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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만에 처음으로 오픈된 행정사무감사

취재칼럼
김형진 기자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3.11.23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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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활동의 꽃이라고 불리면서도 지난 33년동안 금단의 영역으로 굳게 닫혀 있는 완도군의회 행정사무감사가 마침내 베일의 문을 열었다. 전남 모 의회가 이달 말까지 행정사무감사를 진행한다면서 처음으로 시민제보 제도를 도입했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7일 동안 이틀은 회의식, 나머지 5일은 담당 공무원들을 불러 대면 방식으로 벌이는 '서류식' 감사를 펼친다고 밝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는 알권리 충족이라는 헌법의 언론 자유에 대한  인식이 한계 때문에 빚어진 일이다.
공개된다는 것. 김양훈 의원의 말처럼 공개하는 행정사무감사는 순기능과 역기능이 존재한다. 비공개에선 인간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지만, 공개적인 상황에선 속내를 들을 수 없다는 것.  그럴지라도 공개가 더 가치롭다.
한글은 사회지도층과 사대부만이 공유하던 문자를 일반 백성들 또한 쉽게 쓸 수 있게 해 열린사회에 있어 최고의 가치를 실현했다.  
바꿔말하면, 정보를 행정과 의회만이 공유해선 안된다는 뜻으로 행정과 의회에서 일어나는 일은 모두 공적 영역의 일로 일반 주민 누구나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래서 공개는 열린사회를 가장 잘 대변하는 일이다. 대낮 같은 열린사회에는 개인의 다양성과 세상의 다양성을 포옹한다. 개인의 구속보다 개인의 융통성과 창조성을 존중한다. 그러므로 동적인 사회가 되고 창조성이 발휘된다. 사람과 사람들 간 서로를 배려하고 이웃과 이웃이 남이 아니다. 나와 타인이 서로 더불어서 어울려 공동체도 된다. 그래서 인간적인 사회다.
반면, 닫힌사회는 세상에 대한 포옹이 빈약하다. 집단의 개인적 결속이 강하기에 폐쇄적 정적인 사회이다. 경쟁은 우월주의를 낳고 사람과 의전과 서열이 중시돼 서로 간의 간극이 있는 관계가 된다. 
의원들이 행정사무감사에서 제기했던 직원간 불협화음, 보조금 부정수급, 공무원 노조 홈피에 올라온 글들은 완도군청이 열린사회라기 보단 닫힌 사회임을 방증하는 문제들이다.
지난 23일 시작된 완도군의회의 행정사무감사.  그동안 오픈됐던 군정질문답변과 달리 행정사무감사는 일련의 의정활동에 있어 가장 핵심이 되는 문제들을 감사의 성격을 가져 법적책임까지 물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긴장도가 아주 높았다.
의회 관계자들의 말을 빌리면, 처음 공개되는 행정사무감사라서 의원들이 부서장들보다 더 긴장감이 높다고 했다.
각 실과에게 묻는 것이기에 부군수와 집행부 각 실과장들의 선거로부터 위증하면 처벌 받겠다는 선서로 시작했는데, 가장 먼저 시작한 기획예산실장의 경우, 미리 봐달라는 청탁에서인지 아니면 감사 전 예의를 구하는 것인지 의원실을 방문한 모습도 눈에 띄였다. 
지민 의원도 미리 질의할 내용을 책자에 꼼꼼하게 기록했고, 날카로운 질의 선보였던 최정욱 의원을 둘러싼 부서장들의 모습도.
조인호 의원의 질의도 날카로웠다. 군수가 귀를 닫고 있어 민생이 어떻게 돌아가는 줄 모른다. 어민들은 고수온과 폐사가 이어지는데 군수가 바다를 한 번도 안나왔다는 등 참모들이 직언을 하느냐?는 말까지, 평소 군정질문답변 때 보이지 않던 질의가 이어졌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열림과 닫힘의 구조 속에서 되어가거나, 정지하거나, 순환 반복하며 나아간다.
열린사회이면서 닫힌사회, 의회의 열린 행정사무감사는 아직까진 미약하지만 이렇게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것은 분명 열린사회로 가고 있다는 말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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