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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의 자가용, 군내버스 타고 읍내 갑니다

버스에서 만난 사람들

김성수 신지면장
최정욱 의원님, 안타셨죠?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3.09.07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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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 년 전만 하더라도 매일 아침마다 버스를 타기 위해 전쟁 아닌 전쟁을 치러야 했다.
  학창시절 왁자지껄 몰려타던 친구들, 큰 짐을 놓고 실랑이를 벌이던 아주머니 등 시골버스를 생각하면 버스 안이 콩나물 시루가 되어버리곤 했던 추억들이 생각난다.
  신지는 지난 2005년에 신지대교가 완공되어 육지와 섬이 연결되며 교통 상황이 크게 개선되었다. 완도읍 입구에서 차량으로 신지까지 10분가량이면 오갈 수 있는 거리가 되었으며, 이전까지 완도읍 1부두까지 들어가 배를 타야 하는 불편함이 사라진 것은 물론이요 버스를 타고 오일장까지 한 번에 갈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2017년 장보고대교가 완공된 후 고금도와 이어지게 되어 완도와 해남을 거치지 않고 바로 광주로 갈 수 있게 되었다. 
신지여객은 현재 총 두 대의 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동고리에서 명사십리를 거쳐 완도읍까지 운행하는 큰 버스와 관내를 운행하는 작은 버스이며, 작은 버스의 경우 대평, 내동, 삼마를 기점으로 하루 25회 운행하고 있다.
 2023년도 기준으로 노인인구가 전체인구의 42%를 넘어선 시점에 군내버스는 완도에서 신지로, 신지에서 고금으로 어르신들과 주민들의 발이 되어주고 있다.
8월 30일 장날 아침엔 부슬비가 내림에도 버스를 타려고 기다리는 어르신들이 많다. “안녕하세요. 어르신~ 비도 오는데 장에 가십니까.”
“아이고! 우리 면장님이시구만. 읍에 약 받으러갑니다.”
“장도 보고 병원들려서 안경도 맞추고 할게 많아요.”
이런저런 안부를 건네는 동안 읍으로 나가는 큰 버스가 도착했다. 동고리에서 출발하여 버스터미널이 있는 대평리까지 오는 동안 버스에는 승객들이 이미 가득 탄 상태.
  “안으로 더 들어가요.”
  “이리로 와. 여기 앉아요. 여기 자리 있어.”
  “다 탔어요?”
  “잉. 다 탔어. 출발해.”

버스에 탄 모든 사람들이 차장이다. 보따리를 내려놓으면 그 짐을 건네받아 잡아주고 승객들 다 탔다는 신호도 내려준다. 원래 서로 아시던 사이냐는 물음에 아니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모르는 사이여도 위험하시게 어떻게 두나요. 버스 탄 사람들끼리 도와야지. 짐도 들어주고 안 넘어지게 꽉 잡아드리고!”
장에 가시는 어머니들은 9시 차와 12시 차 배차 간격이 길어서 불편하니 10시반쯤 차가 한 대 더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신지면 내에서는 40분마다 작은 버스가 오지만 읍으로 나가는 큰 버스는 배차 간격이 길어 장만 금방 보고 오고 싶어도 시간이 애매하게 남는다는 것이다. 양천리에 사시는 어머니는 양천리 안까지 버스가 들어오지 않아서 큰길의 버스정류장까지 나가야 하는데 다리가 불편한 어르신들은 큰길까지 나오기 어렵더라는 이야기를 슬쩍 하신다.
내동리와 송곡리에 사시는 어머니 두 분은 도로변의 무성한 가로수를 정비해달라는 부탁을 하시며 가로수의 가지가 차 앞유리창과 도로 표지판을 가려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걱정을 하신다.
승객분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며 배차 간격을 조정하고 버스 노선이 여러 마을을 골고루 들를 수 있게끔 건의해 보겠으며 가로수 정비는 바로 실시하겠다는 답변을 드리니 손을 꼭 잡으며 ‘아이고 면장님 감사하요.’ 하신다.
9월 1일부터 시행되는 무료버스 이야기도 뜨거운 화제다.
“모르는 사람이 없어요. 이장님이 방송도 하시고 홍보가 잘 되가지고‥무료로 해준다고 하니까 정말 너무 감사하지요.”
여러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북적거리는 장날의 버스는 오일장에 도착했다. 약속이나 한 듯이 함께 짐을 내려주고 내리는 어르신들의 손을 잡아주며 추억 서린 시간을 마무리한다. 이렇듯 시골버스는 여전히 사람들 간의 정으로 가득하다. 처음 본 사람일지라도 서로 안부를 묻고 시시콜콜한 잡담을 나누고 버스기사님을 도와 버스 차장 역할도 한다. 무료버스 시행을 계기로 많은 주민들의 발이되어 영원히 달렸으면 한다.
어르신들의 자가용 군내버스 탑승으로 소소한 의견과 건의를 들을 수 있어서 매우 유익한 시간이 되었다. 시간 되는대로 버스를 타며 주민들과 소통의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한다. 
다음은 최정욱 의원님? 아직 안타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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