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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코박터 파일로리를 아시나요?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3.12.28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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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푸른 물결 사이로, 완도 어부들은 그물을 던지고 올립니다. 그들의 삶은 때론 거친 파도가 치는 바다와 조화를 이루며, 각종 생명체와 함께 호흡합니다. 우리 몸속에도 위산이라는 거친 파도를 피해 위라는 바다 속에 살아가는 생명체가 있죠. 


그 이름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이 이름을 쉽게 풀어보면 “위의 출구부분에서 발견된 꼬인 줄 모양의 세균”이라는 뜻입니다. 한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중 약 50% 정도가 이 균을 몸에 가지고 있고 나이가 들수록 그 비율은 더 높아진다고 합니다. 우리 위의 다양한 부위에서 조용히 살아가는 이 미생물은 위의 점막 아래에 살면서 점막의 점액 중에 있는 요소를 분해하여 암모니아를 생성시키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암모니아는 알카리성 물질로 위산의 산성을 중화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이 알카리성 환경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에게 보호막을 제공하여 위산에 의해 손상되거나 죽지 않고 생존하게 돕습니다. 이는 마치 완도의 어부가 거친 파도를 헤치며 안전한 항구로 배를 몰아가는 것과도 같습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는 이처럼 소리 없이 우리의 위장에 자리 잡고 우리 몸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요? 이 균이 천식과 같은 알레르기 질환에는 이로울 수 있거나 위산이 너무 많아 문제가 되는 분들의 경우에는 위산을 줄여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추측성 가설이 제시된 경우가 있지만 아직 과학적으로 확실하게 입증된 바는 없습니다. 


그러면 해로운 점에 관해서는 어떨까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를 가진 분들이 모두 위암을 경험하는 것은 아니며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로 인한 위암 발생은 소수에 국한되기는 하나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이 위암 발병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사실은 확실하게 과학적으로 증명되었습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는 암모니아나 독소를 생성시켜 위점막에 직접적인 손상을 주거나 위의 산성도를 낮추어 또 다른 세균에 대한 방어기전을 약화시킵니다. 또한 우리 몸의 백혈구들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를 제거하려고 하는 과정에서 위 점막세포를 손상시키며 각종 염증 반응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는 만성위염을 유발하고 그로 인해 위 점막의 표면의 세포들이 변화하여 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 조건이 됩니다. 


이와 같은 과정으로 위점막이 부어오르고 붉게 보이는 위염이나 점막에 상처가 생기는 위궤양 같은 질환을 유발할 수 있어요. 이로 인해 지속적인 통증이나 쓰라림이 느껴질 수도 있는거죠. 이는 균이 과도하게 번식하거나 우리 몸의 방어 체계가 약해졌을 때 발생합니다. 이처럼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보균자분들은 추측성 이점과 과학적으로 입증된 단점을 가지면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보균자분들은 위내시경을 했을 때 위의 상태에 따라 소화기내과 선생님들의 판단하에 이 균을 제거하는 치료를 하기도 합니다. 왜냐면 내시경 했을 때 위 점막이 위축되어 얇아진 위축성 위염이나 위점막 세포가 장점막세포와 비슷한 모양으로 바뀌는 장상피화생이 발견되면 위암 발생율이 올라가기 때문이죠.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를 제거하는 치료를 할 때 우리는 항생제라는 강력한 도구를 사용합니다. 


예를 들면 클라리스로마이신과 아목시실린 같은 약들이죠. 이 약들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와 싸우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여기서 꼭 알아둘 점이 있습니다. 아목시실린은 세균 세포벽 합성을 억제해 세균을 바로 죽이는 살균작용 항생제이고 클라리스로마이신은 세균의 단백질 합성을 억제하여 세균의 성장을 정지시키고 그 때 우리 몸의 백혈구가 서서히 병균을 제거하는 정균작용 항생제라는 사실입니다. 
살균용 항생제는 투약시간을 약간 어겨도 상관없으나 정균용 항생제는 투약시간을 정확히 지켜야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왜냐면 정균용 항생제의 경우 시간을 정확히 지켜 복용해야 혈중 농도가 일정하게 유지되어 균의 증식을 지속적으로 억제할 수 있고 그래야 백혈구가 균을 잘 제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1시간정도 복용시간을 어기면 그 1시간 만큼 혈중 유효농도가 줄어들고 그로 인해 균을 억제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면 균은 다시 순식간에 증식해 버립니다. 


그래서 클라리스로마이신은 12시간마다 정확히 복용하라고 약사님들이 복약지도 하는 경우를 들어보신적 있을 겁니다. 이처럼 항생제의 경우 평소 남용하거나 투약기간과 투약시간을 잘 지키지 못하면 균은 교활하게도 저항성을 가질 때가 있어요. 


이를 균 돌연변이에 의한 항생제 내성이라고 합니다. 그러면 그 때 우리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또 다른 약물들로 무장해야 합니다. 이는 마치 완도의 어부가 물고기를 잡기 위해 다양한 그물을 사용하는 것과 비슷하답니다. 그래서 평소 항생제를 남용하지 말고 꼭 쓸 때 쓰고 먹는다면 투약기관과 투약시간을 잘 지키라고 강조해 드립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라는 균을 제거하는 기본요법에는 방금 강조한 살균,정균 항생제와 위산분비억제제를 사용합니다. 이 때 위산분비억제제를 사용하는 이유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는 위산이 있으면 숨어버리고 위산이 없을 때 증식하기 때문에 위산분비억제제로 위산 분비를 줄여 항생제로 균을 제거하기 쉽게 하기 위함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 속한 국제 암연구소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를 1급 발암물질로 규정했습니다. 햄,소시지, 베이컨 같은 가공육류가 1급 발암물질에 속하죠. 


가공육류 먹는다고 모두 암에 걸리지 않지만 암 위험성이 증가하듯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균이 있으면 암 발생 위험성이 증가한다고 보면 되겠죠. 
우리는 정확한 정보를 습득하고 각자의 건강을 위한 최선의 길을 선택해야 합니다. 이 칼럼이 그 길을 찾는 데 작은 등대가 되길 바라며, 우리 모두가 건강한 삶을 위해 지혜롭게 살아기시길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김원국 향우/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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