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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실 습격 사건, 손은 눈보다 빠르다

황양매 김승미 님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3.09.07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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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들이 수치스럽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권력이라는 이들에게 편집실을 내주는 것이다.
검찰이 법률의 잣대로 언론사를 압수수색할 때, 기자들이 몰려나와 법 집행을 막으려는 것도 헌법에 명기된 언론적 자유 위에 법률이 상위할 때 없다는 것을 명분으로 두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창간 33년 동안 완도신문사 편집국 기자나 데스크를 역임한 이들 또한 함부로 편집실 출입을 용인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올해 초, 아마도 설날을 얼마 남겨두지 않는 시점이었을까. 느닷없이 편집실로 들이닥친 두명의 공무원. 주민복지과의 황양매 팀장과 김승미 주무관. 
이들은 본보의 취재와 관련해 반론이 있다고 했다. 
분초를 다툴만큼 긴박한 마감시간이었지만, 이야기를 들어주려고 하자. 두 눈에 불을 켠 후(쌍심지를 켰다는 게 이런 것이구나 싶을만큼), 인정할 건 인정하면서도 따박따박 논리 있게 설명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들의 논리를 많이 반영해줬고 이들 또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는지 뭔가 찜찜해 하면서도 그렇게 돌아갔다.
그리고 남은 편집. 
마감시간이 한 5분 정도 남았을까? 
갑자기 편집실의 문을 열고 들어오는 두사람.
아무래도 마지막 단락이 거슬려 이대로 나가면 안되겠다면서 수정을 요구했다.
“아니, 이 양반들이 진짜 군민의 알권리를 이렇게 방해해도 되느냐”니깐. 이들의 논리는 “완도신문이 진실 보도에 더 가치를 두고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군민에게 사랑 받을 수 있었던 것 아니냐”면서 반론을 충분히 말할 수 있어야 독자에게 공정성을 더 제공하는 것이며 알권리 충족과 사랑받는 언론이 된다고 했다. 
속으로 ‘이제, 인쇄소에서 난리를 치겠구만’ 생각하면서 데드라인까지 넘겨가며 이들과 진지한 토론을 벌렸고, 진실적 측면이 아닌 표현적 측면에서 타협이 이뤄졌다.
고맙다고 돌아가는 모습이, ‘와! 완도군에 저런 공무원도 있구나!’ 싶어, 본보 독자가 설 명절 때 먹으라며 보내 온 김 두톳을 챙겨주며 보냈다. 
그러며 "다신 오지 마세요. 징글징글하니까"
돌이켜 보니, 33주년 발행 신문 중 가장 용감했던 사람들인 것 같다.
33주년 화두인 당신의 처음은 무엇이냐는 물음에 황양매 팀장은 “우리는 사회복지사로서 사회복지가 우리의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닐까 싶다”고. 
김승미 주무관은 “사회복지는 그 지역에 가장 아픈 사람, 가장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 우리는 그들의 편에서 시작하고 끝난다”고 했다.
창간 33주년 인터뷰였다고 밝힌 후, 사진이 필요하다며 스마트폰을 꺼내자 저런 모습.
사진은 거짓말을 못한다. 
어릴 때 달리기로 이름을 뽐냈다던 황양매 팀장은 그 명성이 헛되이 전해지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듯 카메라를 피하는 순발력 또한 발군의 모습이었고, 이제 탁구에 입문해 요즘 맹연습에 돌입한 상태라면서 지난 5개월간 개운하게 휴직한 후 다시 복직한 김승미 주무관은 황 팀장의 순발력을 역시나 못 따라가며 얼굴을 가리는 것으로 대신했다. 
이럴 때 쓰는 말. 타짜의 명대사. 손은 눈보다 빠르다.
올해 신문을 제작하면서 가장 용감한 공무원으로 기억된다. 
습격이었다. 두 사람에게 어떻게 편집실을 자기네 안방처럼 열고 들어올 수 있었냐는 말에 두 사람 모두 “몰랐으니까요. 무식이 정말 용감했습니다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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