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가을이 익어가면 갈수록 관계는 틈새를 만들고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23.09.27 10:02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당신이 있음으로 해서 누군가가 행복함을 느낀다. 간단한 사물도 서로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야말로 얼마나 소중한가를 명약해진다. 우리는 시간 속에서 항상 기댈 수밖에 없다. 


망망대해서 아주 작은 배를 타고 항해하고 있다. 운명은 시간이란 좌표에 놓여있다. 시냇가에 작은 돌멩이도 시간의 흐름으로 밋밋하게 다듬어진다. 우리는 얼마나 살아봐야 시간의 흔적을 알 수 있을까. 시간의 예술은 음악이다. 시간의 간격이 섬세한 음률을 만든다. 


이 속에 눈물이 있으므로 삶을 이야기할 수 있다. 서로 다른 음이 모여 하나의 곡이 되듯이 우리는 관계 속에서 삶을 이어간다. 나 하나가 있으므로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달라진다. 그 기다림의 연속성이 지구 끝까지 미칠 수 있다. 날씨가 낮에도 선선하다. 완연한 가을이다. 누런 가을 들판이 푸른 하늘과 잘 어울린다. 가을은 어울림의 계절이다. 


논두렁이 보라색 쑥부쟁이가 가을 햇빛을 맞이하고 있다. 노란 벼와 코스모스가 잘 어울린다. 그 계절의 만남은 행복하면서 아름답다. 계절 음식도 좋지만 눈으로 보아도 먹는 것 이상 좋은 것이 많다. 바로 가을을 맞는 색깔이다. 이 색깔과 냄새가 잘 어울려 가을 분위기를 만든다. 


싸리 꽃들이 곧 노란 단풍이 된다. 싸리나무 울타리 넘어 흰 연기를 맡으며 가을 색을 노래한다. 우리는 한때 각진 돌처럼 서로 부딪쳤다. 서로 맞지 않은 곳을 마찰하면서 불꽃도 튀겼다. 지나온 세월은 상처투성이다. 살점을 덜어내는 아픔을 견디어 내면서 시간의 운명을 알게 된다. 바닷가에 조약돌도 폭풍의 언덕에서 모진 고난이 있었다. 현재의 위치에서 보면 좋든 싫든 삶을 위하여 다 필요한 것들이다. 유한한 생명 속에서 좀 더 아름답게 살기를 원한다. 


그것은 나로 인하여 행복해지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오늘 아주 사소한 것들에 대한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 본다. 들 앞에 서로 어울리는 관계들을 본다. 서로 부딪히는 일은 앞으로 원만한 관계를 맺기 위해서다. 세상 밖은 원형으로 둘러싸여 있다. 지구 밖에서 지구를 보는 일도 원형이다. 


내 마음속에 꽃도 둥글다. 어울림은 여러 꽃들 속에 있다. 그 간격을 들러다 보면서 마음의 틈새를 본다. 가을이 익어갈수록 시간의 틈새가 생긴다. 아름다운 관계는 틈새가 있다. 


서로의 마음이 오고 갈 수 있도록 그 틈새가 너그럽다. 가을 하늘이 넓고 평화로운 데에서 목을 길게 뻗은 꽃이 있기 때문이다. 가을 하늘은 꽃을 피울 수 있도록 향기로운 공간을 주었다. 아름다운 어울림은 기다림이다. 한 치 앞을 볼 수 없이 불안한 현재 순간을 기다림으로 이어진다. 아직 가을 햇빛은 눈물이 묻어 있어 반짝인다. 코스모스 꽃잎들 사이에서 마음의 틈새가 반짝인다..

 

저작권자 © 완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