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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용의 해’, 갑진년(甲辰年)

완도시론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4.01.11 13:21
  • 수정 2024.01.11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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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했던 ‘검은 토끼의 해’인 계묘년 (癸卯年) 한해가 저물고, 어김없이 육십간지의 41번째인 ‘푸른 용(靑龍)의 해’ 갑진년(甲辰年) 새해가 밝았다. 해가 바뀌는 시점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이 십간십이지 중 십이지에 해당하는 띠에 대한 갖가지 풀이들이다. 

십간십이지(十干十二支)는 중국ㆍ한국 등 동아시아의 율력 체계에서 사용되는 간지에서 뒷쪽에 붙는 열두 가지이다. 앞에 붙는 십간이 하늘을 의미한다고 하여 천간(天干)이라고 하고, 십이지는 땅을 의미한다고 하여 지지(地支)라고 부른다. 

중국에서 기원한 십이지는 별자리의 운행ㆍ계절의 변화와 같은 자연의 순환을 관찰하고 그 순환 주기를 표기하기 위해 별의 모양을 모방하여 표현됐다. 십이지는 모든 계절에 따라 만물이 봄에서 겨울에 이르기까지 변화하는 상태를 기초로 한 것이다.

십이지의 기원은 중국 은나라에 이르러 널리 사용됐고, 한대(漢代) 중기에 와서는 시간과 방위 개념으로 연결되었다. 십이지를 동물과 연결시킨 것은 후한 시대의 사상가인 왕충이 쓴 『논형(論衡 - 당시의 주요한 철학 문제(자연관·지식론·인성론·운명론·정치사상)에 대하여 독창성이 풍부한 이론을 전개한 책)』에서 처음 나타난다. 

십이지의 순서는 ‘쥐(子)ㆍ소(丑)ㆍ호랑이(寅)ㆍ토끼(卯)ㆍ용(辰)ㆍ뱀(巳)ㆍ말(午)ㆍ양(未)ㆍ원숭이(잔나비, 申)ㆍ닭(酉)ㆍ개(戌)ㆍ돼지(亥)’의 순이다. 띠는 사람이 태어난 해의 지지(地支)를 동물 이름으로 상징하는 것으로, 쥐띠ㆍ소띠ㆍ범띠ㆍ토끼띠ㆍ용띠ㆍ뱀띠ㆍ말띠ㆍ양띠ㆍ원숭이띠ㆍ닭띠ㆍ개띠ㆍ돼지띠 등 12띠가 있다.

이를 ‘각 사람의 심장에 숨어 있는 동물’이라고도 한다. 이는 인간이 동물을 숭배하던 원시사회의 풍습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원시사회에서 부족ㆍ씨족 구성원과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생각하는 대상인 동식물ㆍ자연물 등을 토템(Totem)이라고 하고, 토템을 숭배하는 신앙을 토테미즘이라고 한다. 

한편, 12지신은 기본적으로 시간 개념으로부터 시작하는데, 12시간 · 12달 등 인간이 타고 넘어가야 할 파장이 12를 주기로 하고 있음을 뜻한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음력 12달은 12동물을 뜻하는데, 1월은 호랑이ㆍ2월은 토끼ㆍ3월은 용ㆍ4월은 뱀ㆍ5월은 말ㆍ6월은 양ㆍ7월은 원숭이ㆍ8월은 닭ㆍ9월은 개ㆍ10월은 돼지ㆍ11월은 쥐ㆍ12월은 소의 순서이다. 

띠의 시작을 사주명리학에서는 대부분 입춘을 기점으로 하지만, 다른 분야에서는 음력이든 양력이든 편한대로 기점을 따지는 사람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지지는 천간과 합쳐져 60갑자를 이루는데 여기에 우주의 순환 원리가 담겨 있다고 보아 동양에서는 오래 전부터 띠에 사람의 운명을 결합하기도 했고, 사람의 성격을 미리 판단하기도 했다. 

십이지 중 유일하게 동물이 아닌 상상 속의 존재인 용은 우리나라와 중국 등 동아시아 뿐 아니라 세계의 여러 나라에서 자주 등장하고 있다. 신화에 나타난 용띠의 모습과 성격 · 기질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용띠의 성격은 리더십이 엄청 강해서 캐릭터가 분명하고 아주 강인해 보이므로 항상 조직이나 그룹 내에서 우두머리여야 한다. 하지만 용띠는 호랑이와는 상극으로 용호상박이라고 해서 둘이 같이 있으면 서로 리더가 되기 위한 경쟁상대로 싸움이 날 확률이 높다고 한다. 

또한 용띠는 상상력이 매우 뛰어나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줄 경우가 많은 반면에 자기중심적인 성격이 강한 편이라서 본인 위주로 돌아가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한편, 상상력이 좋아 예술과 관련된 일에서 두각을 타나낼수 있고 적극적인 성격으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이 많고, 자기애가 강하고 멘탈도 높아 자신감을 가지고 생활한다. 

실존하지 않는 용의 모습은 인간의 상상력을 토대로 만들어졌는데, 낙타ㆍ사슴ㆍ토끼ㆍ소ㆍ뱀ㆍ조개ㆍ잉어ㆍ매ㆍ호랑이 등 실존하는 아홉 동물의 특징이 담겼다고 한다. 용은 오래 전부터 전해오는 그림ㆍ조각ㆍ공예품 등 생활 주변의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우리들의 뇌리에 오랫동안 남아있다.

예로부터 우리나라에는 지형적 형태에서 유래한 용과 관련된 지명이 많다. 2021년 발표된 국토지리정보원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전국에 고시된 지명 약 10만 개 중 열두 띠 동물 관련 지명은 4,109개(4.1%)이고, 이중에 용과 관련 지명은 1,261개로 가장 많다. 용이 지닌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개개인의 불안한 미래의 삶과 나라를 지켜주는 수호신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시대에는 임금은 최고의 권력과 권위를 지니며 용을 상징했기 때문에 임금의 얼굴을 용안(龍顔)이라고 했다. 조선시대 권력의 최고 정점인 경복궁 근정전 안쪽 맞은편에 보이는 임금이 앉는 높은 의자가 용상(龍床)이고, 근정전 내부 천장 한 가운데에는 두 마리의 황룡(黃龍)이 구름 속을 날고 있는 장식물인 쌍용각보개(雙龍刻寶蓋)는 임금을 상징한다. 이는 용처럼 임금도 무소불위의 능력과 신비감ㆍ위엄을 지닌 반신반인(半神半人)의 특별한 위상을 형성하려고 시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근정전 천장에 매달려 있는 용 두 마리의 발톱이 7개인 칠조룡이다. 발톱이 4개인 사조룡이 조선 임금의 상징이고, 발톱이 5개인 오조룡은 중국 황제만이 사용할 수 있었다. 1867년 흥선대원군이 경복궁을 중건하면서 칠조룡을 근정전 천장에 매달았다. 이는 조선의 자주와 자존을 염원하는 마음이었다고 알려지고 있다. 

2024년 용띠 해는 1952년생ㆍ1964년생1976년생ㆍ1988년생ㆍ2000년생ㆍ2012년생이 주인공이며, 각 연도에 +12 또는 -12를 하면 모두 용띠생들이다. 십이지 중 용띠와 서로 어울리는 띠는 원숭이띠 · 쥐띠이고, 서로 어울리지 못하는 띠는 개띠로 알려져 있다. 

띠가 갖고있는 특징이나 속설 등을 무조건적으로 믿고 따르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할 수 없겠지만, 우리 역사 속에 오랜 세월동안 전해오면서 전통문화로 자라잡고 있는 현상을 함부로 무시해서도 안 된다. 새해를 맞아 하늘을 날아오르는 푸른 용의 힘찬 기운을 받아 소망하는 모든 일들이 이루어지길 기원해본다.

 

이승창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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