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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파이터

에세이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3.08.17 14:28
  • 수정 2023.08.18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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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이, 얼마나 사랑하냐구요.
어라, 밑 줄 쫘악 몸에 붉은 문신 그었구요. 
 그냥, 너라서
사랑하기로 했다는 걸요. 
 
감자네 마실 가려다
아가! 부르니 왜, 냐옹!!!
나를 봅니다. 보고 싶어서.... 
 
한여름 태양처럼 아들이 뜨겁게 태어났습니다. 아들방을 깨끗이 청소했습니다. "엄마, 감동이야!" "네 생일 선물이야!" "내 방청소가 생일 선물이야?"
"어,그래." 아주 짧게 답했습니다. 아들의 목소리톤이 낮아지고 말이 줄었습니다. 아들방 청소할 때마다 기도를 했습니다. 기도하지 않으면 욕이 올라오니까요. 기도의 응답이었을까요.  지난 봄날 행복했습니다. 아들의 오토바이가 교회 앞으로 바람을 가로지르며 달려오더니 반듯하게 주차 되었습니다. 삶의 무게가 많이도버거웠나 봅니다. 지프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교회에 간다는 아들의 담담한 말에 애잔하면서도 가슴이 벅찼습니다. 태어났기에 오직, 살아내야 하는 것이겠죠. 


 자발적으로 이른 아침에 일어나 교회 갈 준비하는 모습이 평화로웠습니다. 마땅한 옷이 없다네요. 입고 갈 말끔한 옷을 챙겨 입는 아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행복했습니다. 
예배 시간은 가까워지고 아들은 오토바이를 타고 교회로 올 테고 저는 택시를 타고 앞서 교회에 도착하여 기다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택시를 잡아타고 교회로 가는데 기사님은 언제가 제일 행복했는지 궁금해서 여쭸습니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이었는데요. 망설임없는 차분한 목소리로 "지금 이 순간이 제일 행복합니다." 그러시네요.나이는 먹었지만 이제사 삶이 안정이 되었답니다. 행복한 이유 중 지금은 애들이 성장하여 돈달라고 손 벌리지 않아 경제적으로도 자유롭답니다. 노부부가 건강하고 아들은 미국에서 나가 살고 딸은 사업하는 사위와 결혼해 작가활동하며 잘 살고있다 합니다. 진중한 목소리와 태도에 어떤 신앙이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혹시 어르신 믿음 있으신가요?." 질문에 답을 하십니다.


"하나님을 믿으면 하나님을 가슴에 두고 잘 살테고,부처님을 믿으면 부처님을 가슴에 두고 잘 살테지요.저는 그리 생각합니다."
말씀에 품위와 진중함이 묻어났습니다.
종종 택시를 타면 왜 가까운 동네교회 다니지 않고 멀리 다니느냐 질문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아직 믿음이 작아서 마음이 고향같은 곳을 찾게 된다고 답하곤 했습니다.기사님께 다시 여쭸습니다.


"택시 전에 어떤 일 하셨나요?" ."한보 아시죠,한보로 인해 부도 맞고 그 뒤로 30년 동안 택시를 했습니다. 욕심 내려놓고 받아들이니 운전이 아주 재미있습니다."즐겁게 일하고 계시는 것을 느낄 수 있어 나 또한 기분이 좋았습니다." "저도 택시 타는 것을 좋아해요."


"사람들의 가야할 장소와 만남의 시간을 맞춰 언제든지 안전하고 신속하게 달려가는 택시를 많이 좋아해요.멋진 직업이라 생긱합니다."  "그동안 저는 애들키우느냐 사는 게 바빴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세월이 좋아 먹고 사는데 부담없이 살지만 애들 키울 때는 허리띠 조이며 알뜰살뜰 살았습니다. 열심히 앞만 보고 살았는데 지쳤습니다. 택시 타는 것과 세탁소 가는 기쁨으로 살자. 가고 싶을 때, 가야할 때 곧장 갈 수 있는 예의 있는 옷 한 벌 갖추며 살아야겠다. 마음속으로 되뇌이면 행복한 미소가 납니다." 교회가는 길에 기사님께서 내 이야기를 하나님처럼 조용히 다 들어주셨습니다. 


그날 참 행복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만큼 온 것도 감사한 일입니다. 그 불구덩이 같은 소굴에서 애들 자라느냐 고생했다고. 구질구질하고 지긋지긋하다는 말을 애들 어릴적 입에 달고 살았나 봅니다. 딸이 구질구질하고 지긋지긋하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엄마가 사라질까봐 무서웠다고 합니다. 내가 나도 모를 때 많이도 욱하고 분노했습니다. 숨이 안쉬어져 소리도 많이쳤습니다. 당근이는 키우다 고향에 보냈지만 지금 키우는 감자와 땅콩이는 끝까지 갈 겁니다. 감자와 땅콩이에게 내가 살 때까지 잘 살자 약속합니다. 나죽거든 감자와 땅콩이 함께 묻어줘 내가 끝까지 책임질 테니. 이러면 누군가도 끝까지 책임질 의무가 생기지 않을까 싶어요. 동물들은 아프면 아픈 표시를 내지 않는답니다. 버림받을까봐...


작년 여름 8월에 온 강아지 감자와 12월에 온 고양이 땅콩이가 한지붕을 이고 함께 알콩달콩 어울려 삽니다.


감자는 카폐무료분양 신청해서 높은 경쟁률을 통과한 후 감자를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가에 대한 면접이 깐깐했습니다. 사랑이라는 모견에게 태어난 감자는 아무래도 럭셔리 왕자처럼 살다 우리집에 와서 땅콩이에게 밀려 거지왕자가 된듯합니다. 애견에게 간식이 칭찬의 댓가가 아닌 존재의 요구권이 있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12월과 함께 태어난 땅콩이는 눈도 뜨지 못한 길고양이의 핏줄로 태어나 얼어죽을 생명을 아들이 구했습니다. 이 세상에 하나의 생명을 구한 것으로 자부심을갖고 사는 것처럼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땅콩이를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약속하고 말았습니다. 나보다 더 따뜻한 핏덩이를 안고 우유를 먹이던 따뜻함으로 마음의 온도가 1도 올라간듯 합니디. 사랑이 이런 것인가. 아들이 내 준 숙제 중 땅콩이가 제일 좋습니다.


감자와 땅콩이는 아들이 낳은 새끼가 되죠. 남은 시간 함께 오손도손 살아가야죠.핏줄이 맺혀진 가족만큼 자연이 맺여 준 인연 또한 귀하고 귀하니까요.  


감자와 땅콩이의 싸움놀이는 장난 아니게 자연스럽습니다. 바람의 파이터같은 땅콩이는 감자를 좋아하고 덩치가 소같은 감자는 무지하게 착합니다. 퍽퍽.. .땅콩이 배를 공격하는 감자의 소머리 닮은 머리는 땅콩이에게 가장 위협적이라 애옹아 악!!! 땅콩이 아파하면 바로 힘 조절을 하는 착한 감자예요. 작은 땅콩이 필살기는 정확한 과녁을 향한 빛부신 속도에 있다. 방어하는 듯한 공격은 언제 어디를 맞았는지 홀린듯 당한 감자의 튀어나온 불안한 동공과 항복하는 듯한 길게 뻗은 붉은 혓바닥은 영혼의 백기랍니다. 서로의 스파링은 물불 가리지 않고 싸우는듯 해도 이들만이 정해놓은 싸움의 원칙과 규칙이 암암리 정해져 있어 언제나 서로 피 흘림 없이 완벽한 춤사위를 보이듯 예술적 충족으로 각각의 평화로운 꽃잠을 잡니다.

 

이의숙
필수노동자/에세이 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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