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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사람들의 애환은 교통, 그게 해결되면 의료 교육 풀려

버스에서 만난 사람들

박재선 완도군의회 의원
"다음은 이현희 완도군청년연합회장님"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3.11.02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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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골은 농작물 수확에 따른 농번기와 해조류 채묘 준비로 분주한 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처럼 바쁜 시기에 버스는 나이 드신 어르신에게 귀중한 발이 되고 있습니다. 5일장으로 읍내에 장이 서는 날은 장에 내다 팔 곡식과 채소, 그리고 마을 사람들과 학생들까지 섞여 버스 안은 온통 아수라장이 되곤 합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버스는 하루에 정해진 코스를 시간에 맞춰 꼬박꼬박 마을로 들어와 사람들의 든든한 발이 돼주고 있습니다. 버스에서 자연스레 만나 서로의 안부를 묻고 인사를 나누는 과정에서 어느덧 버스 안은 사람 사는 냄새로 가득 찹니다. 오랫동안 떨어져 지내던 이웃마을의 친지들을 만나고, 세상 돌아가는 소식과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움직이는 사랑방이 되어버린 지 오랩니다.

시골 어르신들의 웃음 발전소 역할을 하고 있는 움직이는 사랑방을 직접 타봤습니다. 읍내 볼일을 보려고 막 차에 오른 어르신이 버스 운전사에게 말을 건넵니다.
"어이, 동생 나 좀 읍내에 데려다주소"

이곳의 마당발이자 주민들의 속사정을 꿰뚫고 있는 버스기사님은 "와따, 어르신. 읍내는 뭔 일로 가신다요?"라며 친절하게 맞이합니다.
저는 서로 문안 인사를 마친 이들과 함께 버스에서 인사를 나누며 요즘 근황을 여쭤봅니다.

“어르신,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라고 묻자,
“그럭저럭 살고 있는데, 신경통 때문에 움직이는 게 점점 힘들어”라는 답이 되돌아옵니다. 

섬지역 의료시설이 부족하다 보니 노인들은 병원 때문에 육지로 향하고, 젊은 층은 교육을 위해 섬을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과거 2만 명이 넘는 인구가 거주하다 지금은 4800여 명으로 준 완도 노화도가 대표적이다’라는 신문 기사가 도서지역의 낙후된 의료체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한때 대우병원이 있어서 많은 분이 시설을 이용하고 있었으나 이제는 대우병원마저 없어져 의료체계 개선이 시급한 실정입니다.

읍내로 가는 내내 여러 손님을 맞이한 버스 안은 어느덧 사람들로 가득차면서 이웃집 애경사를 시작으로 정치 이야기까지 여러 말들이 오고 갑니다. 때로는 웃음을 짓다가 안타까운 마음에 탄식도 흘러나옵니다. 신양리 마을 한 분은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꼭 읍 소재지에 오십니다. 이·미용권을 이용하고 병원도 들리려고 버스에 오르면서 저를 알아보고 

 "미용실이나 마을에서 열리는 5일장을 찾아갈 때마다 버스를 이용하고 있는데 무료로 바뀐 뒤로 더 좋아졌어“라며 웃으며 인사를 보내자, 저도 ”어르신, 건강하시죠? 어르신이 흐뭇해하시니 저도 기쁩니다“라며 화답합니다.

지역주민이 이용하는 무료버스를 바라보며 앞으로도 교통수단의 공공성 확보라는 정책에 대하여 많은 고민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특히, 이번 완도 화흥포-노화 동천 구간의 여객선 야간운항은 수년간 주민 설득 과정, 불법 어업시설 철거 등 어려움이 많았지만 섬사람의 오랜 숙원을 해결할 수 있게 되어 해당 지역의 의원으로서 많은 보람을 느꼈습니다. 

이와 더불어 노화-소안 2단계 연도교 건설과 노화-넙도 연도교 건설의 조기 촉구 필요성을 제기하며 하루빨리 해당 사업이 본 궤도에 안착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지역주민에 대한 보답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꽤 오랜 시간 버스를 통해 마을 사람을 만나며 이웃 간의 정을 이어간 사이 어느덧 읍 소재지 도착하게 됐습니다. 버스를 타고 정류장에 도착한 곳에 할머니 한 분이 내리시는데 할머니를 기다리는 사람은 할아버지였습니다. 할머니가 오는 시간은 맞춰 정류장에 앉아 계신 할아버지는 할머니의 느린 걸음에 맞춰 함께 걷습니다.

가끔 한 치의 여유도 없이 콩나물시루처럼 빡빡하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남들에 대한 배려와 이웃에 대한 사랑보다는 주변에서 무슨 일이 생기든 앞만 보고 달려가야 하는 비정한 현실과 마주칠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 우둘투둘한 마을버스가 느릿느릿 다니고, 장독대 위 가을햇살이 느슨하게 떨어져 있던, 넉넉하고 평화로운 뜨락을 돌며 재충전하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다음은 완도청년의 심장, 이현희 완도군청년연합회장님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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