공했다. 

그 중심에 있는 나무가 예작도의 감탕나무와 둥근 잎이 특징인 완도호랑가시나무다. 크리스마스 트리에 활용된 호랑가시나무는 구세군의 상징인 ‘사랑의 열매’로 사용되어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정지승 문화예술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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