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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비가 내리는 땅 대문리 108 염주

지방소멸대응프로젝트 완도의 숲과 나무 대문리 모감주나무 군락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3.11.09 15:28
  • 수정 2023.11.09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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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자신과 타인의 행동에 대해 간섭하고, 불특정의 소유물에 관심을 갖고 집착하며,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삶의 덧 없는 것들을 마치 불멸의 영원한 것처럼 여기고 집착하기 때문에 우리의 마음은 평정심을 찾지 못하고 항상 불안하다. 

이는 인생에 대해 바른 지각을 할 수 없게 하는데 이것이 불가에서 중생들이 느끼는 고뇌를 백 여덟가지로 말한 백팔번뇌이다. 그 백팔번뇌를 헤아리며 인간의 고뇌를 해소시키는 물건이 있으니 고승대덕들이 신체처럼 사용하는 염주이다.

일반적으로 염주라고 하면 108염주를 말하는데 108개의 알을 꿰는 이유는 108번뇌를 뜻하는 것으로, 고뇌를 잊기 위해 이것을 하나씩 손가락 끝으로 넘기며 염불을 하면 인간의 번뇌를 하나씩 소멸시킨다는 것이다. 

염주알은 그 재료에 따라 그 공덕이 다르다고 하는데 으뜸은 금강자(金剛子)로 만든 염주로 그 복이 구지로 숫자를 샐수 없으며, 목환자로 만든 염주는 그 복이 2배, 수정이나 진주 등 보배로 만든 염주를 굴리면 그 복이 1백 배. 또 보리자(菩提子)로 만든 염주 그 복이 한량없다고 한다.

우리주변에 수많은 종류의 나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쉽게 볼 수 없는 나무가 모감주나무이다. 그러나 완도에는 우리나라 최대의 모감주나무 군락지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 군외면 대문리 해넘이 공원 옆에는 소의 뿔처럼 툭 튀어나온 우각만(牛角灣)이 있다, 이곳이 우리나라 최대, 최고를 자랑하는 모감주나무 군락지이다. 

오래전 간척사업으로 지금은 주변이 농경지화 되어 우각만의 모습을 찾기는 어렵지만 해넘이 공원에서 모감주나무 군락지를 바라보면 그 모습이 그려진다. 해안선을 따라 마치 소 뿔이 뻗은 것처럼 모래톱이 형성되고 오랜 세월이 흘러 모감주나무 씨앗이 발아가 되어 아주 자연스럽게 생겨난 자생지이다.  

길이 약 1㎞, 너비 40∼100m의 소뿔모양의 땅에 474주가 군락을 형성하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 발견된 우리나라의 모감주나무 군락 중 수령이 가장 높고 큰 나무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숲의 상태가 양호하여 태안 안면도, 포항 발산리 모감주나무 군락과 함께 한국의 대표적인 모감주나무군락으로 꼽힌다. 

보호면적은 21,690㎡(6,560평)이며, 2001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모감주나무는 원래 염주를 만드는 열매를 맺는 나무로 불교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모감주나무 열매는 다이아몬드처럼 아주 단단해서 금강자(金剛子)라 부르는데 변치않는 특성을 가진 열매로 불교에서 도를 깨우치고 지덕이 굳으며 단단하여 모든 번뇌를 깨부술 수 있음을 표현하는데 그 열매가 귀할 뿐만 아니라 구하기도 어려워서 보통 큰스님들의 염주를 만들때만 이용되어 왔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편적으로 보리수(菩提樹)라 많이 부르고, 이밖에도 난수(欒樹), 목란수(木欒樹)라 부르기도 한다. 보리수는 모감주나무의 열매가 보리수여서 붙여진 반면 영어권에서는 황금비나무(Golden Rain Tree)라 부르는데 이는 초 여름에 피는 꽃이 마치 황금 비가 내리는 것처럼 아름답기 때문이라고 한다.

모감주나무는 덕망이 높은 선비를 나타내기도 해서 중국 곡부(曲阜)의 공자묘(孔廟) 앞에 두그루가 심어져 있는데 우리나라나 중국에서는 선비의 기품과 품위를 지녔다 해 선비수 또는 학자수(學者樹)라고도 부른다. 

꽃이 지고 난 자리엔 삼각뿔을 거꾸로 매단 것 같기도, 세모꼴의 꽈리 같기도, 청사초롱 같기도 한 독특한 모양의 열매가 주렁주렁 열린다. 처음엔 초록색이었다가 점차 짙은 황색, 그리고 갈색으로 변하면서 시월이면 익는다. 잘 여문 열매는 습자지 같은 얇은 껍질이 셋으로 갈라지는데 안에는 콩알만 한 까만 씨앗이 세 개씩 들어 있다. 그런 씨앗은 만질수록 반질거리니 염주 만들기엔 안성맞춤이다.

뿌리는 천근(淺根)으로 가뭄과 냉해(冷害), 공해(公害)에 강하고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란다. 몇 해 전 문재인 대통령은 평양을 방문하여 기념식수로 모감주나무를 심고 돌아왔다. 초 여름이면 연둣빛 식록속에서 노랗게 꽃을 피웠다가, 꽃이 지고 여름이 되면 조그맣고 예쁜 꽈리 같은 초록 풍선을 주렁주렁 단 모습이 아름다워 최근에는 아파트 조경수로도 널리 식재되고 있다. 

 

 유영인  다도해해양문화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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