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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가 덕을 쌓아야만 볼 수 있다던

백두산 등정기 2

이승창
자유기고가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3.10.26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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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 일정은 중국과 북한의 국경인 서파에 올라 천지를 구경하고, 내려오는 길에 금강대협곡의 관람코스를 따라 걷는 것이다. 
이른 새벽에 잠자리에서 일어나 창문 너머로 멀리 동쪽 하늘의 검붉은 여명을 봤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구름이 짙어지고 있어 일기예보를 확인해보니 아침 기온은 13°의 약간 쌀쌀했지만 맑은 날씨로 안심이 됐다.
이른 아침 숙소를 출발하여 서파풍경구까지 이동했다. 첫 번째 방문 때는 흙먼지가 날리는 비포장도로를 달렸었는데, 세월이 흘러 같은 길은 말끔하게 포장된 길로 정비되어 있었다. 첫 번째 환승센터에서 대형 셔틀버스로 갈아타고 숲길을 거침없이 내달린다. 찻길은 지난 밤 비가 내려 촉촉하게 젖어있고 길 양쪽의 껍질이 하얀 자작나무가 빼곡히 서있는 숲길 사이를 지나간다. 활엽수들의 넓은 잎에는 노란 단풍으로 물들고 있어 가을분위기를 느끼게 했다. 
천지 환승센터에서 중형버스로 갈아타고 구불구불 이어지는 산길을 오르는데, 고도가 높아질수록 길옆의 자작나무들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줄기와 가지들이 휘어져있다. 세찬 바람과의 혹한을 견디기 위한 치열한 생존투쟁의 결과라고 한다. 서파의 천지로 올라가는 찻길이 끝나는 지점에 도착했을 때는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듯한 흐린 날씨로 바뀌었고 산 윗쪽은 구름으로 가려져있어 능선이 보이질 않았다. 차에서 내려 1442계단의 경사진 오르막길을 걸어서 올라야 한다. 화강석으로 만들어진 돌계단과 나무로 설치된 데크길 등 두 갈래 계단길이 서파 능선까지 이어져있다. 
천지를 제대로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운이 좋아 천지의 검푸른 수면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계단을 올랐다. 기대와는 달리 계단이 끝나고 해발 2,470m 팻말이 세워진 능선의 꼭대기 지점에 도착했는데도 여전히 구름은 가리고 있었다.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려는 순간 앞서간 일행이 천지가 보인다고 서둘러 올라오라고 외치는 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자연스럽게 걸음이 빨라져서 천지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데크에 도착해서 헐떡거리는 숨을 고르면서 내려다보니 구름이 흘러가면서 천지가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었다. 
카메라로 천지의 모습을 담기위해 쉬지않고 셔터를 눌러대고 있는데, 구름이 밀려오더니 천지는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 한 눈 팔지않고 천지를 주시하고 있으니 희미하게 다시 모습을 드러냈고, 잠깐동안 보여준 후 사라지는 변화무쌍한 모습을 되풀이했다.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지다 멈췄다를 반복하는 종잡을 수 없는 날씨는 예측을 불허했다.
21년 전에는 서파 능선에 중국과 북한의 경계를 나타내는 5호 경계비가 세워져 있었지만 국경을 명확히 구별하는 시설이 없어 자유롭게 구경을 넘나들었는데, 이제는 목책을 세워 넘어가지 못하도록 통제하고 있었고 비석도 37호 경계비라고 명칭이 바뀌어 있었다. 다음 일정때문에 무한정 머물러 있을 수가 없어 아쉬움을 남기고 발길을 돌려 하산을 했다. 
서파에서의 아쉬움을 남기고 산을 내려와서 찾은 곳은 금강대협곡이었다. 금강대협곡은 화산 폭발 후 용암이 흘러내려 오랜 세월동안 지층이 변하면서 만들어진 협곡이다. 협곡의 총길이는 70km, 너비는 200~300m에 달하는데, 화산이 폭발했을 때 동식물이 용암에 묻히면서 만들어진 화석이 많아서 당시의 생태를 연구하는데 있어 중요하다고 한다. 
일행은 일반 관광객들이 접근할 수 있는 약 1.6km의 데크길을 따라 자연이 빚어낸 신비스러운 지질의 변화를 구경하면서 탄성을 질렀다. 독특하게 생긴 바위들은 그 모양이 가지각색이어서 낙타를 닮은 바위, 공작새가 꼬리를 펼치고 있는 듯한 형상 등을 볼 수 있었다. 짧은 시간동안의 구경을 끝내고 같은 길을 따라 숙소로 돌아와서 둘째날 일정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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