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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끝에 이르면 진정성과 고유성이 드러나

신복남 기자의 ‘어젯밤 어느 별이 내려왔을까?’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23.12.14 15:34
  • 수정 2023.12.15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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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무심히 지나오다가 이제 떠나버리고 없을 때도 그 가치를 무심히 바라본다. 서로 열렬히 사랑한다고 인식하고 있으면 그건 때가 되면 식게 마련이다. 삶은 사회 통념적인 것이 아니다. 자신이 어떤 존재임을 끊임없이 되묻기 위해 길을 떠난다. 

매일 길 떠나는 방랑의 여정과 같다. 찬비 속에 나뭇잎은 시간의 끝을 놓지 않고 있다. 시간 위에 운명의 길동무는 내 안에 있다. 오늘 일어나는 일을 섬세하게 들여다보고 이들 곁에 조용히 떠나는 것과 또한 다가오는 것을 생각한다. 

서로 마주 오는 것을 지날 때와 멈춰있는 사물을 섬세하게 관찰한다. 멈춤과 생성을 들여다본다. 이 나뭇잎은 벚나무다. 이른 봄에 비어 있는 공간이 부족할 정도로 확 차 있었다. 지금은 사유하는 공간으로 채워져 있다. 이것이 바로 운명의 시간이다. 

이제 마지막 나뭇잎이 떠나려고 하니 그동안 잊고 살았던 그리움이 되살아난다. 12월에 찬비 속에 갑작스럽게 생각나는 사람들. 이들이 길 위에서 만난 사람이다. 흘러가는 시간은 밋밋하다. 이것을 현재의 순간에서 풍성해지려면 스스로 되묻는 철학자가 된다. 

또한 섬세함을 재구성하여 시인이 되기도 한다. 수많은 문학과 예술 그리고 시는 한 개인의 구체적 운명을 표현하는 데에 있다. 농부와 시, 노동과 예술, 어부와 노래는 모두 현재성을 갖고 있다. 4월의 만남과 12월의 만남이 서로 한 몸으로 되어 현재의 순간이다. 12월이 꽃이 보이지 않아도 이들은 운명을 달고 어디엔가 피고 있다. 끊임없이 사유하므로 영혼이 되어도 좋으리. 곱게 다듬어 뱃노래를 불러도 좋으리. 길을 떠나 피는 꽃이 시인의 눈이 되어도 좋으리. 

조용한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노래가 내 가슴에 물결이 되어도 좋으리. 어느 길목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내 길벗이 되어도 좋으리. 화단에서 치자 열매 내 눈을 깨우니 오늘 밤에 잠이 깨끗해서 좋으리. 내 사랑하는 날들은 강물이고 개울물과 여울목이고 그 위에 언덕이 되어도 좋으리. 가는 곳마다 내 영혼의 만남이다. 

어느 한순간에 꽃이 내 앞에 있고 12월의 나뭇잎이 허망함을 채운다. 생선과 소멸은 길을 떠난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데에는 허망함을 새롭게 채우는 의지에서 비롯된다. 
생각과 감성을 오고 가는 데에 많은 시간이 필요할 때가 있다. 순간 감성을 가지고 있으면 어느 날 생각이 이르러 너를 진실로 그리워할 줄고 몰라. 이것이 한 개인의 진정성과 고유성을 가지고 산다.

살아 움직이는 동력은 내 안에 꿈꾸는 것들이 움직이고 있다. 나 혼자만이 아는 그 비밀들은 환희와 고뇌 그리고 인내가 필요하다. 끊임없이 방랑하는 것은 살다 보니 그렇게 되더라. 삶이 더 창조적이고 시가 되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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