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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당신은 나를 지켜주는 손이여

  • 신복남 기자 sbbn2000@hanmail.net
  • 입력 2024.02.08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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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게 채색되어진 풍경이 그립다. 과거에는 지금과 비교해 보면 그렇게 가격이 나가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그때가 더 소중하게 여겨진다. 봄을 소중하게 기다려지는 것은 과거에 아쉬웠던 부분을 채우고 싶은 것이다. 살아오면서 잘못한 것과 흔들릴 때가 많았다. 


한 생명을 지탱하기도 힘들었던 시기다. 주위와 관계를 맺고 서로 협력하여 삶을 꾸리는 것은 확률적으로 더 어렵다. 경험적으로 지난 삶도 어려운데 미래라고 더 쉬운 일은 아니다. 
불완전한 세상 속에서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는다. 지난날 이루지 못했던 아름다운 이야기를 찾아서 봄을 기다린다. 


나의 운명은 스스로 제비꽃이 되어 내 곁에 스쳐 지나갔다. 달맞이꽃이 날을 세워 꽃을 피운다. 갑자기 산속에서 나타난 점박이 나리꽃이 손을 내민다. 산길 앞서 달려가는 강아지는 봄소식을 빨리 전하고 싶단다. 고향의 찔레꽃 향기는 그때 아름다운 사연들을 이야기한다. 


나이 들어 알게 된 꽃은 벌써 몇 십년이 되었다. 개나리꽃 아래 봄맞이꽃, 진달래꽃 곁에 산자고, 오르고 또 오르면 봄의 여왕 얼레지꽃은 고향에서 새롭게 만난 친구들이다. 


그때 한번은 마주쳤을 것이다. 아주 오랜된 장독대처럼 정이 많이 간다. 한순간의 마주침을 위하여 긴 길을 걸어왔다. 우리는 이렇게 만나기 위해 아무도 모르는 얼굴에 점 하나의 순간이 박힌다. 고향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다. 어느 나라에 있더라도 그때 그 사람, 그 이야기가 그때 나를 다시 사랑하게 한다. 시냇물 재잘대는 소리가 동심을 이야기 한다. 옛친구와 소주 한잔의 추억을 나누고 싶어진다. 


이제 고향땅은 할미꽃이 보이지 않는다. 허리 굽은 고향 할머니도 없다. 구불구불한 산길에서 만난 할미꽃을 생각하면 고향이 그립다. 고향에 있으면서 고향이 더 그립다. 고향 가는 길은 어느 한곳에 머무르지 않는다. 우리의 고향길은 쉬지 않고 가고 있다. 


시골도 많이 변했다고 하지만 막걸리 한잔이면 풍성한 인정이 보인다. 주고받는 풍경이 변했을 뿐이지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고향에 할미꽃이 없더라도 할미꽃 향기 나는 인정이 있다. 이 집 저 집 냄새나는 굴뚝은 영원한 노스탤지어다. 더 큰 이상의 꿈을 꾸며 고향 길은 이 세상 끝까지 이어지고 있다. 


어린 날의 눈망울처럼 고향의 들판은 반짝인다. 걷는다. 등을 밝히며 걷는다. 우리의 아들딸들을 위하여. 가슴만 반짝이는 등불을 켠다. 내 등 뒤가 아름다움이여. 고향 풍경은 나를 지키고 있다. 
고향 당신은 나를 지켜주는 손이여. 시냇물 잠시 멈출 때 주름진 얼굴을 비춰준 가장 부드러운 손이여. 말이 없어도 가장 선한 얼굴로 비워주는 고향하늘이여. 내 친구 옆에 없어도 서로의 언약은 강물처럼 흐르고 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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