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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도구사의 혁신, 여서도 동물 뼈로 만든 낚싯바늘 (14)

완도의 장수도, 제주의 사수도 영토분쟁 (14)

  • 완도신문 wandonews@naver.com
  • 입력 2024.02.23 09:37
  • 수정 2024.04.14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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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하미오타(homo hamióta), 낚시하는 인간을 뜻한다. 낚시는 인류 역사와 함께 시작했다. 북유럽과 서유럽에서 발견된 낚시에 관한 기록은 구석기와 신석기의 중간인 중석기 시대에 가장 많다. 기원전 1만년전 마지막 빙하기가 끝난 후에 고기 잡는 방법이 다양해졌다고 한다. 


예를 들면 짐승의 뼈로 낚싯바늘을 만들거나 사슴뿔로 작살을 만들어 온갖 덫으로 고기를 잡았던 흔적들이다. 인류 최초의 고기잡이는 낚시가 아니었다. 물이 바닥까지 드러나면 맨손으로 잡는 기회주의적 사냥방식이었다. 고기잡이가 쉽지 않아 육지에서 맹수를 사냥할 때 사용하던 나무로 깎아 만든 창과 작살 같은 도구를 사용했는데 민첩한 물고기를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인류는 물에서 사용할 정교한 도구가 필요했고 그것을 만들어 사용했다.


네안데르탈인 화석을 발견한 노르웨이 폭포에서 인류 최초 낚싯바늘로 추정되는 도구가 발견됐다. 그 낚싯바늘을 ‘고지’라고 하는데, 무미늘 낚싯바늘로 물고기를 현혹하기에 부족해서 인류는 돌보다 가볍고 가공하기 쉬운 것을 찾아야 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동물의 뼈였다. 인류도구사의 혁신은 바로 동물의 뼈로 만든 낚싯바늘이다. 이 투박한 돌조각과 동물 뼈가 어떻게 위대한 발명이며 기술의 정점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물속에 사는 생명체를 충분히 관찰하고 그 특징을 이해했기에 가능한 산물이었다. 

 

그리고 이 작고 투박한 도구에는 여러 가지 과학이 숨어있다. 먼저 뼈가 가지고 있는 냄새는 물고기를 유인할 미끼 역할을 했다. 남포를 터뜨린 화약 냄새를 맡고 갈치 떼가 몰려온 것을 방파제 공사에서 흔히 목격한다. 그것을 생각한다면 이해가 쉽다. 돌보다 가공이 쉬웠고 뼈로 만든 낚싯바늘이 물에 뜨는 것을 보완하려고 돌을 갈아서 봉돌을 만든 결합식 낚시바늘로 발전했다.


채집과 사냥을 끝내고 이룬 농업혁명은 인류에게 정착 생활을 가져다주었다고 추측한다. 대량생산과 소비를 가능케 한 산업혁명은 현재 IT혁명으로 이어진 문명의 정수로 여기지만 인류학자와 고고학자들은 인류의 어로행위인 낚시가 없었다면 아마도 지금의 문명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어로행위가 사냥보다 중요할 때가 있었다. 선사시대 인류의 뼈에서 화학성분과 단백질을 분석한 결과 중석기 시대 사람들은 단백질 섭취량 80%를 강이나 바다에서 잡은 물고기에서 얻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문명과 거대한 제국들은 지금처럼 가축을 기르고 번식시키는 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고대인은 물고기에서 단백질을 얻었던 것이다.


노르웨이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낚시바늘은 남서부 노르웨이의 어느 동굴에서 발견된 43개의 낚싯바늘이다. 가장 오래된 것은 기원전 7,000년 것으로 추정한다. 이후, 서부 노르웨이에서 발견된 세 가지 형태의 바늘은 구부러진 후크 형태이다. 일본에서는 조몬시대 것으로 추정된 순록의 뿔로 만든 단식낚시 바늘이 발견되기도 했다. 지금의 낚싯바늘과 비슷한 형태인데. 이 바늘은 약점이 많다. 바늘의 폭이 동물 뼈와 뿔의 두께로 제한되어 대상 어종의 제약을 받았기에 인류는 돌과 뼈바늘을 연결해 만든 결합식 낚시바늘을 만들어 낸 것, 그야말로 인류도구사의 혁명이었다.


신석기시대 유적의 불모지였던 호남지역에서 신석기문화상을 밝혀준 중요한 작업은 분명 여서도 유적발굴이다. 여서도 패총은 목포대학교박물관에서 학술조사로 발견됐다. 지난 1996년 신석기시대 패총이 여서도에도 존재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학계에서 시행한 지표조사였기에 신석기시대 토기 파편만 확인하였을 뿐 패총이 갖는 의미나 성격은 알 수 없었다.


그러다가 지난 2004년 정밀지표조사를 바탕으로 2005년 발굴조사를 실시했다. 조사결과 다양한 유물이 출토됐다. 그중에서 436점의 골각기, 고정식 작살 160점, 회전식 작살 3점, 역T자형 낚시 1점, 결합식낚시 바늘 46점, 축 11점을 확인했다. 바늘의 형태는 미늘이 없는 것, 안쪽에 있는 것, 바깥쪽에 있는 것 등 다양한 방식의 도구가 확인됐다. 재질은 동물의 뼈와 뿔, 치아 그리고 전복껍질로 만들어진 것. 여서도 패총에서 발견한 고대인의 배설물 화석에서 연구기관은 선사시대의 식생활, 질병과 관련한 선사시대 환경복원 등을 위해 기생충 분석도 했다. 이것은 괄목할만한 고고학적 성과로 손꼽히는데.  <계속>

         

정지승 문화예술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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