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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District) - 그 차별과 혐오의 칼날 끝에서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3.12.28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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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편의를 위해 범위라는 개념이 규정되어 있지 않은 땅을 구획하여 경계로 막아놓은 구역을 ‘지구(District)’라고 한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자주 맞닥뜨리게 되는 개념인데, 예를 들면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을 행정‘구역’으로 나누어진 주소로 표현할 수 있겠다.


→ ‘전라남도’ ‘완도군’ ‘완도읍’ ‘청해진남로88’ 


여기서 전라남도, 완도군, 완도읍 등은 우리가 어떠한 위치를 쉽게 인식하고, 행정업무를 나누어 처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대한민국을, 전라남도를, 완도군을 각각 나누어 구획한 개념이라고 볼 수 있겠다.


위에서 살펴본 지구의 구획은 ‘편의성’이라는 관점에서 진행되었다면, 다음에서 살펴볼 예는 어떨까? 바로 슬럼(Slum)이라는 개념이다. 대개 역사가 오래된 대도시의 일부 구역을 의미하며, 특히 지어진 지 오래된 불량 노후건물 지역을 의미한다. 또한 이러한 노후건물들은 임대료가 저렴하거나 폐가처럼 방치되므로, 이곳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 또한 마약상습범, 불량배, 빈민 등의 거주민으로 삶의 질이 매우 낮으며 주거환경이 오염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슬럼지구는 위에서 살펴본 행정구역처럼 공식화된 경계는 없다. 하지만 이 지역을 자동차나 도보 등으로 통과하게 된다면, 그 누구든 ‘아 이곳이 슬럼이구나’하는 느낌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다. (필자도 해외여행 중 세계 어느 도시에서건 슬럼으로 여겨지는 지역들을 많이 경험했다) 이 슬럼지구를 구분 짓는 조건은 ‘임대료, 거주민의 경제적 상황’ 등 경제적인 부분과 관련성이 높다고 볼 수 있겠다.


또 하나의 예가 있다. 게토(Ghetto)라는 개념이다. 게토는 소수 인종이나 소수 민족, 또는 소수 종교집단이 거주하는 도시 안의 한 구역을 가리키는 말이다.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이들은 해당 국가, 지역 내에서 ‘소수’이기 때문에 사회경제적으로 매우 낮은 지위를 갖는다. 따라서 게토 또한 주로 빈민가를 형성하며, 주류 사회로부터 사회경제적 압박을 받는다. 역사적으로 볼 때, 나치 독일이 만든 유대인 강제수용소나, 현재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 민족들이 강제 이주를 당해 갇혀 있는 가자 지구 등이 해당될 수 있겠다. (물론 가자지구는 이스라엘 정부에 의해 공식화되었지만) 


나는 사회적 함의를 담고 있는 영화를 참 좋아하는데 ‘디스트릭트9’이라는 영화를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상공에 나타난 지구에 불시착한 우주선에서 나온 외계인들은, 우주선 아래에 난민 지위를 얻고 난민촌 지구에서 지구인들의 관리를 받게 된다. 인간들은 외계인들을 관리하는 데에 많은 비용과 행정력이 소요되자 이들을 더 좁은 구역으로 옮겨 관리하고자 강제 퇴거 및 강제이주를 단행한다.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 영화인데, 사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라는 극단적인 인종 분리 정책으로 유명했던 국가이다. 그렇게 자신들의 땅에 이주해 온 백인들로부터 부당한 인종차별을 오랜 기간 당해 왔던 남아프리카의 흑인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자신보다 약한 사회적 지위를 가진 그 외계인들에게 다시 아파르트헤이트를 가하게 된다. 


모든 동물은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번영을 추구한다. 그렇기에 결속하고, 뭉치고, 공동체 내에서 서로 돕는다. 하지만, 인간들이 만들어 낸 공동체의 크기만큼 거대한 공동체는 자연 생태계에 없다. 아마 이것은 인간만큼 서로를 위하고 품어주는 습성을 가진 동물들이 없어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스라일-팔레스타인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의 양상을 보면, 종교든 민족이든 자원이든, 우주 속 자그마한 행성인 지구에서 오순도순 살아가는 티끌 같은 존재인 인간들에게는 크게 중요한 일인가 싶다. 
우리 지구(Earth 이자 District인)가 더불어 살아가는 행복한 별이 되기를, 오늘도 소망해 본다. 

 

 

 

최재원 완도중학교 사회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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