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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들길에서 만나는 안단테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23.08.25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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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이라 하면 참으로 듣기가 좋다. 많은 식물이 하나의 정점으로 수렴될 것이고 자연의 법칙에 따라 다양한 모양이 그려진다. 별이 펼쳐진 우주에도 둥그런 원으로 그려질 것 같기도 하다. 


또한 그 한계가 무한한 공간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우리 눈에 보이는 것들은 물질적인 한계에 있다. 그러나 신은 그 물질을 다양하게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보이지 않는 것들 속에 실상이 있다는 것이다. 깨알 같은 작은 열매 속에도 별빛 같은 빛이 나온다. 


살아오면서 많은 경험을 하면서 보이지 않는 실상이 있다는 것을 느껴왔다. 연꽃 속에 한 생명을 불어넣는 일은 보이지 않지만 실재 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다. 우리 인간도 원자로 만들어 졌지만 그 속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지배하고 있다. 원자 이하로 쪼개고 들어가면 그 한계가 있을까. 아마 미완의 세계만 있을 것 같다. 


요즘 벼들이 배동이 설 때다. 그 사이 잡초가 있다. 이것이 바람하늘지기다. 지금은 농사기법이 좋아져 잡초가 없지만 옛날에는 많았다. 귀찮을 잡초를 아름다운 이름으로 지어줬으니 옛사람들은 심성이 좋았다. 또 하나의 이유는 벼이삭이 익어갈 무렵 이 풀도 열매를 맺는다. 


그렇다고 해서 벼농사에 크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 9월의 하늘과 바람은 아름답다. 하늘과 바람을 충분히 채워 널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이게 바람하늘지기다. 9월의 풍경은 이전 달의 풍경과는 확연히 다르다. 들판 한가운데에 있으면 추억의 환상 속에 있을 것 같다. 넓적한 들깨잎도 자그마한 알로 수렴하게 된다. 한 생명이 물질과 물질로 이동하게끔 하는 에너지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물론 햇빛과 물이 있기 때문에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보이지 않는 법칙이 있을 것 같다. 들판에 볼품없는 잡초를 바람하늘지기로 지어준 농부의 마음도 보이지 않는 신앙이 있지 않았나 생각된다. 좋은 심성은 자연을 닮아간다. 자연은 추억을 만들고 아름다운 노래를 만든다. 곧 펼쳐질 황금에서 느릿한 해거름을 보면서 아쉬운 마음을 달래볼 생각이다. 


우리 눈에 잘 보이는 것과 잘 보이지 않는 것들이 어우러져 건강한 자연을 유지한다. 물질의 총량은 변하지 않지만 그 변화가 급격하게 변하면 삶의 균형이 깨질 수 있다. 물질뿐만 아니라 마음의 변화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들길을 걷는 안단테가 필요하다. 


자연과 느릿한 걸음은 느림의 철학이다. 자연의 이해는 느림과 멈춤의 반복으로 나온다. 벼 이삭과 천천히 익어가는 바람하늘지기는 9월의 하늘에 대한 그리움이 있다. 풍경은 눈이 부시게 나를 바라보고 있다. 욕심을 부려도 가질 수 없는 9월의 풍경은 내가 없으므로 보이는 것들이 더 많아진다. 올 9월은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것들을 더 많이 느끼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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