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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경한 바람의 살결 그는 약속했던 자유, 해양치유였다

11월 24일 그랜드오픈 앞둔 해양치유센터의 조경 담당 조슬아작가

  • 김형진 기자 94332564@hanmail.net
  • 입력 2023.11.09 15:24
  • 수정 2023.11.10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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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의 소나무로 호위된 작은 성, 인접한 바다의 숨소리는 귀를 녹일 듯 부드러우면서, 파도의 살결처럼  생경한 바람은 피부에 와닿자, 싱그러운 네롤리와 머스크의 우아한 만남으로 눈부시게 빛났다.


당신의 새벽을 빌려와 끝이 없을 것만 같은 고독이 마침내 멈춰서는 순간, 눈빛으로 주고 받던 말들은 마음 속 미묘한 불꽃으로 일어났을 때, 그는 약속했던 자유, 해양치유였다.


어른들이 하는 말 중에 "아야, 곡식은 쥔네 발걸음 소리 듣고 커야!"
역시나 자다가도 떡을 얻어 먹는다는 어른들의 말은 틀림이 없다. 이곳에 이틀에 한번 꼴, 주말엔 반드시 찾는다는 신우철 군수의 발걸음. 어떻게보면 민선 6기~8기  12년간 완도군정의 진수가 이곳에 담겨 있다.


자주 가다보니, 갈 때마다 새로운 발상과 착상, 그런데 뭔가 부족한 허전함. 
그리고 마침내 그 부족한 무언가를 찾아냈다. 
신 군수가 일반 조경업자가 아닌 산림휴양과에 조경을 맡긴 것이 신의 한수로 보였다. 저걸 일반 조경업자에게 맡겨더라면 해양치유의 진수가 이런 것이다는 마침표가 되기 보단 계속해 부족한 걸 채우기 위한 물음표가 더 많았겠다.


우선, 센터 정문에 완도를 축소해 놓은 듯한 조경이 일품이다. 형식과 틀을 중시하는 관공서가 주도해선 이런 조경이 절대로 나올 수 없다. 높은 의식의 접근, 이는 타인을 이롭게하는 마음을 담을 수 있느냐?없느냐?다. 고수들이 참여하면 이렇게 변한다. 센터의 완성도가 훨씬 우상향한 모습은 돈도 재능도 아닌, 타인에게 나를 가장 가깝게 열어 줄 수 있는 그 태도와 마음. 

그렇다면 그건 눈으로만 보고 가는 게 아니라 누구나 그곳에 앉아 조경된 꽃과 나무의 숨소리 하나 하나와 호흡할 수 있어야 하고. 그것까지 배려하게 될 때 더 온전한 치유가 된다는 것. 


현재 센터는입구부터 치유센터의 분위기에 어울리도록 현재 총 4개의 치유정원을 조성 중인데, 치유센터 현관에는 포켓치유정원, 우측엔 바람의 정원, 좌측으로 크레바스정원(암석원), 윈터가든으로 각기 다른 테마로 꾸며지고 있다. 
나무 몇 그루만 심었을 뻔했던 당초의 계획에 대해 신 군수가 변경 의견을 냈다고 하는데, 무엇보다 짧은 기간 안에 이뤄졌다는 점. 


이는 실전 고수가 있다는 방증. 일단 고수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박은재 과장. 온유한 남자다. 온유하지만 그 온유함 뒤엔 숨은 날카로움이 어마어마하게 강력하다. 포켓치유공원 옆으로 조성된 자작나무 군락은 본래 상록수를 심을 계획이었는데, 자작나무로 변경했다. 발상이 신선하다. 추운 고장에나 자랄 자작나무를 남쪽 땅에 심을 생각을 했다는 게. 


이건 트렌드를 읽고 있다는 말. 인제 용대리 자작나무숲이 세계적인 명소로 급부상한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 그럼, 혹자는 기후변화로 날로 더워지고 있는데 그런 한대수종이 이곳 완도에 맞겠어?하고 우려의 목소리를 전하겠지만, 산림전문가가 그걸 망각했을까?  


박 과장의 말은 "따뜻한 곳에서도 잘 자라는 개량된 수종입니다" 박 과장의 설명을 듣고 자작나무가 컸을 때를 상상해 본 신우철 군수라면 고개를 두어번 끄덕이며 "음, 그래 (좋군)!"했겠다. 
그런데 박 과장은 "우리 동현이 작품입니다"


김동현 주무관. "아, 아닙니다. 돌멩이 하나 하나의 숨결을 매만지며 직접 작업에 참여한 조슬아 작가님의 공로입니다"


1985년생, 조슬아 작가. 꾀죄죄한 작업복 차림이었지만 빛나는 눈망울 속에 열정이 한 발 한 발 걸어날올만큼 생동감이 넘쳤다. 그는 "정원을 통해 아픈 마음이 치유되고, 이를 계기로 또 다른 이들의 마음이 치유되길 바라는 마음에 정원 조성과 실내 그린인테리어를 병행하면서 현재 전남대학교 조경대학원을 다니고 있습니다"
이십대 후반부터 6년 정도 우울증과 불면증으로 잠자는 법을 잊어버린 시절이 있었다고. 


시들어가고 있었다고 했지만, 이는 애벌레가 날개를 펼치기까지 환골탈태의 필연적 과정 같았다. 
조 작가, 어느 해 겨울 우연히 광주 포충사 농원을 가게 되었단다. 온실 밖은 하얀 눈이 시리도록 쌓여있는데 그 안은 봄인 것 마냥 생기가 넘쳐났다고.
"각양각색의 식물들이 자기만의 색과 매력을 뽐내면서 자랑을 하고 있었거든요"
그곳엔 장미처럼 "나 너무 예뻐!"하는 화려한 꽃들은 없었지만, 각자잎과 줄기, 수피, 향기 등으로 각자 은은하게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었다고.


"꼭 자기가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에요"
"이때까지만 해도 저는 수피나 수형, 줄기에 관상가치가 있다고 생각한 적도 없었고 장미처럼 화려해야 예쁜 줄만 알았는데, 그 추운 겨울에도 각자 자기들만의 색으로 온실 안을 아름답게 채우고 있었습니다"
평소 볼품없다고 생각한 곳에서 큰 위로를 받게 되고 바로 두 가지 일을 시작했다고. 하나는 운동 그리고 또 하나는 화훼장식기능사 자격증 수강.


날개를 펼치기 위한 마지막 순간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한참 꽃을 만나 배우고 있던 중 우연히 정원관리 하는 곳에 보조로 참여하게 되었는데 꽃꽂이보다 정원이 더 재미있고 좋았다고.
"절화는 순간은 예쁘지만 일주일이 지나면 시들어지니 오래 볼 수 없는 반면, 정원은 식재한 순간부터 햇볕과 비, 바람을 맞으며 시간이 갈수록 예뻐지기 때문이었어요" "그렇게 흙을 만지고 풀을 다듬고 꽃을 심으면서 서서히 치유가 되었어요"


"제가 느낀 이 위로와 치유를, 또 자연이 주는 힘과 울림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느끼고 공유하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힘을 줄 수 있는 그런 정원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정원을 공부하고 정원과 관련된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려웠던 순간에 대해 슬하 씨는 딱히 어려웠던 순간은 없었던 것 같다고 했다.

각성된 이들에게 부딪히는 일이란 이렇다.

물론 두려움이 일지만 곧장 본질 속으로 들어가 본질 외엔 모두 소거시킨다.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건 그 길에 대한 믿음인 것이고 어떤 순간보다 절박한 건 그 길에 대한 확신 때문. 치열함이란 확신의 과정에서 유일한 무기이고 어려움을 당면할수록, 내 안에 농축돼 있는 잠재된 힘을 발현하는데... 


슬아 작가는 "다만...." (다음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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