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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암 진단을 받고 아주 조금 울었어요”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3.09.15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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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을 입고 있었을 때, 한 5~6미터 쯤 떨어져서 바라 본 그 자태가 어떠했냐면. 
초승달 같은 눈썹에 고아하게 뿌리는 첫봄비를 닮은 속눈썹하며, 선량한 눈빛과 우수가 깃든 눈망울은 만인뿐만 아니라 만물을 포섭한다. 연분홍빛 감도는 작은 입술은 어느 봄밤 매화꽃 피어나듯 고아하고, 목선에서 멈춘 머리결은 연못 가득 향기로운 연향 같았다.


그때가 어느 다례제의 행사장 같았는데, 한복을 입은모습에 이런 은유를 해줬었던 같다. 5~6년 전의 일.
사람이 안부를 전하지 않고 안보면 그렇게 잊게 되는 것이라서. 다만 그때 그 순간을 어떻게 기억하느냐에 따라 필생을 갈지, 1초도 안돼 잊어버릴지를 결정하는 것이라서. 그것이 또 인연인 것이고. 


풍문으로 접한 소식은 암수술을 했다는 이야기만 들었고 뒤론 인연이 없는 줄 알았는데, 창간특집호 편집마감이 이뤄지던 지난 7일, 완도읍사무소 교육차 참석했다가 모인과 함께 신문사를 방문했다고.


우선 반가웠다. 무엇보다 창간 33주년에 한 사람의 목소리를 더 담을 수 있어서. 김정호 발행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바쁜 편집마감이라) 우선은 들어야 할 이야기가 있기에 성급히 창간 33주년 화두를 던졌고 답을 들은 후엔, 얌체처럼 김 대표에게 바통을 넘기며 마지막 편집에 들어가면서 가는 모습도 보지 못했다.


김미선 님. 삶에서 수많은 처음과 마주하게 되지만, 그녀의 처음은 가족이라고 했다.
"2년 전, 암 진단을 받고나서 아주 조금 울었어요" 
"서럽거나 두려워서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냥 조금 눈물이 났어요" 
"가장 먼저 아이들이 떠올랐어요"


"해주지 못했던 것, 내일로 미뤘던 것들이 사무치게 떠오르더군요"
모든 걸 소거한 후 내게 남아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보면 역시나 가족이라고 했다. 가족들로 인하여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고. 그래서 처음도 가족이었고, 앞으로의 새로운 시작도 가족이라고 말했다. 


"살아간다는 것은 수많은 처음과 함께 만들어가는 끊임없는 시작일 것이라고 생각해요"
"남편이 자주 하는 말이 있어요!" 


"늘 처음과 같은 마음으로" "저에게 처음이 가족인 것처럼, 남편에게도 처음이란 아주 소중한 것이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귀한 마음으로 열정을 다하는 남편을 응원합니다"


"또 완도신문의 33년이 늘 처음인 것처럼, 모두의 처음을 열렬하게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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