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구석구석 완도를 걸으면 '진짜 완도'가 보인다

관광완도 만드려면 콘텐츠 개발하고
감각있는 로컬 크리에이터 육성해야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4.01.11 12:58
  • 수정 2024.01.12 20:35
  • 글씨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갑진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신지도 명사십리 이벤트 광장에서 해맞이 행사가 열렸다. 보통은 지역의 명산이나 바다 한가운데로 배를 몰아 해맞이를 기획하겠지만, 올해는 달랐다. 

바다를 가로지르는 앞섬에 가려 떠오르는 태양을 조금 더 늦게 보는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그곳으로 정했다.

전국 최초로 개관한 해양치유센터를 널리 알리기 위한 목적이 컸기 때문이다. 완도가 자랑하는 명품 해변에서 열린 이번 행사에는 반갑게도 해맞이 인파가 해변 가득 모였다.

청해진열두군고의 길놀이는 분위기를 한껏 끌어 올렸고, 제각기 마음에 간직한 새해 소망과 농악놀이의 신명이 한데 어우러졌다. 묵은해를 떠나보내고 새해를 맞는 기분은 누구나 새로웠을 것이다.

소망지에 빼곡히 써놓은 글자는 누군가의 간절함이었을 것이며, 그것을 풍선에 매달아 하늘 높이 올려보낸 것은 꿈꾸던 것을 꼭 이루리라는 소망이 있었기 때문, 바라는 대로 그 꿈은 이루어질 것이다.

2024년 새해, 나 역시 목표를 정했다. 30여 년 전부터 줄곧 완도를 다녀가면서 느꼈던 것을 그간 하나씩 꺼내 놓았다. 그러나 지역의 이야기를 지면에 풀어낸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느꼈을 때, 무언가 간과했음을 알았다. 

완도의 이야기를 어렵게 여겼던 것은 완도의 겉모습만을 보았다는 방증이었다. 여태 상황을 깨닫지 못한 일을 자책했다. 새해 벽두에라도 깨우쳤으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내가 생각한 ‘진짜 완도’는 무엇일까. 완도를 취재하면서 고민했던 것이 모두 가식이었단 말인가? 아니라고 하기도, 맞는다고 말하기에도 애매한 순간이다.

완도의 속살을 하나하나 해부하기까지는 난제였다. 핵심은 지역 정서, 큰 산이 내 앞에 떡하니 버티고 있었던 것. 프로와 아마의 차이, 상수와 하수의 차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어설픈 기획력이었다.

인간의 노력으로만 되는 게 아닐 것이었다. 어디에 목표를 두느냐, 그것은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의미이기도 했다. 

반성하자는 뜻으로, 올해는 완도의 구석구석을 두 발로 걸어 보기로 했다. 차를 이용해 기웃거렸던 방식을 이제는 걷는 일로 패턴을 바꿀 작정이다. 젊은 시절 그때처럼, 해변을 걷고, 산길을 오르고, 섬 길을 걷고, 골목길을 걷고, 옛길을 걷고, 길 위에서 걷고 또 걸어보자고 다짐했다. 

길 위에서 생각하고, 길 위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길 위에서 산다는 것, 그것이 ‘진짜 완도’를 만나는 일이라는 생각에 나는 계속해서 걷기로 마음먹었다.

그 방법은 기본에 충실한 배움이라 여기고 싶었다. 그리고 똑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이것이야말로 불변의 진리라는 믿음을 심어주고 싶었다.

상대를 안다는 것, 알아가는 것, 그것은 관심을 주는 일에서 시작될 터. 지역을 안다는 것, 알아가는 것, 그 역시 같은 맥락일 것이다.

지역의 역사, 문화, 지역의 고유한 것들을 우리는 얼마나 관심 두고 살았는가. 그동안 ‘진짜 완도’를 찾았는가, 보았는가, 누구에게든 따져 묻고 싶어졌다.

지역관광 정책, 지역을 상품화하는 일이 최대 관건인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래서 어느 지역이나 특색에 맞는 관광정책을 고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됐다. 지역을 찾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지역 경제가 살아난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아는 상식이다. 

변방에서 홀대받는 관광자원 활성화를 꽤 하려고 지난해 완도지역 관광협의체가 출범했다. 대다수 이 지역 청년들로 구성된 집단이다. 직간접적으로 그들의 의견을 접했다. 그들이 추구하는 캐치프레이즈는 모든 것에서 ‘완도라는 말을 빼내어 버려야 완도가 산다’는 것이다. 순간,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발칙한 생각은 도대체 어디에서 왔을까. 하지만, 그 말뜻을 이해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그것은 ‘완뽕주의’에서 벗어나자는 의미였던 것. 그동안 완도의 겉모습만 내세우면서 정해진 그대로를 답습하지는 않았는지 돌이켜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였다. 

이제는 젊은 세대가 나설 수 있는 여건을 앞선 세대가 만들어줘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고집을 버리고, 응원해 주는 것, 지켜보는 것, 힘껏 도와주는 것, 위기의 시대는 계몽의 시간이 필요할 것, 생각해 보니 젊은 그들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만큼의 자원을 형성하고 유지해온 것은 앞선 시대를 살아온 선배들의 수고와 땀의 결실이 녹아 있는 것이지만, 다가올 미래는 젊은 세대와 후손들이 살아가야 할 세상이니, 마땅히 그들의 생각을 응원하는 게 맞는 이치다. 

앞선 세대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이 아니다. 시대가 바뀌고 있는 것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증거일 뿐. 과거의 생각만을 고수한다면 지역 사회는 반목과 갈등의 연속일 테고, 현실을 직시하고 순응한다면 지역 사회는 분명 변화할 것이라는 생각을 가져본다.

이 세대가 새로운 완도를 고민하고 정성껏 가꿔서 다시 후대로 이어줄 것이니, 지금이 바로 도전과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리라. 

산업단지가 없는 완도군에서 발전 가능한 사업을 고른다면 수산업과 관광산업이 주가 된다. 지금까지 완도군의 관광산업은 지지부진했다. 이것은 비슷한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지리적인 특성에 따른 교통의 맹점을 인정하더라도 자조 섞인 푸념만으로 관행을 그대로 답습한다면, 우리 지역 관광산업의 미래는 보이지 않을 것이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시대 흐름에 맞는 콘텐츠 개발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로컬 크리에이터를 배출해야 한다. 지역의 자원을 100% 활용할 수 있는 젊고 참신한 기획자를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말로만이 아닌, ‘진짜 완도’가 무엇인지 찾아내려면 그만큼의 감각이 필요하다. 

완도는 지금 해조류와 해양치유다.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그 사업이 성공하려면 시대에 맞는 기획을 다양하게 제시해야 한다. 국가 예산을 끌어다가 건물만 덜렁 지어 놓고 운영이 잘되기만을 바란다면 그것은 시대를 역행한 일이다.

지역의 자원을 기획할 수 있는 전문가 집단을 형성해야 하는 이유다. 지금은 문화융성의 시대인만큼 지역의 문화를 뿌리 깊게 심어 놓아야 한다는 중요한 과제도 안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가장 기본에 충실해 보자. 하여, 완도를 걷는 일부터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다. 구석구석 완도를 걷다 보면 이 지역에 무엇이 필요한지 단박에 찾아낼 것이다.

머리로만 이해할 것이 아닌, 발품을 팔면서 가슴으로 알아간다면 분명 완도의 참모습을 만나게 될 것이다. 

정지승 문화예술활동가

저작권자 © 완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