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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대표“재인쇄 들어갔는가?” 아, 튀김옷 입고 기름가마 떨어진 듯

창간특집 편집후기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3.09.22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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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주간의 완도신문 창간 33주년 특집호는 지난 1년 간 편집국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들로 꾸렸다. 
최광윤 과장의 보도 이후 들어 온 제보 중 하나는 최 과장이 방위 제대(일각에선 최고의 전투사단인 백골부대와 해병대 아닌 해변대 출신이라는 말도 들림) 후 공무원이 되기까지 과정을 물어달라는 이도 있었고, 황양매 김승미 님의 보도 후도 회자되는 분위기와 김남수 님의 최과장과 이읍장 중 실제로 누가 더 좋냐? 등 그 밖에 많은 순간들이 기억에 있었다.
신문에서 중요한 부분 하나는 진실과 정의란 대의명제를 놓고서 객관성을 유지하는 것. 그 객관성이란 데스크가 아무리 유능하더라도, 아무리 많은 사람이 편집에 참여하더라도 불가능한 영역으로써 다만 그 불가능을 가능성의 영역으로 가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 대표의 말이라도 하나의 의견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렇게 해달라 저렇게 해달라 말할 수가 없는 것. 또 편집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고정돼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럼, 데스크 이후는 누가 있느냐? 데스크 이후는 없다. 마지막 책임을 데스크가 져야하지만, 책임을 진다고데스크 마음대로 할 수는 없는 것. 데스크가 할 수 있는 건, 마지막까지 듣고 또 듣는 것뿐인데, 그때가 전남 장애인체전이 끝난 날. 마지막 교정에 참여하는 한 편집위원이 마지막 편집본을 보더니, 불같이 역정.
전남체전은 다양한 측면에서 넘치게 보도를 하더니, 장애인체전은 경기 결과를 왜 보도하지 않느냐였다.
장애인체전 또한 나름 보도를 해줬다고 생각해 반감이 일었는데, 3자의 입장에선 그렇게 보였을 수도 있겠다. 이어진 편집위원의 말이 결정타. "완도는 한 사람 한 사람이다. 당신의 눈물은 우리와 같습니다"는 슬로건에 부합하느냐고 묻자, 그때서야 엄니가 손바닥으로 등짝을 스매싱 한 것처럼 정신이 바짝. 편집마감의 막판은 모든 에너지를 썼기 때문에, 객관성에서 멀어질 수 있다. 
틀린 걸 몰랐으면 모를까. 알았으면 고쳐야한다. 인쇄소에 넘어간 편집본을 수정해 보도했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순간은 인물편 소개. 
인물편은 사실, 굉장히 민감한 영역이다. 사람을 바라보는 시각과 관점. 누군가는 그를 무진장 미워하는데 소개되면 이런 사람을 소개했냐면서 구독을 끊는 경우도 종종 있다. 안쓰고 싶은데도 시대란 사람이 만들어가는 것이기에, 볼 수 없었던 이면을 보고 귀감으로 삼길 바라는 마음인데, 가장 민감한 건 당사자들. 
그래서 검토할 수 있게 미리 보내주는데, 한 인물을 소개하면서 낮 2시 30분쯤 편집된 이미지 파일을 보내줬다. 
5시까지 아무런 말이 없길래, 괜찮나싶어 더 이상 확인없이 인쇄소에 보냈다. 6시 쯤 집으로 돌아오는데, 10여통의 부재중 전화. 아, 이거 뭔가 잘못됐구나!
전화를 걸었더니 거의 울먹이면서 하는 말. 이렇게 나가면 배우자가 이혼하자고 그런단다. 얼릉 인쇄소에 전화를 걸었더니, 이미 인쇄돼 신문이 나와 버렸다고. 
오만가지 생각이 겹쳤다. 일단은 후회, 왜 확인을 안했을까?부터, 그냥 인쇄를 해 버릴까? 아니면 배우자에게 지금 찾아가 사과를 할까? 
사실 편집은 실수할 수 있고 오류 또한 많이 일어난다. 헤드라인의 제목 오탈자가 나와도 데드라인을 넘어 인쇄소에 넘기면 그냥 인쇄를 들어가는 것이 불문율. 
그래서 그런 실수나 오류가 나오면, 반론보도와 수정보도 등으로 대신하는데, 이러한 보도준칙은 법률로 보장 돼 있지만 지금 상황은 정정 보도 또한 의미없는 일. 
어찌됐든 1~2분 상간에 결정해야만 된다. 
설마 나간다고 해서 배우자가 이혼까지야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당시 내린 결론은 재인쇄였다. 
선의가 악의로 되돌아가서는 안된다는 판단에서. 
다시 그 지면만 신속히 편집. 
편집이 한참 무르 익어가고 있는데, 김정호 대표의 전화다. 순간, 받을까 안받을까? 고민하다가 받았는데, 김 대표의 말 "재인쇄, 들어갔는가?"
우와, 그걸 그걸 알았지? 
인쇄소에서 인쇄사고라서 알린 것 같았다.
아, 그 말에 얼마나 쪽팔리던지. 사실 재인쇄 편집이 끝나면 인쇄소에다 사비로 결제를 할 것이라면서 어디에서 누설하지말라고 할 요량이었다. 
상황을 이야기했더니, 이해하고 안심하는 목소리. 
"제 실수니 제가 낼랍니다"했더니, 이내 툭 끊어버리는 전화. 천번 편집에 1~2번 일어날까말한 일. 
지금 생각해도, 100미터 상공에서 튀김옷을 입고 펄펄끓는 기름속으로 떨어지는 것처럼, 얼굴이 후끈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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