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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깃배의 불빛이 꽃이 되는 시간을 그리워한다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3.12.28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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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바다가 만나는 곳에서 지금까지 기다림의 연속이다. 파도 소리, 풍금 소리, 바다 새와 함께 춤을 추는 곳은 영원히 지울 없는 사랑이다. 연둣빛 바닷물은 앞으로 갈 길을 열었다. 


새벽 고깃배가 들어오는 불빛으로 살아가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러나 이제 마음을 밝히는 여명이 되고 만다.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서 풀빛이 돋아나고 민들레 하늘로 흘러간다. 늘 푸르고 그 많은 민들레 씨앗은 어디에서 있을까. 바닷바람이 밀려오면 그냥 흘러보냈다. 고깃배가 떠나가도 곧 돌아올 것으로 생각했다. 세월은 가깝게 있다가 어느 날 멀리 떠나버리고 없다. 봄 산에 연분홍 첫사랑이 또 올 것이라 믿었다. 
삶은 산 너머 그리움이 또 생길 것이라 믿는다. 그래서 기다림이 아름다운 것일까. 당장 기쁨과 미움을 앞세웠던 지난날이 정말 아름다운 시절이었다. 이는 진실만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삶은 때로 이유 없이 서러워진다. 기쁨과 서러움이 한데 하나의 몸짓이 되듯이 우리는 매일 왔다 갔다 하는 교류전압이다. 또한 길 위에 정답게 걸어가는 사람들을 보면 한 곳을 향하여 정교하게 흐르는 정인지도 모른다. 삶을 위하여 거친 항해를 한다. 


아마 사랑을 하기 위해 삶의 수단일 것이다. 겨울날에 따뜻한 국물도, 밤에 별빛을 보는 이유도 정교하게 흐르는 사랑 때문이다. 민들레 소식들이 어디에서 머물러 싹을 틔우고 있는지 굳이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추운 날에 그 맑고 깨끗한 술 한 잔을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바닷가 언덕은 둥글고 느리게 돌아간다. 어느 모퉁이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지 천천히 보기 위해서다. 바닷물이 돌아가도 또 온다는 기대감이 특별함도 아니다. 


생활의 습관처럼 그런 사랑이 오기를 바란다. 어느 곳에 가든지 수평선은 그대로다. 실제 맞닿아 있지 않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지만 세상은 그렇게 살아가라 한다. 한길로 정교하게 흐르는 사랑도 그러하리라 생각한다. 멀리 떨어져 외롭고 쓸쓸한 길이 오히려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준다. 나는 평생 나와 함께 하는 사람이다.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천천히 생각하고 천천히 걷는다. 


길가에 꽃들도 그렇게 걷고 있다. 스스로 다독이는 삶이 진실한 삶이 아닌가 싶다. 바위틈에 해국이 이제 마른 꽃이 되었다. 그러나 그 향기는 가을의 향기보다 깊다. 삶을 뒤돌아보고 그 여명의 눈동자가 먼바다를 향한다. 아주 진실한 기다림이 희망을 품게 한다. 


항구의 불빛은 새벽을 기다린다. 가득 실은 고깃배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내일의 희망이 있다. 항구의 옛 동산에서 민들레 친구들을 기다린다. 생명은 가늘지만 길다. 하루를 여는 여명의 눈동자는 강렬하고 찬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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